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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고 때렸으니 안 보인다고…” 요양원서 멍투성이로 돌아온 70대 노모

입력 : 2023-03-19 15:59:33 수정 : 2023-03-20 08: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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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요양원서 보호사가 노인 학대했다는 고소장 접수돼
요양원 측 “과잉 제지였을 뿐, 폭행 확인 안돼”
가족 측 “때린 사람은 없는데 피해자는 있다니”
서울 동대문구의 한 요양원에서 70대 노인이 요양보호사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해당 노인이 평소 생활하는 침대 공간이 찍힌 요양원 내부 폐쇄회로(CC)TV 장면으로, 파티션으로 가려져 있어 정확한 폭행 모습이 담기진 않았다. A씨 제공

 

서울의 한 요양원에서 요양 보호사가 70대 치매 환자를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피해자의 가족은 온몸이 멍들었다며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요양원 측은 “제지가 좀 과했던 것뿐”이라는 입장인데,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에서는 피해자의 침대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어 폭행 장면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19일 동대문경찰서 등에 따르면 동대문구의 한 요양원에서 70대 어머니가 폭행을 당했다는 딸의 고소장을 접수, 노인 학대 등 혐의로 여성청소년계로 사건을 이첩해 수사 중이다.

 

딸 A(49)씨는 지난 8일 어머니로부터 “요양원에서 맞았다”는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A씨가 제공한 당시 어머니와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파티션 안에서 때렸어. 그런데 요양원에서는 ‘그 사람이 괜히 그렇게 했겠냐’고 해. (요양보호사는) ‘가리고 때려서 안 보이니까 어떻게 못한다’고 말했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나를 구석에 놓고, 사정없이 7대를 때렸어. 귓방을 두 대, 얼굴을 막 잡아당겼어”라고 딸에게 말했다.

 

전화를 받고 놀란 A씨는 바로 요양원으로 향했고, 실제 어머니의 턱과 양팔, 가슴 등에 선명히 남은 멍 자국을 확인했다고 한다.

 

노모가 맞았다고 주장한 시각은 지난 4일 저녁으로, 가해자로 지목된 요양보호사도 사건 당일 ‘실랑이’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폭행 의혹은 전면 부인했다.

 

A씨에 따르면 요양 보호사는 “그날 저녁 기저귀를 갈 때 안 드신 약을 발견하고는 ‘약을 안 드시면 안 된다’고 말했더니 어머니께서 ‘이년아’ 이러면서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며 “떼어놓기가 힘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몸에 멍이 든 것 같다”고 해명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요양원에서 70대 노인이 요양보호사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70대 노인의 팔과 얼굴 등에 남은 멍 자국. 딸 A씨 제공

 

이 같은 해명에 A씨는 “엄마는 침대 생활만 하고 있고 오른팔은 마비가 돼서 아예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오른팔에 멍이 든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며 “엄마 말로는 ‘요양보호사가 팔을 잡고 비틀어서 멍이 들었다’고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마비가 있는 노인의 손으로 멱살을 잡혔는데 떼어놓기 힘들었다는 게 너무 거짓말 같다. 평소 엄마가 자기들한테 심한 얘기를 하고 못살게 굴었다는데 그게 사실이라도 폭행으로 대응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으면 신고까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양측의 주장이 갈리자 A씨와 요양원 관계자들이 함께 CCTV를 봤지만 문제의 장면을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었다. 노모가 생활하는 공간이 파티션으로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파티션을 가리고 때린 것 같다. 엄마가 맞았다고 하는 장면에서 파티션이 흔들리고 발버둥 치는 장면이 분명히 찍혔다. 충분히 폭행이 의심된다”며 “치매가 있다고는 하지만 없는 얘기를 구체적이고 반복적으로 말할 정도로 인지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해당 요양보호사의 해고를 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요양원 측은 CCTV에 정확한 장면이 녹화되지 않았고, 요양보호사가 폭행 의혹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일방적으로 해고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노인의 경우 피부가 약할 뿐 아니라 목욕 등을 위해 운반할 때 약한 접촉에도 쉽게 멍 자국이 생겨 멍 자국만으로는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A씨는 지난 10일 어머니를 퇴원시키고 집으로 모시고 온 후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요양원 내부 CCTV를 추가로 분석하고, 조만간 피해자 등을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A씨는 “저희는 폭행을 확신하는데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니 명명백백히 밝혀보자는 것”이라며 “때린 사람은 없는데 피해자는 있는 게 말이 되냐. 치매 환자를 그렇게 대할 거면 운영 안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이어 “요양원 내에서 약한 노인을 상대로 폭행이 빈번히 발생하고 최근엔 사망 사건까지 발생했는데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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