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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자형 벨트’로 초격차 선도… ‘반도체 메카도시’ 거듭난다 [지방기획]

입력 : 2023-03-02 01:00:00 수정 : 2023-03-02 19:19:01
용인=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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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 생태계 조성 ‘착착’

플랫폼시티~반도체클러스터 연결
연구·생산·소부장 네트워크 구축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등 3곳 묶어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육성 도전

클러스터 기반시설 2026년 완성
2027년엔 SK하이닉스 첫 팹 가동
반도체고속도로·경강선 연장 추진
시·군 첫 반도체 육성·지원 조례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광활한 평원에 늘어선 군대 막사와 닮았더군요. 근로자들이 막사를 연상시키는 숙소들에서 쏟아져 나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봤어요. 엄청난 공정이구나, 대한민국의 경쟁력과 직결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상일 경기 용인특례시장은 지난 1월 미국 출장길에 마주한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삼성전자 제2 파운드리 팹(Fab·제조공장) 공사 현장을 이처럼 묘사했다. 올 연말 완공을 앞두고 생동감 넘치는 현장을 목도하며 기반시설 공사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를 머릿속에서 끄집어낸 것이다. 앞서 이 시장은 올해 초 미래먹거리 마련을 위한 ‘신성장전략국’을 가동했고, 취임 후 첫 번째 해외 출장지로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을 택했다. ‘키우고, 넓히고, 높이고, 지키는’ 전략에 따라 구상된 융합 첨단도시의 밑그림에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서였다. 애플·테슬라·델 등이 몰린 ‘실리콘 힐스’ 오스틴을 거쳐 풀러턴과 테일러로 이어진 2주간 강행군의 배경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L자형 반도체 벨트’에 방점…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노려

국내 반도체 산업이 태동한 용인특례시가 ‘글로벌 반도체 중심도시 추진 전략’을 앞세워 선도도시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2일 용인시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융합 첨단도시의 청사진은 ‘L자형 벨트’ 구축에 방점이 찍혔다. 플랫폼시티에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연결해 반도체 생산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의 집적화를 동시에 이룬다는 복안이다.

이렇게 그려지는 L자형 벨트의 총면적은 642만㎡(약 194만평)에 달한다. 시는 이 중 플랫폼시티와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의 3곳(560만㎡)을 묶어 집적화된 특화단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지난달 27일 마감된 경기도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산업통상자원부 주관)에는 용인 외에 화성과 평택, 이천, 안성, 고양, 남양주의 7개 기초지자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의 3개 분야를 모집하지만 도내에선 모두 반도체 분야에 쏠려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정부는 올 상반기까지 첨단전략산업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특화단지를 선정할 방침이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인허가 신속 처리, 용수·전력 등 핵심 기반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R&D) 지원, 세액 공제와 부담금 감면 등 파격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해 7월 용인 플랫폼시티의 27만㎡ 규모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이용해 R&D부터 제조 공정을 아우르는 반도체 소부장 전용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플랫폼시티는 총사업비 6조2851억원을 투입해 기흥구 보정·마북·신갈동 일원 275만7186㎡에 복합자족도시를 조성하는 개발사업이다. 2029년 준공이 목표다.

 

용인시는 최근 처인구 원삼면 독성·고당·죽능리 일원 415만㎡에 들어설 반도체 클러스터 산단의 핵심 기반시설 조성 공사를 순조롭게 이어가며 궤도에 안착시켰다. 공정에 속도가 붙으며 공식 착공식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전경. 용인시 제공

이곳의 전력과 용수 공급, 하수 처리 등 관련 시설이 2026년 완성되면 2027년 상반기쯤 SK하이닉스의 단지 내 첫 반도체 팹이 가동된다. 이 산단은 시행자인 용인일반산업단지㈜가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SK하이닉스가 약 120조원을 투자해 4개의 반도체 생산 공장을 조성한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과 겨룰 300㎜ 기반의 미니 팹이 국내 처음으로 2027년까지 구축된다는 계획도 최근 공개된 바 있다.

지난해 5월 착공한 전력 공급시설 공사는 지난달 말 기준 공정률 17%를 기록하고 있다. 안성시 고삼면에 있는 신안성변전소에서 처인구 원삼면까지 6.46㎞ 구간에 터널식 지중송전로와 변전소를 건설한다. 이곳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사용하는 연간 전력량은 약 2만1440Gwh로 전북도민이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과 비슷하다.

용수 공급시설 설치 공사도 취수원인 여주시 남한강 여주보에서 이천시를 거쳐 원삼면에 이르는 36.9㎞ 구간에서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직경 1500㎜의 관로가 매설돼 하루 26만5000t의 용수를 공급하게 된다. 반도체 클러스터 산단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처리하기 위한 공공폐수처리시설도 2026년 말까지 설치된다.

본격적인 토목공사 추진을 위한 토지보상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중순 기준 산단 부지의 토지보상은 99%, 지장물 보상(소유자 기준)은 75%가량 진행됐다. 소유권이 확보된 곳을 중심으로 조만간 벌목과 가설물 설치 등 공사가 시작된다.

