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둔포주민 91% “평택기지 소음 피해 경험”

항공기 운항 피해 보상 年 2.5억
평택시 4만여명 120억원과 대조
아산 시민 “3㎞ 내 사는데 제외”
충남도, 평택지원법 개정 토론회

충남 아산시 둔포면 주민 10명 가운데 9명은 경기 평택 주한미군기지 비행장 항공기 운항 소음으로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둔포 주민 중 소음 피해 보상을 받은 주민은 2.3%, 피해 보상 총액은 평택시의 2%에 불과했다. 충남도와 아산시가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평택지원법)’ 개정을 외치는 이유다.

충남연구원 임준홍 박사는 지난해 둔포 주민 150명을 대상으로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주민 피해 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14일 서울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미군 이전 평택지원법 개정 국회토론회’에서 발표했다.

미군이전 평택지원법 개정 국회 토론회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왼쪽 여섯 번째)과 김태흠 충남지사(〃 다섯 번째)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군이전 평택지원법 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주민의 91.2%가 비행장 항공기 소음 피해를 겪었다. 이날 토론회 패널로 나선 백락순 아산시 둔포면 소음대책위원장도 “미군의 상시 헬기 기동으로 인한 소음 관련 민원이 장기간 누적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소음 피해 보상을 받은 주민은 둔포 전체 3만300명 가운데 707명으로, 2.3%에 그쳤다. 보상액은 1인당 월 3만원씩, 연간 총 2억5000여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4만6000여명이 연간 120억원의 보상금을 받는 평택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또 미군기지 비행장 소음으로 주민 건강에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패널인 이병찬 한국교통대 교수는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작성된 소음 지도에 의하면, 둔포면 행정복지센터를 포함한 아산 일부 지역이 웨클(WECPNL) 80 이상 90 미만인 ‘제3종 구역’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컬럼비아대 보건대학원 피터 뮈닝 교수의 발표 논문에 의하면 60㏈(데시벨) 이상의 지속적인 항공기 소음은 인체에 심혈관 질환, 불안 장애, 암 질환 등 문제를 야기하며 최대 1년까지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웨클 80 소음은 5분 등가소음으로 환산 시 70㏈ 이상의 소음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산시민들은 둔포면이 미군기지에서 3㎞ 내에 위치해 동일한 영향을 받는데도 평택시 밖에 있다는 이유로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불평등하다며 평택지원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평택지원법은 서울에 있던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2004년 제정됐다. 주한미군기지 경계로부터 3㎞ 이내 평택·김천 지역은 2026년까지 마을회관과 소공원, 체육시설, 마을도로, 방음시설 등 주민 편익시설 설치에 국가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아산 둔포 8개 이(里·리)와 화성 양감면 6개 이, 구미 2개 동 등 16개 이·동은 미군기지 경계 3㎞ 내에 위치하면서도 평택·김천 이외 자치단체에 속한다는 이유로 국가 지원에서 제외됐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세 자치단체 주민들에게는 통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가 지원을 배제하는 법은 개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아산=김정모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