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덤(fandom)은 광신자를 의미하는 퍼내틱(fanatic)의 ‘팬(fan)’과 영역이나 집단을 뜻하는 접미사 ‘덤(-dom)’의 합성어다. 특정 인물이나 분야에 열성적으로 몰입한 사람을 의미한다. 통상 연예·스포츠계의 팬들을 말하는데 한국식 팬덤 문화의 시초는 1980년대 초반 등장한 조용필의 ‘오빠부대’이다. 요즘의 대표적인 팬덤으로는 방탄소년단(BTS)의 팬클럽인 ‘아미’를 꼽을 수 있다.
팬덤 현상은 정치권으로 옮아왔다. 2000년대 초반 결성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곧이어 등장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집단은 ‘문파(文派)’ 또는 ‘문빠’라고 불렸다. 팬덤의 정치화는 시민들의 정치 참여 통로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문제도 적지 않다. 일부 극성팬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은 과잉 숭배하고, 경쟁자에게는 무한 적개심을 표출하며 공격을 일삼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팬덤은 ‘개딸(개혁의딸)’로 불린다. 정치지도자와 지지자 관계를 아빠와 딸에 빗댄 것부터가 유난스럽다. 개딸은 이 대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이탈표를 던진 의원 색출에 나섰다. 이들은 ‘공천 살생부’ 명단을 만들어 유포했고, 수배 포스터를 뿌린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급기야 개딸의 움직임은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대표 출당 시도로까지 이어졌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온 “이번에 이 전 대표를 민주당에서 영구 제명해야 됩니다”라는 청원에 어제까지 5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지난해 6월 미국 유학길을 떠난 이 전 대표가 이탈표의 배후라는 증거는 아무 데도 없다. 결국 차기 대선까지 이 대표 앞 걸림돌은 모두 치우겠다는 발상인데, 정상궤도를 벗어난 팬덤의 맹목적인 추종과 독선이 쌓여 폭력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더 개탄스러운 것은 이런 폭력적인 팬덤 정치에 친명(친이재명) 의원들이 편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팬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국민 마음은 떠나가기 마련이다. 어제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29%로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10%포인트나 뒤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