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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블랙홀 파국 막자”… 카카오 판정승, 하이브는 실리 챙겨 [SM 인수전 타결]

입력 : 2023-03-12 18:23:31 수정 : 2023-03-12 19: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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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전격 합의 배경

SM 지분경쟁에 양측 주가 하락 등 타격
“상황 정리 필요” 공감대… 협상 급물살
카카오, 경영투명화 ‘SM 3.0’ 속도낼 듯

카카오, SM 팬 플랫폼 독자 구축 방침
하이브는 통합 주장… 협력 불씨 남아
“훼손된 K팝 이미지 회복부터” 지적

글로벌 한류 및 K팝 열풍을 선도한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둘러싸고 주식 인수전과 여론전을 펼쳐왔던 하이브와 카카오가 12일 극적으로 합의했다. SM 경영권은 카카오가 가져가기로 했으며, 이사진도 카카오와 SM 현 경영진이 추천한 후보들로 채워진다. 하이브는 카카오와 플랫폼 협업이라는 실리를 취하기로 했다. 한 달가량 진행된 ‘쩐(錢)의 전쟁’에서 느끼는 피로감과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전의 여파로 SM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 1월 7만∼8만원을 오가던 SM의 주가는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나서자 12만원을 넘어섰고 지난 7일 카카오가 15만원에 공개매수를 밝히자 장중 16만1200원을 넘는 등 요동쳤다. 하이브가 제2차 공개매수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등 한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전략적 동맹’ 맺은 K팝 제국들 12일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경영권을 갖게 된 카카오의 경기 성남시 판교 아지트 모습(왼쪽).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기로 하고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러다 보니 하이브와 카카오 둘 중 누가 SM 경영권을 가져가더라도 SM의 기업 가치를 훌쩍 뛰어넘는 비싼 값을 치러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 영향으로 하이브와 카카오의 주가 또한 떨어지는 등 주주들의 피해도 우려되자 ‘현 상황을 정리하자’는 양측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SM 인수 경쟁에서 아이돌 기획사가 추구하던 ‘선한 영향력의 확장’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정작 업계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인 아티스트와 팬은 안중에 없고 ‘돈’만 밝히는 기업 등 안 좋은 이미지만 부각되면서 K팝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금융감독원이 하이브의 SM 지분 공개매수 기간 카카오의 시세 조종 혐의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하는 등 금융 당국의 압박도 영향을 줬다.

어쨌건 SM은 ‘우군’인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게 되면서 현 경영진이 주창한 ‘SM 3.0’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SM 3.0’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원톱’으로 진행되던 음반 제작 방식에서 탈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SM은 특히 미래 먹거리의 핵심인 신인 육성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 올해 신인 걸그룹, NCT 도쿄, 신인 보이그룹, 가상 가수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더불어 카카오와 손잡고 하이브나 JYP 등에 비해 열세로 꼽혔던 북미 시장 진출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카카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웹툰, 웹소설 등 다양한 확장 지식재산권(IP) 개발도 추진할 전망이다. 캐릭터 사업에서 강점을 지닌 카카오와 협력해 다양한 굿즈 상품(MD)을 선보일 수도 있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협업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보인다. 하이브는 “플랫폼 협업”이라고 밝혔지만, 카카오와 SM은 “SM 3.0을 추진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팬 플랫폼의 경우 하이브는 ‘위버스’를 직접 운영 중이고 SM은 자회사 디어유를 통해 ‘버블’이란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합의 이전까지 하이브는 ‘위버스’로의 통합을 주장했다. 하이브 측은 “현시점에서 (카카오와) 정확한 협업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 실질적인 협력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갈 예정”이라며 “하이브가 가지고 있는 플랫폼은 하나다. 그쪽으로 이해해 주면 된다”고 밝혔다.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모습. 연합뉴스

반면 ‘SM 3.0’에서는 SM이 직접 운영하는 팬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플랫폼을 포함해 여러 사업 협력을 하이브와 할 예정으로, 큰 그림에 대해서는 합의했으며 향후 세부 계획을 논의해 발표할 계획”이라고만 말하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SM은 내부적으로 이번 인수전을 겪으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임직원을 추스르는 과제를 안게 됐다. 직원 대부분이 현 경영진 측을 지지했지만 가수 겸 배우 김민종과 작곡가 유영진 등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측 인사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온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해외 K팝 팬들의 입장에서는 하이브와 SM이 양립하면서 다양성이 유지된 측면이 있다. 이번 SM 인수전을 통해 훼손된 K팝 이미지를 복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이번 사태를 돌아봤다.


이복진·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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