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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감추거나, 코 밑 문지르면 ‘거짓말 신호’

입력 : 2023-03-11 01:00:00 수정 : 2023-03-10 19: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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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 언어, 의사소통 60~80% 구성
타인 행동 통해 생각 간파할 수도

손바닥 펼쳐 보여 ‘정직함’ 표현
아래로 향하면 권위 행사 제스처

위협 느낄 때 방어적으로 ‘팔짱’
고개 빨리 끄덕이면 인내심 한계

당신은 이미 읽혔다/앨런 피즈·바바라 피즈/황혜숙 옮김/흐름/1만8800원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서열이나 갈등 관계, 비밀 연애 중인 커플 등을 한눈에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그는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참석자들이 앉은 자리와 눈길, 손짓, 탁자 밑 다리 모양과 발의 방향 등을 이미 훑어봤을 것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입술이 침묵해도 손가락이 말을 한다. 비밀은 온몸에서 흘러나온다’고 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문으로 대배심 앞에서 증언하는 모습. 그는 거짓말을 할 때 4분의 한 번꼴로 코를 만졌다. 흐름출판 제공

첫인상 역시 외모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주고받는 메시지의 60∼80%는 몸짓 언어가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의 90%는 처음 만난 지 4분 안에 상대의 첫인상을 결정한다. 따라서 4분간 어떤 표정과 몸짓을 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에게 간파당하고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상대의 마음가짐이나 생각을 읽어내는 능력은 인간이 언어를 만들기 전부터 사용해 온 원시적 의사소통 수단이다. 음성과 문자언어가 발달한 후에도 몸짓 언어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정치인들이 대중 연설이나 TV 토론을 앞두고 전문가에게 트레이닝을 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분야 권위자이자 인간 행동 전문가인 앨런 피즈, 바바라 피즈 부부가 30년간 인간의 표정과 손짓, 발짓 등 보디랭귀지에 숨은 의미와 영향력을 연구해 2012년 출간한 ‘당신은 이미 읽혔다’가 개정판을 선보였다. 저자들은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컴퓨터 화면 너머로 소통하게 됐지만, 몸짓 언어를 읽는 방식이 새롭게 진화했을 뿐 그 영향력은 여전하다고 말한다.

앨런 피즈·바바라 피즈/황혜숙 옮김/흐름/1만8800원

특히 손은 보디랭귀지에서 성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손을 감추는 것은 입을 다문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직한 사람인지 구분하는 단서는 손바닥이다. 사람은 자신이 무장하지 않았고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줄 때 손바닥을 펼쳐보인다. 어린아이는 거짓말을 하거나 뭔가를 숨길 때 손바닥을 등 뒤로 감추곤 한다. 남편이 밤새 밖에서 놀다가 들어와 아내에게 변명을 늘어놓을 때 주로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팔짱을 껴서 손바닥을 감춘다.

손바닥으로 권위를 행사할 수도 있다.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는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의 경례는 권력과 독재의 상징이었다. 손바닥을 90도 각도로 세우지 않고 아래로 향한 채 악수를 청하는 것 역시 지배적인 성향 사람들의 전형적인 악수방법이다.

손짓으로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챌 수도 있다. 손으로 입 주변을 가리거나, 코 밑을 여러 번 재빨리 문지르거나,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한 번 살짝 만지는 동작 등도 거짓말의 신호다. 미국의 신경학자 앨런 허쉬와 정신과 의사 찰스 울프가 성추문 사건을 대배심 앞에서 증언하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분석한 결과, 클린턴이 진실을 말할 때는 거의 코에 손을 대지 않았지만 거짓말을 할 때는 순간적으로 얼굴 표정을 찌푸리고 4분에 한 번꼴로 총 26번이나 코를 만졌다고 한다.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 자세는 권위를 상징한다. 아돌프 히틀러의 경례 모습. 흐름출판 제공

가장 강력한 거짓말 탐지기는 다리다. 뇌와 멀리 떨어져 있는 신체부위일수록 무슨 행동을 하는지 잘 인식할 수 없는 탓에 얼굴 표정처럼 바로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긴장한 상황에서 얼굴은 웃고 있지만 탁자 밑으로 비비 꼬거나 덜덜 떠는 다리는 통제하지 못하는 것처럼.

팔짱의 경우를 보자. 우리는 편하거나 혹은 별다른 이유 없이 팔짱을 낀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가슴 앞으로 팔짱을 끼는 것은 심장과 폐를 보호하기 위한 선천적인 행동일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즉 위협적이거나 부정적인 상황에서 방어적인 의미로 팔짱을 낀다는 것이다. 상대 의견에 동의하지 않거나 관심 없다는 의사를 표현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팔짱 끼는 것을 피해야 할 듯하다.

국가 원수나 단체 리더들이 사진을 찍을 때 왼쪽에 서 있으면 악수할 때 위에서 누르는 자세를 취할 수 있어 더 강력한 주도권을 쥔 것처럼 보인다. 자리, 악수하는 손의 위치, 복장 등 모든 면에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에게 완승한 사진. 흐름출판 제공

같은 동작도 속도나 반복 횟수에 따라 다른 뉘앙스를 준다.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면 상대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이고, 빨리 끄덕이면 ‘충분히 들었으니 그만해라’ 또는 ‘나도 말 좀 하자’라는 뜻이다. 고개를 끄덕이는 속도는 말을 듣는 사람의 인내심을 의미한다.

상대의 몸짓을 보고 속마음 읽는 것은 타인을 마음대로 조종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때와 장소에 맞는 옷을 골라 입고, 상황에 맞는 억절한 어휘를 구사하는 것과 같은 침묵의 기술이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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