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화재진압 중 구조요청에
화염 속으로 다시 뛰어들어가
임용 10개월밖에 안 돼 슬픔 더해
유족 “2년 만에 꿈 이뤘는데” 비통
“집 안에 할아버지가 있어. 이를 어째.”
6일 오후 9시쯤 전북 김제시 금산면의 한 농가주택은 시뻘건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앞서 화재 현장에 도착한 금산119안전센터 소방관들은 집 안에 있던 할머니를 부축해서 밖으로 대피시켰다. 할머니의 다급한 목소리에 성공일(30·사진) 소방사는 망설임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어릴 때부터 소방관이 꿈이었던 성 소방사는 모 대학의 소방방재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소방관 시험에 응시했지만 3번을 낙방했다. 4번 도전 끝에 합격한 그는 지난해 5월 소방사로 임관했다. 지난 10개월 동안 화재 현장을 찾았지만 이날은 그 어느 현장보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목조로 지어진 주택이어서 불길은 삽시간에 집 안 구석구석으로 퍼졌고 곳곳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동료 소방관들은 연신 물을 뿌리며 진압에 나섰지만 선뜻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성 소방사는 안에 있던 할아버지 옆에서 발견됐다. 동료 소방관들은 두 사람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두 사람 모두 끝내 회생하지 못했다. 불길 속을 향하던 거침없던 발걸음은 그의 마지막 모습이 됐다.
1993년 전주에서 1남1녀 중 첫째로 태어난 성 소방사는 열흘 뒤가 생일이었다. 그의 시신은 7일 오전 전북 전주시 송천동의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비보를 듣고 장례식장으로 달려온 성 소방사의 아버지는 “아들이 생일에 모두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라며 말을 끝내지 못했다. 그의 어머니는 빈소를 찾은 아들 동료들의 손을 부여잡은 채 “너희들은 이렇게 다 왔는데, 왜 우리 아들만 없느냐”고 울부짖다 쓰러졌다.
“뭣이 그리 급하다고, 혼자서 멀리 멀리 가버렸을까. 아이고, 아들 없는 세상은 어이할까.”
겨우 몸을 가누어 일어난 부부는 아들의 영정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며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영정 속의 성 소방사는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그의 사촌 형은 “동생은 어려운 일에 부닥쳐도 요령 피우지 않고 2년 만에 소방 공무원의 꿈을 이뤘다”며 “최근엔 여자친구도 생겨 좋은 일이 많을 거라고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비통해했다. 빈소를 지키던 동료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그 누구도 성 소방사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보내온 조화들이 도착했지만 성 소방사가 떠난 빈자리를 채울 수는 없었다.
빈소를 찾은 중앙소방학교 97기 교육생 동기들은 “멋진 소방관이 되자고 파이팅을 외쳤는데 이런 일이…”라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서승우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과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이 성 소방사의 빈소를 방문해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윤 대통령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마지막 가는 길에 한 치의 부족함이 없이 예우를 다하라”고 지시했다. 소방 당국은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라 성 소방관의 위험직무순직을 추진하고 있다.
영결식은 9일 김제청소년농생명센터에서 전라북도청장으로 치르며,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한다.
◆스러지는 영웅들 … “소방 인력확충·실전훈련 활성화를”
6일 성공일(30) 소방사와 70대 노인이 전북 김제 주택화재 현장에서 숨지면서 새내기 소방관의 안타까운 희생이 되풀이됐다. 지난해 1월 경기 평택 냉동창고 화재 후 일선 소방관들은 거리로 나와 “우리는 불 끄는 기계가 아니다”라며 재발방지를 촉구했지만 또다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인력 확충, 실전과 유사한 훈련, 드론·로봇을 활용한 진화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33분 전북 김제 주택화재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하던 금산119안전센터 소속 성 소방사와 70대 노인이 숨졌다. 성 소방사는 새내기 소방관이었다. 지난해 5월 임용돼 경력이 1년도 되지 않았다.
성 소방사를 포함해 최근 2년간 새내기 소방관의 순직이 반복되는 데는 교육시설·인력 등 안전 인프라 부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소방청은 순직이 발생했을 때마다 예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하나도 없었다”며 “예산과 인사가 국가와 지방정부로 이원화된 구조에서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교육 인프라 부족은 새내기 소방관의 희생을 초래하는 원인 중 하나다. 앞서 지난해 1월 평택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3명의 소방관 중 한 명인 조우찬(25) 소방사는 임관한 지 8개월 된 새내기였다. 2021년 6월 울산 중구 상가 화재로 숨진 노명래 소방사(29)도 경력 1년 5개월의 신참이었다.
평택 냉동창고 화재 이후 정부는 교육훈련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고 했으나 교육여건 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소방관에게는 실제 불이 난 듯 캄캄하고 열기가 솟구치는 환경에서 훈련하는 ‘실화재 훈련’이 절실하다. 그러나 전국 9개 소방학교와 4개 소방교육대 중 실화재 훈련시설을 갖춘 곳은 소방학교 6곳, 소방교육대 2곳으로 총 8곳에 그친다. 소방청은 2024년까지 모든 소방학교·교육대에 실화재 훈련시설을 갖추겠다고 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다급한 상황에선 평소 알고 있던 안전 수칙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며 “마음만 앞서가지 않도록 현장 중심의, 실질적인 안전 교육을 반복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방 인력 확충도 시급하나 정부의 공무원수 동결 기조로 충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제진주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미국, 유럽 소방관 순직 통계 등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순직 인원이 너무 많다”며 소방력 부족을 지적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2∼2021년 순직한 소방관은 총 44명에 달한다.
제 전 교수는 “아무리 사소한 현장이라도 인명 검색을 해야 하는데, 인명 검색을 하려면 2인 1조로 행동해야 한다”며 “2인 1조로 활동할 수 있는 소방력이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관계자는 “2인 1조가 안 되면 한 명이 혼자 화재 현장에 들어갔다 잘못돼도 구출할 사람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교육훈련 기간 확대와 함께 첨단 소방장비의 적극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화재현장) 진입 시 매뉴얼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며 “또 첨단 소방장비를 이용한 화재 진압, 구조 장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키고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평택 화재 이후 현장 지휘관의 대처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소방관들은 현장근무자보다 행정근무자가 승진에 유리하다보니, 현장경험이 부족한 지휘관이 배출되는 구조적 허점을 지적했다. 소방청도 새로운 화재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지휘관 자격인증과정을 신설했다. 그러나 소방관들은 자격인증보다 근본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비판한다. 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장지휘관은 화재진압 대원으로서 10년, 20년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현장에서 터득한 위험감수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여전한 안전불감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건축물의 대형화·다양화로 재난현장의 위험 요인이 증가하지만 안전 인식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가 최근 물류창고 건설공사장의 안전관리실태를 긴급점검한 결과, 시스템 비계 설치 미흡 등 안전 관련 문제점이 145건이나 발견됐다. 물류창고 건설공사장은 대표적인 화약고다. 2015년 김포 제일모직 물류창고 화재로 2명, 2020년 4월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로 38명, 2020년 7월 용인 양지SLC 물류창고 화재로 5명이 사망했다. 2021년 6월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에서도 소방관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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