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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美 꼭두각시 우크라, 러에 이길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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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27 07:00:00 수정 : 2023-02-27 02: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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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전쟁 1년] ③ 전쟁의 향방(상)

권선징악식 상황 평가로 실제 전황 호도할 우려
푸틴 국정장악·군사력 볼 때 러 패배는 ‘희망고문’
美도 더 큰 전략 이익 위해 언제든지 러와 거래
서방 제공 공격용 무기는 ‘레드라인’ 넘고 있어
서방무기로 러 수세 몰릴 땐 전술핵 사용할 수도

“군사적으로 또 구조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이길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실질적 주체가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우크라이나의 볼도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은 워싱턴이 통제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기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견인하는 미국의 지원 없이는 전쟁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없습니다.”

 

러시아 전문가인 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장은 우크라이나전쟁의 향방을 둘러싼 시나리오를 설명하면서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승전할 가능성이 작음을 강조했다. 홍 원장은 “침략자 푸틴과 러시아가 패배해야 한다는 권선징악적 접근은 전쟁이 돌아가는 정확한 판세 파악을 방해한다”며 “도덕적 잣대에 경도되어 냉정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빠뜨린 채 부분적 사실로 전체 전황을 호도하는 국내외 보도가 적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이어 가능성은 작지만 서방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군이 수세에 몰릴 경우 러시아가 전세 역전이나 보복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에 전술핵을 사용해 핵전쟁으로 확전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2월24일 1년을 맞은 이번 전쟁의 향방은 어찌 될 것인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가능성 낮은 러시아의 패전

 

-우크라이나에 평화의 봄은 오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다가오는데 봄 같지 않은 봄이다. 우크라이나에는 언제쯤 진정한 봄이 올 것인가? 지구촌을 고통의 도가니로 내몬 우크라이나전쟁이 갈수록 장기적 소모전 양상을 보여 안타깝고 착잡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주에 전선이 고착된 가운데 뺏고 빼앗기는 지리멸렬한 공방전이 계속되면서 전쟁의 끝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려 5년간 지속한 1차 세계대전이 언뜻 악몽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게 세상의 이치이듯, 우크라이나전쟁 역시 언젠가는 그 끝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의 끝을 어떻게 보나.

 

“지난 1년의 전황을 분석해 볼 때 우크라이나전쟁의 향후 전개 양상과 종결 방식은 다음과 같이 크게 다섯 가지 시나리오로 나누어 추론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러시아의 패전이다. 봄철 대격돌에서 우크라이나가 군사적으로 승리하여 크림반도 등 기존 영토의 대부분을 수복하고 러시아를 국경선 밖으로 물리치는 경우다. 이 전망은 이론상 상정일 뿐 현실적으론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우크라이나의 후견국 미국도 이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 그런 인식은 지난해 11월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공개석상에서 ‘우크라이나가 군사적으로 승리할 가능성, 즉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격퇴하길 바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라고 언급한 데서도 확인된다.”

 

-러시아의 패전 가능성은 제로(0)라는 것인가.

 

“물론 러시아의 패주라는 블랙스완(Black Swan: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러시아에서 갑작스러운 권력 공백 또는 내전 수준의 분열이 발생했을 때 그렇다. 서구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건강 이상에 따른 유고 또는 암살, 군부 쿠데타, 반푸틴 시민 폭동, 체첸의 탈러시아화 무장투쟁, 괴물이 되어가는 와그너(Wagner)그룹 용병의 군사반란 등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선이 급속히 허물어져 헤르손 철수 때처럼 러시아군이 본토로 퇴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사에서 보면 내부 상황으로 대외전쟁이 중단되곤 했다.

 

“역사적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제정러시아와 독일이 전쟁을 벌이던 1차 세계대전 당시 차르 체제를 타도한 볼셰비키 혁명정부는 내우외환의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독일과의 전쟁을 지속해야 하고, 대내적으로는 황제를 추종하는 백군과 내전을 치러야 했다. 레닌은 갓 출범한 볼셰비키 정권의 생존을 위해 백군을 진압하는 내전에 소비에트 국가 역량을 최우선으로 집중해야 했고 그래서 독일과의 전쟁을 멈출 필요가 있었다. 1918년 3월 막대한 전쟁 배상금 지급과 방대한 영토를 할양한 브레스트-리톱스크 조약을 맺고 대독 전선에서 철수한 이유다.”

 

-그러면 현재 내부 상황에 따라 러시아도 전쟁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나.

