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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만남展’ 현대한국화의 정의 내리다

입력 : 2023-03-16 20:07:48 수정 : 2023-03-16 22: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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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 박생광
강렬한 색감, 독창적 조형언어로 재탄생… 현대채색화의 가능성 개척

우향 박래현
전통적 관념서 벗어나 판화 등 여러 기법 접목… 무한한 확장성 제시

그야말로 위대한 걸작들의 위대한 만남이다.

현대 채색화의 무한한 확장성과 비전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눈길을 끈다. 내고 박생광(1904~1985)과 우향 박래현(1920~1976)의 2인전, ‘위대한 만남, 그대로·우향’전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전관에 내 건 ‘위대한 만남’이란 타이틀답게 두 작가가 남긴 ‘위대한 걸작’들을 한껏 만나볼 수 있다.

박생광, ‘무당12’, 1984, 한지에 채색, 136×139㎝(왼쪽) 박래현, ‘단장(丹粧)’, 1943, 한지에 수간채색, 131×154.7㎝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제공

박생광의 작품 181점과 박래현 작품 88점 등 총 269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포만감을 안겨 줄 만큼 전시장을 압도하는 작품들은 마치 미술사 교과서처럼 ‘한국화란 이런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그간 논문이나 도록 등에 소개됐지만 실물 공개는 처음인 작품이 대부분이다. 특히 보기 드문 박생광의 스케치 100점이 포함되어 의미가 크다.

작가별 특성을 고려해 관람 동선을 짰다. 박생광 작품은 십장생, 무속, 모란 등 소재별로 구분해 강렬한 인상의 채색화 작업을 중심으로, 박래현은 시대순으로 나누어 1940∼70년대의 다양한 시도와 변모 과정을 보여준다.

박생광의 작품 색채가 진한 탓에 먼저 박래현의 작품부터 감상하길 권한다.

박래현의 공간에 들어서면, 1943년 조선미술전람회 총독상 수상작인 ‘단장’, 그리고 김기창 화백과 함께 부부전에 출품했던 ‘부엉이’가 반긴다. 박 화백은 생전 “예술은 본디 마음의 휴식처를 제공하고 주변 환경을 좀 더 아름답게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순수미술을 기반으로 장식미술과 생활미술의 경계를 넘나든다. 중남미의 토기, 아메리카 원주민의 편물, 중국 고대 청동기, 우리의 백자, 소반, 맷방석, 떡살 등에서도 고유의 아름다움을 찾아내, 작품의 소재나 부분적 문양 혹은 패턴으로 응용한 점이 이채롭다.

수간채색 기법을 활용한 특유의 번짐 효과는 시대를 넘어선 현대 미감을 자아낸다. 1967년 상파울루비엔날레 참석을 계기로 다녀온 중남미 여행과 1973년까지 뉴욕에 체류하며 익힌 태피스트리(7점)나 판화(23점) 및 콜라주(2점)도 한자리에서 비교해볼 수 있다.

우향은 평안남도 진남포의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다. 1940년 일본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에 입학한 그해 조선미술전람회 창덕궁상에 이어 1943년 작품 ‘단장’으로 총독상을 받았다. 1956년 제5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대통령상, 1974년 제6회 신사임당상을 수상했고, 성신여자사범대학교 동양화과 교수를 지냈다.

남편은 ‘청록산수’로 유명한 운보 김기창이다. 생전 남편과 함께 동양화(한국화)의 전통적 관념을 타파하고, 판화·태피스트리(직물공예) 등 다양한 기법과 매체를 활용해 여성 특유의 감성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주목받았다. 특히 섬세한 설채(設彩)와 수간채색, 면 분할에 의한 독창적 화면구성 등 끊임없이 조형 실험에 매진했다.

박생광은 한국 채색화의 대가로 손꼽힌다. 호는 내고(乃古), ‘그대로’라는 뜻이다. 자신의 색채와 미감이 ‘그 자체로 한국적인 정체성을 대변한다는 믿음’으로 ‘그대로’를 호로 사용했다.

진주보통학교와 진주농업학교를 다녔으며 이 시기에 한국 불교계의 거목 청담 스님을 만나 인연을 맺었다. 1920년 일본 교토시립회화전문학교(지금의 교토예술대학)에서 일본 화단의 ‘근대 교토파’ 다케우치 세이호(竹內炳鳳), 무라카미 가가쿠(村上華岳) 등에게 새로운 감각의 일본화를 배웠다. 해방 후 돌아와 진주에 머물다가 서울 홍익대에 재직하면서 진채(塡彩)를 사용해 민속, 불교, 무속 등의 다양한 한국적 소재를 독창적인 조형어법으로 재해석해 주목받았다.

그의 작품 세계는 크게 수련기(1950년대 후반기), 추상화 시기(1950년대 후반~1974년), 2차 일본시기(1974~1977년), 한국적 미감의 전성기(1977년 이후) 등으로 나뉜다. 1980년대 백상기념관(1981년)과 문예진흥원 미술회관(1984년) 전시 등을 통해 한국화단에 큰 반향과 새로운 채색화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작품들은 강렬함을 넘어 신기, 광기 어린 ‘경이로움의 채색화’로 인정받는다.

1982년 인도 성지순례를 마친 후 말년의 작품들은 ‘박생광 스타일을 완성한 대표작’으로 분류된다. 1985년 파리 그랑팔레미술관 ‘르 살롱-85’ 특별 초대전에 참여해 세계 미술계에 한국 채색화를 알렸다. 한때 ‘왜색 화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투철한 창작 의지와 실험정신으로 마침내 확고하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이뤄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채색화 중심의 작품을 십장생, 불교, 무속, 용과 범, 모란, 단청 등 소재별로 구분해 이해를 돕는다.

미술평론가인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김윤섭 대표는 “수묵과 채색, 구상과 추상, 판화와 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넘나든 박래현 화백은 ‘현대 한국화의 무한한 확장성과 비전’을, 한국적인 색감이 지닌 강렬한 인상을 독창적이고 확고한 조형언어로 재탄생시킨 박생광 화백은 ‘전통적 미감을 기반으로 한 현대채색화의 가능성’을 명징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두 화가를 미술사적으로 재조명한 도록도 나왔다. 전시는 29일까지 열린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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