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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스쿨존’ 사고 그 후 3개월여…인도 놓이고 보행자 보호 울타리 설치도

입력 : 2023-03-13 15:57:41 수정 : 2023-03-13 1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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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언북초 인근 어린이보호구역 보행환경 개선
인도 새로 놓이고 보행자 보호 위한 울타리도 설치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후문 인근 도로에 어린이보호구역 안내와 일방통행 등 노면 표시가 새겨져 있다. 학교 담장을 따라서는 인도와 보행자 보호를 위한 울타리가 설치됐다. 김동환 기자

 

“미끄럼 방지 포장을 위해 도로 폭을 재는 중입니다.”

 

13일 낮 12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인근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자신을 도로 미끄럼 방지 포장 관련 업체 소속이라고 밝히고 이같이 말했다. 거리 측정을 위해 쓰이는 이른바 ‘굴렁쇠자’를 잡은 채 학교 주변 도로 지도를 보던 이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 노면 표시를 제외한 도로면에 차량 미끄럼 방지 포장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언북초 인근 어린이보호구역 도로 총 574m 구간에 보행환경 개선 공사를 진행했다고 알린 강남구는 경사진 도로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열선 설치 그리고 미끄럼 방지 포장 등을 이달 말까지 모두 완료할 예정이다.

 

세계일보가 이날 살펴본 삼성로135길에서 학교 후문으로 향하는 약 7m 폭 도로에는 어린이보호구역 안내 표지와 일방통행 등 노면 표시가 새겨졌고, 초등학교 담장을 따라서는 새로 놓인 인도가 눈에 띄었다. 보행자 보호를 위한 울타리도 설치돼, 차량이 양방향으로 통행하고 인도 없이 ‘스쿨존 학교 앞’ 등 적힌 안내판 여러 개가 놓였던 사고 후 현장의 모습과 많이 달랐다.

 

지난해 12월8일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 음주운전 사고 현장에 이곳이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표시가 있다. 김동환 기자

 

지난해 12월2일 오후 4시57분쯤 언북초 후문과 연결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만취 상태로 자신의 차를 몰던 30대 운전자 A씨는 이 학교 3학년 학생 이모(당시 9세)군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로 같은 달 구속기소됐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0.08% 이상) 수준인 0.128%로 조사됐다. A씨는 사고 당시 집 주차장에서부터 약 930m를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했고, 이군을 충격한 후에도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처음에는 도주치사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나 법률 재검토 등을 거쳐 입장을 바꾼 후, 이 같은 일에 대해 유족에 송구하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 지역에 수년간 거주한 운수회사 대표인 A씨가 사고 장소의 위험성을 평소에도 잘 알고 있었고, 운전석에서 충분히 전방의 피해자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열린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왜 제자리인가’ 토론회에서 이모씨는 숨진 아들을 떠올리며 울먹였다.

 

이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들이 생각날 때면 그리움이 밀려와 (그 그리움이) 잔잔해질 때까지 목 놓아 울 수밖에 없다”며, “수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원인은 음주운전이지만 어린이보호구역임에도 아이를 보호하는 보행로, 울타리 등이 없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며 “이런 면에서 아들 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시스템적인 인재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우리 아들은 9년 1개월의 짧은 시간 저희 곁에 있다가 하늘의 별이 되었지만”이라고 말한 뒤 감정이 북받친 듯 다시 울먹이고는 “아들의 평소 마음을 고려할 때 동생, 친구, 앞으로 초등학생이 될 후배들을 위해 다시는 이런 (사고 같은)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를 주최한 태 의원은 “일어나지 말아야 할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며 “(사고가 난 언북초 현장을 둘러보니)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들이 어른들에 의해 숨지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어린이들의 생명권이 왜 지켜지지 못하는가”라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1월30일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 운전자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김동환 기자

 

강남구는 보·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관내 11개 초등학교의 보행환경 개선 등을 위한 용역 수행 등 관련 사업을 올해 8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보·차도가 구분된 관내 20개 초등학교도 서울시교육청·관할 경찰서·한국교통연구원 등과 합동점검을 벌여 안전상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할 방침이다.

 

언북초 학부모운영위원장인 권순호 변호사는 통화에서 “구청의 적극적인 공사로 학교 주변이 빠르게 정비가 됐다”며, “법령으로 정해진 범위 안에서 어린이보호구역을 조금 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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