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 개조 추정
지상·해상서 각각 쏘는 능력 갖춰
신규 개발보다 저비용·효율성 높아
北 잠수함 노후화에도 71~83척 추산
일부 개조하면 탑재 가능 전력 상승
핵탄두 탑재 능력 확보 여부 미지수
북한이 12일 잠수함에서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최근 수년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집중해온 북한은 2021년 지상발사 순항미사일 첫 시험발사를 실시한 지 2년여 만에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까지 선보이며 전략적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잠수함에서 쏘는 중장거리 미사일은 핵전쟁에서 적 공격에 반격하는 제2격(second strike) 능력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북한이 반격 능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사일 1개에 플랫폼 2개… 단기간 개발 효과
북한이 처음으로 잠수함에서 발사한 전략순항미사일은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발사했던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을 잠수함 어뢰발사관에서 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 개발한 미사일을 지상과 해상 플랫폼에서 각각 발사하는 능력을 갖춘 셈이다.
지상발사 미사일을 해상용으로 개조하고, 해상에서 쏘는 미사일을 지상용으로 바꾸는 방식은 북한이 예전부터 구사했던 전략무기 개발 전략의 일부다. 기존 무기를 개조하거나 성능 개량을 실시해 발사 플랫폼을 다양화하는 방식은 전략무기를 신규 개발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든다. 한반도 유사시 한·미의 공격에 맞서 반격을 감행하는 데 필요한 전략무기 종류를 단기간 내 늘릴 수 있다. 탑재 부품이나 장비, 소재 등을 공통화할 수 있어 후속 군수지원 등을 포함한 운용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 내부 사정을 감안하면, 전략무기를 다양한 수단을 통해 발사할 수 있도록 하는 무기 개발 전략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 노후 잠수함 성능 강화로 이어질까
잠수함에서 쏘는 전략순항미사일의 등장은 북한 해군 잠수함 전력을 재평가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북한은 잠수함 71∼83척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부분 노후화가 심한 상태다. 이번에 미사일을 발사한 잠수함 ‘8·24영웅함’은 SLBM 시험발사 등에 투입됐던 실험함에 가깝다. 실질적으로는 냉전 시절 소련(현 러시아)에서 들여온 로미오급 등 구형 잠수함이 주력으로 쓰인다.
로미오급은 소음 수준이 크고 기술적으로도 뒤떨어진 잠수함이지만, 순항미사일을 탑재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8·24영웅함의 어뢰발사관에서 SLCM을 쏜다는 것은 북한이 보유한 로미오급 잠수함에서도 일정 수준의 개조만 진행하면 발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SLBM 운용을 위해서는 잠수함을 새로 건조해야 하지만, SLCM은 기존 잠수함의 개조만으로도 전략적 타격력이 갖춰질 수 있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SLCM 발사를 위해 구형 잠수함 개조에 나선다면, 지금까지는 낮은 평가를 받아왔던 북한 해군 잠수함 전력을 재평가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전략순항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제6차 핵실험 이후 벌써 6년이 지났다는 점에서 순항미사일에 탑재할 만큼 소형화된 핵탄두 설계·제작 능력은 확보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잠수함은 21인치급 어뢰발사관을 쓰므로, 순항미사일은 직경 533㎜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600㎜ 초대형 방사포보다 작은 직경을 지닌 초소형·초경량화 핵탄두는 북한이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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