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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 사태’ 진화 나선 美…‘블랙 먼데이’ 피한 韓 금융시장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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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14 07:00:00 수정 : 2023-03-13 19: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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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 금융시장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사태’ 후폭풍으로 ‘블랙 먼데이’를 맞이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상승국면을 보였다. 미국 재무부가 SVB 예금자 보호를 선언하는 등의 조치로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화벽’을 쌓으면서다. 한국 정부도 대통령을 비롯해 경제·금융 당국 수장들이 철저 대비를 주문하며 상황 관리에 힘을 쏟았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 수출 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394.59)보다 16.01포인트(0.67%) 오른 2410.60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788.60)보다 0.29포인트(0.04%) 상승한 788.89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24.2원)보다 22.4원 내린 1301.8원에 마감했다. 뉴시스

◆SVB 사태에도 0.67% 오른 코스피…‘블랙 먼데이’ 피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0.67% 오른 2410.60에 장을 마감했다. 기관이 3077억원, 외국인이 179억원 순매수하며 장을 이끌었다. 당초 주식시장 폭락이 예상됐지만, 아시아 시장 개장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SVB 예금을 전액 보증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시장 불안감을 잠재웠다.

 

이 조치는 결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3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 스텝’(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연결됐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2.4원 내린 1301.8원에 마감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는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여력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3월 FOMC에서 금리 인상 폭이 25bp(1bp=0.01%) 수준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SVB 파산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공사(KIC)가 SVB 주식을 약 60억원어치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고, 삼성자산운용도 일부 펀드가 SVB 주식에 투자했지만 펀드 내 투자 비중은 0.01% 수준에 불과하다. 금감원은 국내 은행 및 비은행금융회사 모두 양호한 자본비율 등을 고려할 때 일시적 충격에 견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미국 SVB 파산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SVB 파산요인, 사태 진행 추이, 미 당국의 대처,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전날 정례회의에서 SVB 사태를 논의했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오전 각각 점검회의를 열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필요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냈다. 

 

사진=연합뉴스

◆수출 전선 경고등 계속…3월 1∼10일 수출액 전년 동기 대비 16.2%↓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액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6% 이상 줄어들었다. 수출의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가 글로벌 수요 둔화로 40% 이상 준 가운데 대(對)중국 수출 역시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는 등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수출은 감소한 반면 수입은 늘면서 올해 누적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00억달러를 넘어 지난해 전체 무역 적자액의 절반에 육박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3월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57억9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2%(30억5000만달러) 감소했다. 이 기간 올해 조업일수가 작년보다 하루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27.4% 줄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수출액이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는데 이달에도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액이 1년 전 대비 41.2% 줄었다. 반도체는 지난달까지 월간 기준 7개월 연속 역성장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석유제품(-21.6%), 무선통신기기(-31.9%), 정밀기기(-23.9%) 등의 수출액도 1년 전보다 줄었다. 주요품목 중 유일하게 승용차(133.7%)만 늘었다.

 

국가별로는 최대 교역국인 대중 수출이 35.3% 감소했다. 대중 수출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9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유럽연합(-6.2%), 베트남(-16.4%), 일본(-7.3%) 등도 줄었다. 반면 미국(5.6%), 인도(5.5%) 등으로의 수출은 증가했다.

 

이 기간 수입액은 207억8600만달러로 2.7%(5억6000만달러) 늘었다. 반도체(1.5%), 기계류(11.8%), 석탄(31.9%) 등에서 수입액이 늘었다. 이에 따라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49억9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227억75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478억달러)의 약 절반(4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정부, 수출 반등 위해 총력 대응…무역금융 2조원 추가 공급

 

정부는 수출이 빠른 시일 내에 반등할 수 있도록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이날 수출책임관회의를 열고 ‘수출 활성화를 위한 현장애로 해소 및 추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고금리로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수출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최대 362조5000억원으로 계획한 무역금융을 2조원 더 늘리기로 했다. 최대 0.6%포인트의 금리우대가 적용되며 이달 중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공급할 예정이다. 정보제공·컨설팅·취득비용 등 해외인증 원스톱 지원창구도 4월 중 만들어 수출기업의 편의를 높이기로 했다.

 

품목별 지원방안도 마련된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 수소차 등 미래차 핵심 기술을 조세특례제한법상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현재 신성장·원천기술 투자는 기업 규모에 따라 3∼12%의 세액공제를 적용받는다. 아울러 신규 선박 수주 증가세에 맞춰 조선업에 대한 산업은행·수출입은행 금융 지원 확대 방안을 만들고 선수금환급보증(RG) 특례 보증 비율도 현재의 70∼85%보다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사정 등 대외 요인에 휘둘리는 우리의 수출 구조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가 경기가 안정되는 하반기 이후부터 산업 구조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은 이미 자국 내에서 생산하자는 자국 중심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그간 우리가 공식이라고 생각했던 중국 중심의 수출 구조는 (효과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며 “(우리 기업이) 중국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에서 나와 국내로 들어오게 하는 유인책을 쓰는 등 안정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어 “반도체에 가려 신경을 쓰지 못했던 조선, 철강, 석유화학, 전기차 등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한편 로봇산업 및 디지털산업 등 21세기형 산업구조를 먼저 구축한다면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뉴시스

◆카카오·하이브의 ‘SM 인수전’ 끝나자 SM 주가 큰 폭 하락…23.48%↓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이 끝나자 SM 주가는 이날 큰 폭으로 하락했다. 카카오가 이달 26일까지 발행량의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지만 초과물량까지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서둘러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M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3.48% 하락한 11만3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카카오의 공개매수가 15만원은 물론 지난달 하이브가 제시했던 공개매수가 12만원까지 밑도는 수준으로 하락했다.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가 밑에서 매도에 나선 것은 카카오가 모든 공개매수 신청분을 소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SM 주식 발행량의 최대 35%를 공개매수하는데 이 물량을 초과하면 비율대로 고르게 나눠 매수를 진행한다. 신청 물량이 많으면 보유한 SM 주식 일부만을 팔 수 있는 셈이다.

 

공개매수 절차와 세금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의 계좌를 만들어 지점에 직접 찾아가야 한다. 전화나 팩스, 온라인 등 비대면 방식으로는 공개매수를 신청할 수 없어 다소 번거롭다. 신분증을 지참해 지점에서 청약서 등을 직접 작성해야 한다. 공개매수는 장외거래로 거래차익이 250만원을 넘는다면 22%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매매가액의 0.35%인 증권거래세도 발생한다.

 

하이브가 보유한 15.8% 지분의 향방도 소액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이브는 이수만 SM 전 총괄프로듀서와 갤럭시아에스엠 등으로부터 주당 12만원에 SM 지분을 매입했는데 이 중 일부를 공개매수로 처분해 차익실현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소액주주들의 공개매수 물량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SM 주가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기준 7만5200원에서 최근 경영권 분쟁에 따라 주가수익비율(PER) 40배에 달하는 15만원대까지 급등했는데 다른 엔터주 수준으로 조정이 이뤄진 측면도 있다.

 

반면 승자의 저주(경쟁에서 이겨도 과도한 비용으로 위험에 빠지는 상황) 우려를 불식한 카카오와 하이브 주가는 이날 상승세를 보였다.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4.65% 오른 6만800원에 장을 마감했고, 하이브는 3.21% 오른 18만9600원을 기록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SM 경영권 인수에 성공해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를 격상시킬 것으로 판단되고, SM과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등 카카오엔터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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