근로자들이 지난 2월 14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구 공사에 쓰이는 TBM 장비를 조립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글로벌 반도체 중심도시’ 전략… 기초지자체 가운데 첫 반도체 조례

‘반도체 도시’ 용인의 청사진은 풍성하다. 기흥캠퍼스 미래연구단지(108만㎡)와 처인구 원삼면 일대 반도체 클러스터(416만㎡), 기흥구 보정·마북·신갈동 일원 플랫폼시티의 소부장 연구·제조 시설(44만㎡) 등이 새롭게 조성된다.

아울러 기흥구 지곡일반산업단지(7만㎡)에는 세계 3대 반도체 장비 기업인 램리서치의 R&D센터가 조만간 문을 연다. 판교에 있는 본사까지 옮겨올 예정이다. 기흥구 미래도시첨단산업단지(11만㎡)에는 국내 1위 반도체·LCD 장비업체인 세메스가 들어온다.

남사읍 통삼일반산업단지(5만㎡)에는 세계적 반도체 중고장비 유통업체인 서플러스글로벌이 클러스터를 완공했다. 주변에는 미국 반도체 장비회사 온투이노베이션과 KLA,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 ASML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 밖에 처인구 이동읍 덕성·묵리 일대에 제2 용인테크노밸리 일반산단(27만㎡), 반도체 클러스터 인근 원삼반도체협력단지(24만㎡) 등도 계획돼 있다.

플랫폼시티가 들어설 용인시 기흥구 보정·마북동 전경. 용인시 제공

반도체는 집적화가 생명인데,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야 한다. 반도체고속도로와 경강선 광주∼용인 남사 연장 등을 시가 나서 추진하는 이유다. 경강선 연장은 경기 광주 삼동역에서 노선을 분기해 용인 모현, 이동, 남사까지 40.2㎞ 구간을 연장하는 것으로, 남사에선 수도권내륙선(동탄∼청주공항)과 연결을 꾀한다.

시는 시·군 단위에선 처음으로 반도체 육성·지원 조례를 만드는 등 남다른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 조례에는 산·학·연 협력 체계 구축과 경쟁력강화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겼다. 150억원 규모의 벤처창업 투자펀드는 관내 스타트업 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 힘을 보탤 예정이다.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반도체·인공지능(AI) 고등학교 설립과 관내 대학의 반도체 계약학과 개설도 이목을 끌고 있다. 2025년 개교가 목표인 반도체 고교의 경우 제조·장비·케미컬·AI의 4개 학과, 300명 규모가 될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와 수도권 최고 입지를 자랑하는 플랫폼시티가 L자형으로 이어지면 국내 최고의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상일 경기 용인특례시장

◆이상일 경기 용인특례시장 “용인은 8년인데 中 시안은 2년…규제 탓 반도체 산업 가동 지연”

 

“용인은 8년, 대만 가오슝과 미국 텍사스는 3년, 중국 시안은 2년이라고 하더군요. 반도체는 첨단산업의 쌀로 불리고 국가 전략산업인데 우리는 발목 잡히는 게 너무 많아요.”

 

이상일 경기 용인특례시장은 지난달 28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반도체 공장부지 선정부터 실제 가동에 들어간 시간을 비교해가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국가 경쟁력’을 언급하며 투명하고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적극적 행정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 용인시가 40일 만에 건축허가를 내줬던 세계 3대 반도체 장비업체 램리서치의 사례를 끄집어냈다. 용인에선 램리서치의 R&D센터가 조만간 문을 열고, 판교에 있는 본사까지 이전해 올 예정이다.

 

그는 “외국에서는 반도체 관련 시설을 이전하거나 신설할 때 지역경제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설명하면 주민 반발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 우리가 좀 배워야 할 게 있지 않을까 싶다”며 “우리는 행정은 행정대로 불필요한 규제를 통해 지연시키는 게 있고, 주민 반발을 의식해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시장은 “용인은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중심도시”라며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선도기업으로 하는 L자형 반도체 벨트를 중심으로 반도체 생태계가 잘 조성돼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청년들이 ‘인내의 남방한계선’을 용인이라고 한다는 말을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종종 듣는다”면서 “용인에는 대표 반도체 기업과 세계적 소재·부품·장비 회사들이 몰려 있어 기술·정보 교류가 쉽게 이뤄지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규모 반도체 벨트를 조성하는 용인에 배후도시가 없는 만큼 플랫폼시티에 주거·환경·교육·문화시설이 어우러진 1만호 규모의 정주공간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시장의 관심사는 반도체가 전부는 아니다. 시정 구호를 ‘용인 르네상스’로 정할 만큼 사람 중심의 복지와 문화, 예술이 어우러지는 따뜻한 시정을 꿈꾼다. 그는 “지금보다 나은, 발전된 용인을 만들자는 뜻”이라며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 교통·문화·복지 인프라 등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민 삶이 존중받는 따뜻하고 촘촘한 복지를 실현하겠다. 용인을 대표하는 사업들을 꾸려 ‘살기 좋은 도시’라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용인=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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