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걸 크러시/임치균·강문종·임현아·이후남/민음사/1만9000원
‘조선시대 여성’이라고 하면 요조숙녀와 현모양처라는 단어부터 떠오르기 마련이다. 어릴 때나 결혼해서나 ‘말 잘 듣는 것’만이 여성의 미덕으로 평가되던 시기였지만, 어느 시대나 그러하듯 이때도 ‘센 언니’들은 존재했다.

‘조선의 걸 크러시’는 조선시대의 실존 인물을 비롯해 역사적으로 실재했다고 알려진 여성과 이야기 속에서 캐릭터로 만들어진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모두 담았다. 저자가 ‘승정원일기’, ‘숙종실록’, ‘중종실록’, ‘경국대전’ 등 국가 공식기록뿐 아니라 민간의 야담집과 다양한 고전소설을 살펴 엄선한 인물은 총 40명. 소설 주인공이라는 허구 인물까지 여기에 포함된 것은 문학의 사회성 때문이다. 당대의 독자가 바라는 모습, 즉 사회상을 반영한다는 관점이다.
이들은 전쟁이나 독립운동 등에 투신하거나, 거침없이 복수를 실천하거나, 남성보다 뛰어난 필력으로 소설가·학자로서 두각을 나타내 이름을 알렸다. 남편 선택권이 없던 시기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며 시대를 앞서 나간 페미니스트도 있다. 불륜을 저지르고도 이혼을 시도한 남편에 맞서 9년간 소송으로 저항한 신태영,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문랑·효랑 자매, 14세의 나이에 남장을 한 채 충북 제천 의림지부터 금강산·설악산을 거쳐 한양 남산까지 오른 시인 김금원, 왜장의 목을 벤 기생 계월향 등이 대표적이다. 살인 계기나 남장 이유 등이 지극히 유교적인 충효관이나 정절의 의무와 관련된 부분이 있다는 점이 한계로 읽힐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행동이 당시 ‘파격’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딜레마 때문인지, 같은 사건을 놓고도 기록물의 성격에 따라 인물에 대한 평가, 사건 해석, 결말이 다르게 적히기도 한 점이 흥미롭다.
어쨌든 인기 드라마 ‘대장금’의 장금이나 ‘옷소매 붉은 끝동’의 성덕임, ‘다모’의 채옥 등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뤄나가는 진취적 여성상이 근거 없는 허구는 아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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