 

“1차 세계대전 당시와 지금 러시아가 처한 상황은 여러 면에서 싱크로율이 낮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은 이른바 ‘지옥의 제재’를 가해 러시아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경제에 타격을 주고, 민생이 어려워진 루스키(러시아인)의 불만을 촉발해 대규모 소요를 야기하고 궁극적으로 푸틴이 권좌에서 축출되길 기대하나 현실은 이와 거리가 한참 멀다. 예상과 달리 러시아는 서구에서만 왕따를 당했을 뿐 고립무원의 사면초가에 놓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많은 비서방권 국가가 크렘린에 중립적이거나 우호적 태도를 보인다. 다극(多極)적 세계의 독자적 중심축인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물론이고 심지어 이스라엘,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조차 대러 제재에 가담하지 않았다. 푸틴의 확고한 국정 장악, 러시아 국가체제의 정상적 작동, 제재에 대한 내성(耐性) 확보와 경제력 회복, 특별군사작전에 대한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고려할 때 푸틴 체제 붕괴론 또는 러시아 패배론은 희망적 사고에 기댄 마타도어(흑색선전)에 가깝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인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할란데일 해변에서 시민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아돌프 히틀러로 표현한 선전물을 들고 전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할렌데일해변=AFP연합뉴스

◆ 호도(糊塗)된 우크라이나 전황

 

-외신 보도는 마치 러시아군이 패전 상황에 점점 빠지는 것처럼 나온다.

 

“우리는 현 우크라이나전쟁 상황을 ‘아니면 말고’ 식이 아니라 좀 더 사실관계에 근접하게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크렘린이 홀로 서방 전체와 맞서 싸우고 있어서 러시아가 고전하고 있는 것이지 전쟁에서 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흑색선전, 선동, 조작정보, 가짜뉴스,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경제력과 군사력에 의해 뒷받침되는 묵직한 힘이다. 도덕적 잣대에 경도되어 냉정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빠뜨린 채 부분적 사실로 전체 전황을 호도하는 국내외 보도가 적지 않아 아쉽다. 침략자 푸틴과 러시아가 패배해야 한다는 권선징악적 접근은 전쟁이 돌아가는 정확한 판세 파악을 방해한다.”

 

-그러면 우크라이나군의 승전은 쉽지 않다는 말인가.

 

“군사적으로 또 구조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이길 수 없다.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실질적 주체가 아니어서 그렇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정권은 워싱턴이 통제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기에 나토를 견인하는 미국의 지원 없이는 전쟁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 반면 러시아는 전쟁 승리에 필요한 모든 요소, 즉 자원, 인구, 경제력, 강한 근육질의 군사력, 심지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의 국제정치적 위상까지 보유하고 있다. 하물며 러시아는 유일하게 미국에 비견되는 세계적 핵 강국이지 않은가? 핵무기를 가진 나라는 전쟁에서 지기 어렵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패배를 두고 보겠는가.

 

“미국에 우크라이나는 끝까지 보호해야 할 소중한 동맹이 아니라 워싱턴이 더 큰 전략적 이익과 목표를 위해 언제든지 러시아와 거래할 수 있는 카드, 패다. 이미 도처에서 그런 움직임이 포착된다. 미국은 지난해 11월부터 러시아와의 엔드게임을 위해 저항하는 젤렌스키의 손목을 비틀면서 전쟁의 중단이나 강도 약화를 모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휴전 압박, 첨단무기 제공의 의도적 지연, 젤렌스키 정부의 부패 스캔들 폭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우크라이나 신용등급 하향 조정(Ca), 러시아 선수들의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참가에 대한 미국 올림픽위원회의 지지 표명 등이 적절한 사례일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하르키우 지역에서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발사한 소련 시절의 그라드 다연장 로켓이 불을 뿜으며 날아가고 있다. 하르키우=AP연합뉴스  

◆ 나토라인을 넘는 확전의 조건

 

-두 번째는 어떤 시나리오인가.

 

“전쟁의 불똥이 유럽으로 튀는 확전이다. 이른바 나토라인을 넘어 제3차 세계대전 또는 핵전쟁으로 비화하는 경우다. 이 시나리오는 예상되는 춘계 대격돌이 확대 재생산되어 전쟁이 걷잡을 수 없는 통제 불능의 방향으로 진행될 경우를 상정하나 그 가능성 역시 크지 않아 보인다.

 

작금의 우크라이나 전황은 대규모 병력 손실과 무기 고갈로 긴 교착 국면에 처해있고 몇몇 전략요충지에서만 국지적으로 간헐적 교전을 벌이는 소강상태인데,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모두 봄철 대회전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춘계 대격돌은 완전한 승리를 위한 전쟁의 확대보다는 이미 시작된 물밑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땅뺏기 싸움, 이른바 고지전(高地戰)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쌍방이 더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의 시간을 맞이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게 표출될 때,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지구 공멸의 아마겟돈(인류 최후의 전쟁) 위험이 생길 수도 있다.”

