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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BI 유통·판매 규제에 경쟁력 상실… 부실 악순환 [심층기획-먼지 쌓이는 창업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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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14 06:00:00 수정 : 2023-03-14 02: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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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2021경평 269곳 중 45곳 C등급

‘2년 연속 부실’ 22곳 중 18곳이 대학
재정난·평가 부담 6곳은 사업권 반납

지원예산 2017년 264억서 올 98억 ↓
일부 대학 “시설 노후화 공실률 높아”

중기부 평가도 절대·상대 ‘오락가락’
“예산 줄어 차등 무의미… 효율화 고심”

규제에 막힌 대학, 지자체에 뒤처져
중기부 “국토부 협의해 규제 풀 것”

정부가 지정한 전국 창업보육센터(BI) 10곳 중 1곳꼴로 2년 연속 경영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정부로부터 2년간 운영비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년 전부터 감소 추세인 BI 예산은 올해 처음 100억원 밑으로 내려가 부실 운영이 더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BI 269곳 중 45곳이 2021년 경영평가에서 S, A, B, C등급 중 C등급을 받았다. 45곳 중 22곳은 2020년에도 C등급을 받았다. 2년 연속 부실 운영된 셈이다. 경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으면 다음 연도 운영비를 지원받지 못한다. 3년 연속 C등급이면 지정이 취소된다.

최근 성과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충남 창업보육센터 전경. 창업보육센터들은 등급이 낮으면 다음 연도 운영비를 못 받고, 시설·인력 투자 부족으로 다시 낮은 등급을 받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토로한다. 충남 창업보육센터 홈페이지 캡처

중기부의 BI 사업은 1998년 초기 창업자들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돼 20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전국 269곳 중 대학에 구축된 센터 비중은 약 80%다. 2년 연속 C등급을 받은 22곳 중 4곳을 제외한 서울여대, 경기대 등 18곳이 대학 내 센터였다.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센터에서 사업권을 자진 반납한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재작년과 작년에 총 6곳(서울벤처인큐베이터, 을지대 창업보육센터, 카이스트 창업보육센터, 디자인비즈니스스튜디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창업보육센터, 광주보건대학교 창업보육센터)이 사업권을 포기했는데, 일부는 운영 여력이 안 돼서, 일부는 각종 보고나 평가 부담을 피해 독자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BI 자격을 반납했다.

전남의 창업보육센터 전경. 

◆예산 감소에 현장은 악순환 굴레

BI 예산은 수년간 감소 추세다. 2020년 180억원에서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121억원이었다. 올해는 98억원으로 최저액을 찍었다. 2017년 예산이 264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6년 만에 절반 넘게 날아간 셈이다.

대학 BI들은 예산 감소에 따른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토로한다. 2년 연속 C등급을 받은 전남의 한 대학 BI 매니저는 “워낙 시설이 노후한 탓에 공실률이 높았고, 이 때문에 C등급을 받았다”며 “30개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매니저는 1명밖에 없는 점도 낮은 점수를 받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지역의 한 대학 BI 매니저도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 이중고가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기부 지원 예산이 예전보다 줄어든 데 더해 등록금도 오르지 않아 학교 입장에서는 BI에 예산을 더 투입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했다.

이달 말 완료되는 지난해 성과평가부터는 절대평가로 전환돼 70점 미만 센터는 지원을 받지 못한다. 중기부 BI 평가는 그간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오락가락했다. 2016년 평가까지 등급으로 하다가 2017년에 60점 이상과 이하 절대평가로 바꾸었고, 2020년에 상대평가로 다시 전환했다. 올해 시행되는 지난해 평가에는 다시 절대평가를 시행하는 동시에 낙제점 기준선을 과거 60점에서 70점으로 높였다.

중기부는 과거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전환한 이유에 관해 성과 중심주의 관점에서 더 엄격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평가를 다시 상대평가로 바꾸는 이유는 운영비 예산이 축소돼 차등 지급이 의미가 없어져서다. 올해 BI에 돌아가는 운영비는 센터당 2000만원꼴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예산이 많이 축소된 상황에서 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유통·판매 규제, BI 경쟁력 발목

예산 외에 불합리한 규제도 BI가 안고 있는 숙제다. 대학 안에서 운영되는 BI 경우 건축법에서 교육연구시설로 분류돼 입주 기업이 식품·의료 기기를 유통 및 판매할 수 없다. 유통·판매 업무 등의 제한이 없는 지자체 운영 BI와 형평성 문제가 지적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는 BI 자체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소로 작용한다.

지난달 대체육 개발 업체인 SY솔루션 박서영 대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벤처·창업기업 규제혁신 현장간담회’에서 이 같은 규제 애로를 토로했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학·연구기관 안에 설치된 창업보육센터의 입주 기업이 식품 유통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밝혔다. SY솔루션은 충북대창업지원센터에 2021년 입주했다.

중기부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국토교통부 소관 건축법을 손대야 하는 문제여서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국무조정실과 별개로 중기부에서도 국토부와 협의해 규제를 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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