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진단서로 병역 감면 혐의
래퍼·운동선수·한의사 등 적발
서류 조작 도운 공무원 등 구속
지난해 말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허위 뇌전증 병역비리’ 스캔들의 당사자 및 가담자들이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은 지난해 12월 합동수사팀을 꾸린 지 약 3개월 만에 래퍼 라비(30·본명 김원식), 프로배구 선수 조재성(28·OK금융그룹), 배우 송덕호(30·본명 김정현) 등 병역면탈사범 137명을 적발해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가운데 브로커 구모(47)씨와 김모(38)씨, 혐의를 부인하는 면탈자 2명, 조기 소집해제를 시도한 래퍼 나플라(31·본명 최석배)와 서울지방병무청 복무지도관 강모(58)씨, 서울 서초구청 공무원 염모(58)씨 등 7명은 구속기소됐다. 피고인 가운데는 대가를 받고 목격자 행세를 하는 등 범행에 적극 가담한 면탈자 가족·지인 20명도 포함됐다. 공범 중에는 한의사와 전직 대형로펌 변호사도 있었다.

병역면탈 범행을 주도한 브로커들은 의뢰인들로부터 거액을 받고 병역의무자 유형에 따라 의료기관과 병무청을 속일 ‘맞춤형 시나리오’를 제공했다. 의뢰인들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발작 등 뇌전증을 거짓으로 꾸며내 병무청에 허위 진단서를 제출한 혐의(병역법 위반·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
브로커인 구씨와 김씨는 의뢰인으로부터 각각 300만∼1억1000만원을 받았는데, 이들이 챙긴 범죄 수익은 구씨 13억8387만원, 김씨 2억1760만원에 달했다. 검찰은 범죄 수익 약 16억원을 추징보전 조치했다.
브로커 구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래퍼 나플라의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둘러싼 병역비리 혐의도 포착됐다. 검찰은 나플라와 그를 도운 공무원 3명을 구속기소하고, 나플라와 라비의 소속사인 그루블린의 공동대표 김모(37)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초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나플라의 출근 기록 등을 허위로 꾸며 병역면탈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병무청은 이날 수사 결과를 토대로 ‘병역면탈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뇌전증에 대해서는 대한뇌전증학회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신체등급 판정 기준을 보완키로 했다. 그동안 뇌전증 환자는 자기공명영상(MRI) 진단에서 이상 소견이 없으면 소변검사에서 나타난 약물 농도 등을 근거로 치료 여부를 판단하다 보니 검사 직전에만 약물을 복용해 농도를 높이는 등 악용 사례가 많았다. 병무청은 기존 소변검사뿐 아니라 혈액검사를 추가해 환자들이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았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면제율을 기록한 ‘요주의’ 의사 및 질환 리스트를 바탕으로 한 경보 시스템도 내년에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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