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이어지며 24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아직도 적합한 인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미 경제전문매체 CNBC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경직적인 구인 방식, 재택근무를 비롯한 업무 환경에 대한 노사 인식 차이가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월 IT 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각각 1만 명, 1만2000명을 정리해고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지난해 11월 1만1000명을 정리해고했던 메타(Meta)는 지난 14일 1만명을 추가로 정리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크런치베이스’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 17일까지 미 IT 기업들이 총 24만명을 정리해고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14만명, 그리고 올해 들어 10만6000명이 정리해고된 것이다.
조금 더 높은 추정치도 있다. 기업 발표자료와 언론보도를 기반으로 IT업계의 정리해고를 추적하는 플랫폼 레이오프스(Layoffs.fyi)는 작년 한 해 동안 총 1051개의 기업에서 16만1000여명, 그리고 18일 기준 올해 501곳의 테크기업에서 13만9000여명의 정리해고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발표된 정리해고 예정 인원이 30만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리해고 물결에도 IT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원하는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인재 알선 및 재교육 회사 제너럴어셈블리(GA)가 1000명의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거의 90%에 달하는 인사팀에서 기술 분야의 인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IT기업 컨설팅 회사 잔코 어소시에이츠(Janco)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10만9000개의 IT 분야 일자리가 미충원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A의 인재 및 운영 담당자 루페 콜란젤로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의) 기존 채용 방식이 너무 반응이 느리기 때문에 효과를 못 보고 있다”며 이들의 경직적인 채용 절차가 채용에서 소외된 집단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콜란젤로는 Z세대 근로자의 절반만이 4년제 학위를 취득할 의향이 있는데, 기업이 4년제 대학 학위를 계속 고집한다면 이는 채용할 수 있는 인재 풀을 스스로 좁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콜란젤로는 기술 인재는 IT 업계 바깥에서도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일례로 ‘존 디어’ 같은 농업 회사는 일견 기술과 큰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트랙터에 상당한 양의 소프트웨어와 기타 기술을 통합했기 때문에 데이터를 식별할 수 있는 기술 인재를 고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기업은 기술 기업이다”며 이제 기술 인재들은 전통적인 IT 기업의 문만 두드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택근무 등 업무 환경에 대한 노사간 입장 차이도 구인·구직 불일치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 3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스타트업·IT 전문 구직 플랫폼 빌트인닷컴이 지난 1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0%의 구직자들이 재택근무를 원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지난 1월 기준 빌트인닷컴에 등록된 일자리 중 38%만이 재택근무를 허용했으며, 이는 지난해 3월 46%에서 현저히 낮아진 수치였다. 마리아 캐트리스 빌트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2026년까지 미국 내에서 120만명의 엔지니어 부족 인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격차를 고려할 때 지원자들이 원하는 유연한 근무 방식을 제공하는 기업이 인재 및 혁신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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