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향해 "대화 제의 받아들여 협상 나서야"
안보리 상임이사국 中·러의 거부권 오남용도 비판
최근 열린 영국·프랑스 정상회담 후 채택된 공동선언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북한의 잇단 도발을 규탄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숱한 제재 결의안 위반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양국 정상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사용 제한 등 안보리 개혁안 논의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14일 영국 정부 공식 홈페이지(gov.uk)에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선언문 전문이 게재돼 있다. 당시만 해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경제적 지원 강화, 기후변화 대응 협력,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밀입국하는 불법 이민의 철저한 단속 등 일부 의제에 초점을 맞춰 보도가 이뤄졌다.
수낵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공동선언문의 5번째 챕터 ‘외교정책 및 글로벌 이슈‘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다. 구체적으로 공동선언문은 “영국과 프랑스는 북한이 지난해부터 ICBM를 비롯해 전례없이 많은 숫자의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strongly condemn)”며 “이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언급했다. 두 정상은 “북한의 핵확산 위기에 맞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의 파트너 국가들과, 또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조정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북한 김정은 정권을 향해 “대화 제의를 받아들여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영국·프랑스는 핵보유국으로 나란히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도 하다. 안보리는 5대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과 2년 임기로 선출되는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나라가 반대하면 설령 14 대 1로 의견이 엇갈리더라도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민주적 의사결정의 기본인 다수결 원칙이 무력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북한이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여러 차례 도발을 저질렀으나 안보리는 아무런 제재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북한을 응원하는 중국·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탓이다. ‘북한에 불이익을 가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안보리 표결에서 13 대 2로 다수의견을 형성해도 실제로는 무용지물에 그치고 말았다.
이에 수낵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유엔 안보리 개혁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며, 거부권의 책임있는 사용을 지원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거부권의 책임있는 사용’이란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거부권의 오남용을 제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러시아의 경우 안보리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성토하고 러시아군의 철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려 할 때마다 홀로 거부권을 행사해 이를 막음으로써 국제사회에서 ‘거부권이 강대국의 방탄막이 되었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두 정상은 안보리를 확대하는 방안에 관해서도 의견일치를 봤다. 공동선언문은 “아프리카 대륙을 대표하는 상임이사국을 추가하는 등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을 나란히 늘려 총 25개국 정도로 확대함으로써 안보리를 개혁하는 방안에 관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