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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미국이 中 봉쇄·탄압” 직접 비판

입력 : 2023-03-07 18:04:04 수정 : 2023-03-07 23:04:55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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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협회의서 “전례없는 도전” 공개 비난
관영매체도 발언 그대로 보도 ‘이례적’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미국을 직접 거론하며 중국을 ‘봉쇄’, ‘포위’, ‘탄압’한다고 맹비난한 내용을 관영 매체가 7일 이례적으로 그대로 보도했다. 그간 지도부 발언을 외부에 걸러 표출하는 관영 언론의 관례와 금기를 깬 이런 중국의 행태가 정찰풍선 격파 사태 등으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미·중 관계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회의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국가들이 우리에 대해 전면적인 봉쇄·포위·탄압을 시행해 우리 경제에 전례 없이 심각한 도전을 안겨줬다”고 공개 발언했다.

 

통신 등 중국 매체는 미국이 직접 거론된 시 주석의 이 공개연설 원문을 그대로 보도했다. 다만 영어 번역문에선 “국가(중국)가 안팎의 심오하고 복잡한 변화에 직면한 만큼 싸울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순화했다. 중국어 내용과 비교할 때 미국과 봉쇄·포위·탄압 등의 단어가 빠진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의 이번 공개 발언이 중국 최고 지도자가 그동안 자제해 온 이례적인 일탈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미국은 지난달 4일 자국 상공에서 발견된 고고도 풍선이 중국이 보낸 것이라며 보란 듯이 최신예 전투기와 미사일을 동원해 격추했다. 그전에도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등을 공공 영역에서 퇴출하며 중국을 압박했고, 최근에는 러시아에 대한 무기지원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국 봉쇄망을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시 주석이 냉전적 의미가 담긴 봉쇄라는 단어를 사용해 미국을 직격함으로써 민족주의적인 레토릭(수사)에 더 밀접하게 다가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협 회의에 기업인이 참석한 점을 고려해 최근 중국의 경기 침체가 제로 코로나 정책이 아닌 미국 등의 압박과 봉쇄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기 위해 미국을 직접 거론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상대국을 물어뜯는 ‘전랑(늑대전사) 외교’의 대명사로 불리는 친강 신임 중국 외교부장이 7일 베이징 미디어 센터에서 선임 뒤 처음으로 연 기자회견에서 각국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이날 중국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대명사로 불리는 친강(秦剛) 신임 외교부장도 “핵심이익 수호를 사명으로 삼을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거나 도발해오면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친 부장은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덕에는 덕으로 보답하되, 공격에는 정당하게 응대하면 된다’는 공자의 말을 인용한 뒤 “중국 외교는 충분한 관대함과 선의로 이뤄지지만, 승냥이가 길을 막고, 굶주린 늑대가 습격해오면 중국 외교관은 반드시 ‘늑대와 함께 춤을’ 추며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인디언을 학살한 초기 북미 대륙 개척 백인 모습을 담은 인기 영화 ‘늑대와 춤을’을 차용해 견제구를 던진 것이다.

 

친 부장은 그러면서 “전랑 외교는 말의 함정인데, 이 함정을 만든 사람은 중국과 중국의 외교를 모르거나 사실을 무시하거나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라고 서방측이 제기하는 자국 외교에 대한 비판에 대응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미국 측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을 따라 폭주하면 아무리 많은 가드레일이 있어도 탈선과 전복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의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은 자유와 개방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패거리를 만들고, 각종 폐쇄적이고 배타적 울타리를 만들며, 지역 안보를 수호한다면서 실제로는 대항을 유발한다”며 “미국은 공개적으로 ‘중국의 주변 전략 환경’을 만든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인태 전략의 진정한 목적이 중국을 포위하는 것임을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유럽에 대해선 우호적인 발언으로 미국과 갈라치기에 나섰다. 친 부장은 “중국과 유럽의 교류는 전적으로 서로의 전략적 이익에 기초해 독립적으로 선택한 것”이라며 “정세가 어떻게 전개되든 중국은 항상 유럽연합(EU)을 전면적 전략 파트너로 간주하고 유럽 통합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선 “누구도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려는 중국 정부와 인민의 결연한 결심, 굳건한 의지, 강대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1시간50분 동안 진행된 이날 회견에서 한국과 북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국 정부가 한·미,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자 중국이 견제의 시선을 보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장 기자회견은 매년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 한 번 열리기 때문에 중국 외교정책의 기조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자리다.

 

한편 중국 내각인 국무원은 국가데이터국 신설안을 담은 국무원 기구개혁 방안 건의안을 리커창 총리 명의로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제출했다. 7일 공개된 건의안에는 데이터국이 “디지털경제 발전 추진 계획 업무와 국가 빅데이터 전략 시행, 데이터 관련 기초 제도 및 인프라 마련, 데이터 자원 공유·개발·이용 총괄 등 임무를 맡게 된다”는 설명이 달렸다. WSJ는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 등에 분산된 데이터 통제 업무를 이같이 일원화한 최고 규제기관이 설립되면 중국 내 다국적 기업이 산출한 데이터의 외부 유출 등과 관련해서도 관리 감독을 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외국계 기업의 잠재적인 국가 보안 위반 혹은 외국 비즈니스 파트너와 공유하려는 데이터도 조사 대상이 돼 이를 둘러싼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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