 

-확전의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무릇 모든 전쟁에는 돌발변수들이 수시로 등장해 상황을 예측불허로 몰고 간다.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전환점이 대개 위험한 지점이 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양측의 화력이 집중되는 춘계 대회전이 전쟁의 향방을 가늠하는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서구는 전쟁이 나토라인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의 수호에 초점을 맞춘 방어무기를 주로 제공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원칙들이 흔들리고 있다.”

 

-방어무기 제공의 원칙이 흔들린다는 것은.

 

“전세가 러시아 쪽으로 조금씩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나토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전력 보강을 위해 첨단무기 패키지 지원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최강의 기갑전력인 독일의 레오파드2(레오파르트2) 전차와 미국의 에이브럼스 전차, 지상발사형 소구경 폭탄(GLSDB)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모두 방어가 아닌 공격용 무기로 러시아가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어선다. 전쟁 분석가들은 최대 사거리가 150㎞ 이상인 정밀 타격 무기 GLSDB이 지난해에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 다연장로켓 하이마스(HIMARS)에 이어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서방 제공 무기로 우크라이나의 방어력이 높아진 것 아닌가.

 

“문제는 서구의 공격용 무기 제공으로 러시아가 다시 수세에 몰릴 경우다. 미국이 추가로 F15 전투기를 공여하고 여기에 우크라이나군이 나토의 통제에서 벗어나 하이마스의 두 배 사거리인 GLSDB로 크림반도나 러시아 본토를 때릴 경우 전쟁이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튈 공산이 크다. 러시아가 전세의 역전 또는 보복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에 전술핵을 사용할 수도 있다. 또 서구의 무기 지원에 대한 원점 타격 차원에서 동유럽 나토 회원국, 특히 폴란드에 대량살상무기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면 나토의 자동 군사 개입 조항에 따라 3차 세계대전, 나아가 핵전쟁이 눈 앞에 펼쳐지게 된다. 미·러 모두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회피하고자 노력하고 있어 가능성은 적지만, 전쟁의 우발성과 불가측성 그리고 푸틴 대통령의 잦은 핵 겁박 등을 감안할 때 배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우크라이나와 함께’라고 쓰인 우크라이나 국기를 든 우크라이나 지지자들이 지난 25일 워싱턴 링컨기념관 인근에서 행진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 종전은 가능한가?

 

-러시아의 패배나 확전 외의 시나리오는 무엇이 있나.

 

“세 번째 시나리오는 평화협정(조약)을 체결하고 전쟁을 끝내는 종전이다. 평화협정 체결은 보통 두 가지 경우로 진행된다. 먼저 전쟁의 승패가 결정될 때다. 전쟁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가 제시한 조건으로 협정이 맺어지는 경우다. 이때 평화조약은 전쟁의 승자가 패자에게 전리품을 합법적으로 빼앗는 외교적 요식 행위라 할 수 있다.”

 

-평화협정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향후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승리해 모스크바의 요구사항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전쟁을 마무리하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한 그 실현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서구는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가 승리하게 내버려 둘 수 없는 일이고 우크라이나 역시 항복을 완강히 거부할 것이다. 워싱턴 전략가들에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제국적 야망을 억제하고 동시에 유럽을 안정적으로 통제하는 데 매우 유용한 지정학적 쐐기에 해당하므로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워싱턴은 미국의 유라시아 패권 유지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항구적인 군사적 긴장의 원천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평화협정 가능성은 보이지 않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봄철 대공세에 맥없이 무너질 경우, 모스크바는 키이우를 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내 평화조약 체결 조건을 제시할 것이다. 예컨대 △우크라이나군 무장해제 △젤렌스키 정권 퇴진 △전쟁범죄자의 러시아 인도 △우크라이나의 전쟁 배상금 지급 △(점령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주 외에 영토의 추가 할양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에 대해서는 △대러 제재의 즉각 해제 △러시아 국경 인근 나토 회원국에 공격무기 배치 금지 △나토 군사 인프라의 1997년 이전 수준 복귀 △러시아의 배타적 영향권 인정 등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요구는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미국의 패권 유지와 안보 이익상 수용하기 어렵다.”

 

-러시아 우위의 평화협정 체결은 미국이 수용하지 쉽지 않을 것 같다.

