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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은행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개인의 전 재산을 맡기는 만큼 은행에는 신뢰가 생명이다. 1997년 12월 국내 금융 사상 처음으로 9개 종합금융회사에 영업정지 명령이 내려졌다. 예금자들의 불안은 금융계 전반으로 번지면서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온다. 당시 26개였던 은행은 2001년엔 12개까지 줄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예금자보호법이다. 1997년 1월 첫 시행 당시 1인당 금융기관별 예금 보장 한도액은 2000만원이었다.

외환위기가 본격화한 그해 11월부터 2000년까지는 한시적으로 모든 예금이 전액 보장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은행들이 고금리 유치 경쟁에 나서면서 도덕적 해이를 불러왔고 결국 1998년 8월 조기 종료됐다. 2001년에는 보호 한도가 5000만원으로 상향된 후 22년이 흘렀다.

미 실리콘밸리발 ‘뱅크런’에 은행 파산이 속출하면서 예금 보호 한도를 높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도 보호 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높이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20년 사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배, 예금 자산 규모는 5배 증가했다. 예금자보호법은 1인당 GDP와 예금 규모 등을 고려해 보호 한도를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 독일 10만유로(약 1억3800만원)와 비교해도 낮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올리기도 난감하다. 예금 보호 한도는 ‘양날의 검’이다. 은행 파산 시 지급받는 보전금 재원은 은행이 예금보험공사에 맡기는 보험료로 충당한다. 보험료율은 예보가 매년 각 회사의 경영·재무 리스크를 평가해 5등급으로 나눠 업권별 표준요율에 할인·할증한다. 은행들은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수익 감소를 ‘예대마진’으로 메울 것이다. 결국 예금보험료 인상분 일부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격이다. ‘빈익빈부익부’도 문제다. 고액자산가에겐 절호의 기회지만, 대출에 의존하는 서민층에겐 큰 고통이다. 금융당국이 오는 8월 예금 보호 한도 상향 해법을 내놓는다. 지금은 은행보다 국가 보증을 믿고 돈을 맡기는 시대다. 예금 보호 한도 상향이 필요하다면 이자수익 비중이 90%에 달하는 은행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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