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 능력·사용 관련한 정보 공유 추진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 신설도 타진
공급망 재편서 韓 피해 최소화도 과제
전기차·반도체 불공평 대우 시정 시급
美, 尹 한·일관계 개선 결단 지지 표시
이전에 결정된 訪美 알리며 힘 실어줘
한국 대통령으로 역대 7번째 기록
바이든 취임 이후 마크롱 이어 2번째
의장대 사열·예포 발사 등 최고 예우
한·미동맹 70주년을 맞는 올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은 대북 확장억제 강화를 핵심으로 한 안보 분야, 공급망 협력을 포함한 경제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한 두 나라 관계의 격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과 중국 간 치열한 경쟁,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까지 더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신냉전 구도가 격화하는 가운데 한·미가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하기 위한 시험대는 물론 한·미·일 협력 강화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번 미국 국빈방문의 의미로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행동하는 한·미동맹’을 내걸었다. 방미 중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이번 국빈 방미를 통해 지난 70년간 한·미동맹의 역사와 성과를 짚어보고 앞으로 발전 방향과 그 세부내용을 더 구체화해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날이 갈수록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한·미동맹의 기본 임무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에 충실하고자 한다”면서 “윤 대통령의 국빈 미국 방문을 계기로 한·미동맹의 대북 핵 억제 실행력을 한층 강화할 방안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고 국빈방문의 의미를 강조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특파원들과 만나 “지금까지는 미국이 가진 핵 능력, 핵 사용 등 여러 가지 일련의 절차와 능력 등을 동맹국들과 거의 공유를 안 했고, 한국과도 거의 공유를 안 한 상태로 ‘자세히 알려 하지 말고 일단 우리를 믿어라’는 입장에 가까웠다”면서 “앞으로는 그것을 변화시키겠다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일본 언론이 미국 정부가 한·일 정부에 핵 억지력과 관련해 타진했다고 보도한 한·미·일 협의체 창설은 3국 간 확장억제 강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통화에서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 신설 얘기는 (정상회담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이 협의체가 신설된다면 과거 대북정책 공조를 위해 한·미·일 3국 사이에 만들어진 대북정책 조정감독그룹(TCOG·티콕) 회의가 부활하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티콕은 북한 미사일 위협과 대북정책 조율 및 정보공유를 위해 한·미·일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에 걸쳐 운영했던 차관보급 회의체다.
한·미 정상의 확장억제력 강화 논의를 통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 억제에 대한 양국 국방부 장관의 최상위 전략지침인 맞춤형 억제전략(TDS) 개정과 연합훈련 강화,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공유 등 주요 현안에서 한·미 군 당국 간 공조를 촉진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소식통은 “(현재까지) 미국이 구두로 해온 약속이 공동선언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데, 상징적으로 동맹의 결속력 강화를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 노력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대(對)중국 견제 정책에 따른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것은 이번 방미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 한국 기업이 대규모 대미 투자를 시행하거나 계획하고 있지만 현실은 전기차법(정식명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차별 조치,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가운데 대(對)중국 투자 금지 요건,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 등으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미국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자국 문턱을 높게 쌓고 있는데 우리가 안보 동맹국으로서 미국에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미 국빈방문은 이미 한참 전에 결정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날 미국의 국빈 초청 전격 발표는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선 윤 대통령의 결단을 지지하고 호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동북아 안보의 핵심축인 한·일의 갈등을 우려하며 한·미·일 공조를 추진해왔다. 윤 대통령이 지난 6일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동원피해자 배상 해법을 발표한 만큼, 미국이 이에 화답하며 윤 대통령의 행보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국빈 초청 발표는)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한 논의도 있을 전망이다. 우리 정부가 현재까지 ‘살상 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해서도 미국의 비공개 요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공급망 구축, 원자력 및 우주 분야, 청정에너지 및 사이버 첨단 분야 협력 등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尹, MB 이후 12년 만에 美 국빈방문… 美 상·하원 합동연설 성사 여부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4월 미국 국빈방문에 나서면서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역대 7번째 미국 국빈방문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외국 정상 방문 형식 중 최고 수준 예우를 받게 된다. 정부는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도 추진하고 있다.

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이뤄지는 것으로, 2011년 이명박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지금까지 한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은 이승만 대통령(1954년), 박정희 대통령(1965년), 노태우 대통령(1991년), 김영삼 대통령(1995년), 김대중 대통령(1998년), 이명박 대통령(2011년) 등 총 6회였다. 전두환 대통령은 2차례, 노무현 대통령은 3차례 각각 미국을 찾았지만 국빈방문은 아니었다. 박근혜·문재인 대통령 당시에도 국빈방문은 없었다.
외국 정상 방문 형식으로는 국빈방문과 공식방문, 실무방문, 사적방문 등이 있다. 각각의 방문 형식에 따라 의전상 차이가 있다. 특히 최고 예우를 받는 국빈방문은 정상회담 외에도 의장대 사열과 공식 환영식, 21발 예포 발사,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는 국빈 만찬, 고위급 환영·환송식 등으로 구성된다. 미국은 국빈 숙소로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를 제공하며 체류 비용도 부담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윤 대통령 부부를 직접 영접할 예정이다. 양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같은 해 동남아국가연합(ASEAN) 관련 정상회의 때 이후 3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갖게 된다. 방미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미국 정부 및 의회 주요 인사들과도 줄줄이 회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을 국빈방문한 정상은 지난해 1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일하다. 코로나19 등 여파 속에 미국은 국빈방문 연간 초청 횟수를 제한 중이다. 미국이 한·미동맹 70주년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하면서 그만큼 한국을 주요 동맹국으로 대우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핵 위협과 공급망 구축 등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에서 양국 공조를 더욱 강화해나가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도 추진하고 있다. 의회 연설은 현재 공화당 매카시 의원이 맡고 있는 하원의장이 결정한다. 현재 워싱턴DC에서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 일정을 최종 조율 중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매카시 하원의장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한국 대통령의 방미 시 싱크탱크 등에서 연설한 사례가 있었지만, 의회 연설이 성사되면 이것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통령의 6차례 국빈방문 중 상·하원 합동연설은 총 5차례 이뤄졌다. 최근 연설은 이명박 대통령의 2011년 방미 때와 1998년 방미 때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이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