 

“따라서 미국은 어떻게든 이번 춘계 대격돌에서 러시아의 공세를 막아내야 한다. 전쟁이 제3차 대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억제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최대한 지원해 전장에서 힘의 균형추를 맞추어야 한다. 키이우가 함락되지 않도록 워싱턴이 나토를 앞세워 우크라이나국방연락그룹(UDCG)을 창설하고 공격용 무기 제공을 결정한 이유다. UDCG는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서구의 시의적절한 무기 지원 공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출범한 국제 협의체다. 나토 회원국을 포함해 한국 등 5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AP연합뉴스

◆ 외교협상 단계로 접어든 우크라이나전쟁

 

-양측이 무력대결의 결과가 아니라 협상, 타협을 통해 종전에 합의할 가능성은 없나.

 

“전쟁의 승패를 떠나 협상으로 종전하는 경우도 있다. 승자 없는 장기적 소모전에서 교전 당사자들이 전략적으로 타협할 때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언젠가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타협에 의한 평화협정 체결은 러·우 양측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이해도 반영되어야 하기에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전선의 장기 교착과 지루한 전투의 지속은 우크라이나전쟁이 외교협상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암시한다. 무엇보다도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세계 경기 침체가 전쟁의 동력을 약화하고 조속한 외교적 수습을 압박한다. 실제로 지구촌 곳곳에서 심지어 미국과 유럽에서조차 교전국 간 타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결사항전을 외치던 젤렌스키 대통령도 결국 서구의 압박에 못 이겨 협상을 시사하는 ‘정의로운 평화’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언제든지 종전을 위한 협상 준비가 되어 있음을 누차 밝혔다. 이렇게 젤렌스키와 푸틴이 모두 평화를 언급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협상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평화협상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태평양의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크기 때문이다.”

독일 육군의 주력 전차이자 우크라이나 정부가 제공을 요청해온 레오파드2(레오파르트2)가 지난달 독일 서북부 노르트 라인베스트팔렌주 아우구스트도르프의 롬멜원수기지 야전훈련장에서 기동하고 있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인 지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레오파드2 전차 4대를 전달했다. 아우구스트도르프=AP연합뉴스

◆ 평화협상에 대한 러·우의 동상이몽

 

-우크라이나 측이 주장하는 종전의 조건은 무엇인가.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초 종전 협상론이 대두하자 평화구상 10개 항을 제시하는 가운데 △크림반도 등 러시아군 점령지의 완전 반환 △러시아의 전쟁 배상금 지급 △전쟁범죄 책임 추궁과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등을 협상의 성립 조건으로 내세웠다. 우크라이나의 이런 요구는 일면 당연하지만, 객관적 현실과 유리된 조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의 패배와 항복을 뜻하는 이런 조건을 크렘린이 수용할 리 만무하다.”

 

-그렇다. 사실상 러시아의 패배를 뜻하는 내용을 러시아가 수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실상 타협 거부를 의미하는 이런 경직된 협상안을 왜 제시했을까? 전후 맥락에서 다음과 같은 다차원적인 포석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러시아와의 기싸움과 수읽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 전달, 일종의 국내용 발언으로서 우크라이나 여론과는 동떨어진 성급한 협상 진행으로 야기될 수 있는 치명적인 정치적 내상 피하기와 더불어 종전 또는 휴전 이후 진행될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EU 조속 가입, 경제·군사 지원 등에서 서구에 더 많은 반대급부를 얻기 위한 계산된 앙탈 등이 그것이다.”

 

-러시아가 요구하는 종전의 조건은 무엇인가.

 

“모스크바는 공식적으로 협상의 전제조건을 내세우고 있지 않지만, 막상 협상 테이블에서는 점령지의 변화를 감안해 지난해 3월 29일 이스탄불 5차 협상에서 도출한 ‘가(假)합의안 + α’를 제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α’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탈취한 전리품을 법적으로 보장받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크라이나의 중립화·비핵화 지위 명문화, 외국군의 주둔 금지, 크림반도와 동남부 4개 주(헤르손·자포리자·루한스크·도네츠크)의 러시아 병합 영구 인정 등을 평화협정 체결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할 것이다.”

 

(4, 5번째 시나리오는 전쟁의 향방(하)에서 계속)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장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강연하고 있다. 홍완석 원장 제공

 

●홍완석 원장 약력

 

◆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장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어과 ▲한국외국어대 대학원 동구지역연구과 석사 ▲모스크바 국립국제관계대학교(MGIMO) 정치학박사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장 및 러시아연구소 소장 ▲외교부·국방부 정책자문위원(현)


김청중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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