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투자 심리 자극 분석
美 금리인상 조절 기대감도 반영
금융당국 “예금 전액보호 검토”
가상자산 관련 미국 은행들의 파산에도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이틀째 급등하고 있다. 13일 2700만원 대를 맴돌던 비트코인 가격은 다음날 오후 3443만원까지 25% 넘게 상승했다. 전통 금융시스템의 불안감이 가상자산시장 기대를 키웠고, 미국의 금리인상 조절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가상자산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3일 0시10분 2724만원에서 14일 오후 10시10분 3443만원으로 이틀간 상승곡선을 그렸다. 비트코인이 3400만원 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오후 1시30분엔 3226만원으로 조정을 받아 상승폭이 다소 줄었다.
최근 일주일 새 파산한 미국 실버게이트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은 모두 가상자산과 관련한 은행이었다. 실버게이트은행의 예치금은 약 80%가 가상자산 산업 기반이었고, 시그니처은행 역시 예치금의 20~30%가 가상자산 관련이었다. 스타트업 전문 은행인 실버게이트은행은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 USDC의 준비금 일부가 예치된 곳이다.
악재가 불거졌지만 비트코인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국 재무부의 예금보호 조치로 급한 불이 꺼졌고 전통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 심리가 비트코인 투자심리를 오히려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자산 전문업체 펀드스트랫의 신 폐럴은 “이번 비트코인 랠리는 투자자들이 중앙은행 시스템의 취약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내다봤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은 ‘SVB 사태와 가상자산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줄어든 것이 이번 비트코인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코빗은 “연준의 긴축 사이클 종료가 가시화될수록 가상자산을 포함한 모든 위험자산의 가격 상승 가능성이 커진다”며 “미국 달러 담보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원활한 발행이 확보된다면 향후 점유율을 더욱 높여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달러와 가치가 일대일로 연동된 USDC의 패깅(가치유지)이 0.88달러까지 깨진 것은 시장 불안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직접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의 디패깅(가치유지 실패)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한동안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과 같은 비상 경제상황 시 고객 예금 전액 보호를 대응 카드로 쓸 수 있는지 점검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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