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합법적으로 판매되지만,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한국소비자연맹은 1984년부터 금연운동을 해오면서 여러 단체와 협력하여 경고문구 기재, 금연구역 확대, 흡연자에 대한 금연지원 등의 운동을 펼쳤다. 이러한 운동의 성과인지 과거 60%대였던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2021년 기준 3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회사원들이 흡연구역을 찾아 헤매고 배우들이 담배 없이도 진중한 연기를 보여주는 게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까? 흡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확실히 달라졌지만, 청소년이나 여성 흡연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부정적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흡연자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며 담뱃값 인상에 적극 반대했던 지인이 건강상의 이유로 금연을 결심했다는 소식은 소비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연맹이 해야 할 일이 더 많겠다는 사명감으로 다가왔다.

흡연은 흡연자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것을 넘어 비흡연자의 건강 불평등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정부는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 조기사망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 등 직간접적인 사회경제적 비용이 2019년 기준 12조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금연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다양한 지원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그동안 다양한 금연정책들이 시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와 담배연기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액상형 전자담배, 궐련형 전자담배, 무연담배 등 담배와 유사한 제품에 대한 정보는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담배로부터 개인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에서는 담배 중 유해성분 정보를 공개하여 국민 스스로가 자신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제도가 없어 소비자가 담배에 어떤 원료가 들어가고 유해한 성분은 얼마나 있는지 아는 것이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제도 도입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담배에 함유되어 있는 유해성분이나 첨가물에 대한 성분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 법률이 2013년에 최초로 발의된 것을 시작으로 발의된 제·개정 법률만 총 11개에 이른다. 그러나 이해관계자들의 반대, 관계부처의 견해차 등 여러 이유로 담배의 유해성을 더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법률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국회에서는 꼭 국가에서 담배를 관리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소비자가 자신의 선택으로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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