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운영 우려·경계 표현했다 생각”
권리당원 여론조사도 논의 중단
친명·비명 인적 쇄신안 싸고 충돌
고민정 “李 거취, 초가을쯤 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인 전모(64)씨가 숨진 뒤, 민주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인적 쇄신을 해법으로 내놓고 있지만 지도부에서는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인정하는 꼴이라며 맞서고 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 대표는 ‘비명(비이재명)계 달래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13일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된 것과 관련, 전날 다수 의원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에 간단한 소회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과거 자신의 SNS 게시글을 소개한 인터넷 기사가 대화방에 올라오자 “2016년 12월17일 성남시장 때 쓴 글이고 지금도 페이지에 남아 있다”면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에 대해 의원들이 당과 국가를 위한 충정으로 당 운영에 대한 우려와 경계를 표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SNS 게시글은 이 대표가 2016년 12월 당내 대선 경선을 앞두고 올린 것이다.
이 대표는 당시 “처음 겪어보는, 등 뒤에 내리꽂히는 비수. 정말 아프다”고 적었다. 자신을 향한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강도 높은 비난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달 체포동의안 부결 직후엔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영장 청구가 매우 부당하다는 것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확인해줬다”며 “당내와 좀 더 소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날 의원 단톡방에 ‘체포동의안 이탈표’에 대한 심경을 밝힌 것은 이 대표가 공언한 소통 강화책의 일환으로 비명계 끌어안기를 통해 내홍을 수습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 대표를 맡고 있는 강훈식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의원들 단톡방에 지난번 표결을 ‘우리 당이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였다’는 뉘앙스로 글을 썼다”고 전했다.
당 정치혁신위원회가 당무감사 평가에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항목에 ‘당무기여 활동’을 각각 신설하는 안을 논의하지 않기로 한 것도 당내 갈등 봉합책의 하나로 해석된다. 당 정치혁신위가 검토중이던 이들 방안에 대해 비명계는 반발해왔다.
이 대표의 비명계 달래기에도 최근 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당내 갈등은 재확산하고 있다.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당내 일부 주장에 대해 “초가을 정도에 판단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당내 상황에 대해 “이 대표를 지키자는 의견과 이 대표로는 선거가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비명계 전해철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총선 등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많은 분이 참여하는 탕평인사를 하면 당내 화합과 통합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당 주류인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성준 대변인과 김남국 사무부총장은 이날 각각 CBS·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체제가 아니라면 어마어마한 분열이 발생했다”, “이재명 체제에서 지지율은 안정적이었다”며 적극 엄호하고 나섰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떠밀려서 인선을 정비한다면 그것 자체로 대표에겐 부담”이라며 “현시점에서 인선을 한다면 자신에게 ‘사법리스크’가 있다고 자인하는 꼴 아닌가”라고 반대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