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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은 더 이상 육체노동 무시 말라”…제자리 임금에 한곳 모인 청소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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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02 18:19:36 수정 : 2023-03-02 18: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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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해부터 학교를 상대로 집회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학교 측은 ‘노동시간 단축’ 등을 이유로 임금 인상을 거부하고 있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은 시급 400원 인상을 요구하며 오는 8일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3·8 여성파업을 여는 준비위원회(여성파업준비위)’는 2일 서울 종로구 덕성여대 종로캠퍼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은 오는 8일 제115차 세계 여성의 날에 김건희 덕성여대 총장에게 시급 400원 인상을 요구하는 ‘여성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현재 시급은 2800원으로, 청소노동자들 요구대로면 시급이 3200원, 월 8만3600원이 된다. 이들은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액(440원)에도 못 미치는 요구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덕성여대 종로운현캠퍼스 운현궁 양관. 덕성여대 홈페이지 캡처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해 3월부터 시급 400원 인상을 요구해왔지만, 학교 측은 예산이 부족하고 이미 최저임금 이상으로 시급을 지급하고 있다는 이유로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 덕성여대 관계자는 “여자대학 중 등록금이 가장 적어 재정적 압박도 있고 비용을 절감하고 싶어하는 총장의 의지도 있어 협상이 안 되고 있다”며 “총장은 명절비와 휴가비까지 시급에 반영해서 현재 시급을 1만200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소노동자 노조 측은 교직원 임금이 오른 데다 물가도 오른 만큼 시급이 인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장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직부장은 “총장이 교직원은 호봉제로 매년 연봉과 수당이 오르는 것이 정당하다고 했다”면서 “그러면서도 청소노동자 시급을 올려달라는 요구에는 위화감을 조성하지 말라 했다”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재정적 압박이 있다는 해명과 달리 학교 수입은 늘었다. 노조가 요구한 임금 인상에 필요한 예산은 3000만원으로 추정되는데 이와 비슷한 수준의 금액이 예산으로 추가 책정됐다. 지난해 12월 덕성여대 추가경정예산 공고를 보면 총장 업무 명목으로 총장 교통비 2000만원과 법인카드비 700만원, 총 2700만원이 배정돼 있다.

 

청소노동자는 강도 높은 육체노동에 시달리지만 그에 합당한 임금 수준을 갖추지 못했는데 대부분이 여성인 만큼 구조화된 성차별의 일부라는 지적이 나온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 임금의 65.8%인 256만원에 불과한데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는 여기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조한진희 다른몸들 활동가는 “청소노동자는 주로 50~60대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며 “성차별, 연령차별, 학력차별, 직업차별이라는 복합 차별 현실에 놓여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임금 인상 협상에 나선 연세대, 이화여대 등 11개 대학 청소노동자 노조 중 유일하게 덕성여대만 협상을 마치지 못했다. 박 조직부장은 “지난해 9월 잠정 합의 이후 덕성여대가 합의하지 않아 임금 인상분을 지급할 수 없다던 대학들도 이제 인상분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며 “연세대와 이화여대 2곳만 지급하면 (임금 인상분을 지급하지 않은) 남는 건 덕성여대뿐”이라고 했다. 이광수 덕성여대분회 부분회장은 “총장이 책임자인데도 여전히 문제를 회피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박유빈·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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