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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꿀벌 등 꽃가루 매개자 보호를 위한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10년 안에 꿀벌 떼 폐사율을 15% 미만으로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벌과 나비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 전략은 2007년과 2008년에도 수립됐지만 당시처럼 관계 기관 14곳과 민간이 협력하는 대형 프로젝트는 처음이었다.

오바마가 팔을 걷어붙인 건 ‘꿀벌 실종’ 사태가 심각해서다. 미국 곤충학자들이 2014년 4월부터 1년간 양봉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벌떼가 전년 대비 4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꿀벌 폐사율(34%)보다 8%포인트 이상 상승한 수치다. 꿀벌이 사라지는 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캐나다에선 2012년과 2013년 겨울을 거치면서 꿀벌 떼가 29% 줄었고, 유럽에서는 같은 기간 꿀벌의 20%가 감소했다. 제초제·살충제의 무분별한 사용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인간이 재배하는 작물 1500여 종 가운데 벌이 수분(受粉·꽃가루받이)을 매개하는 종은 30%다.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을 매개로 수분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꿀만 없어지는 게 아니다. 농작물 생장이 타격을 입고 가격도 치솟게 된다. 작물 멸종과 생태계 파괴까지 부를 수 있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에 따르면 주요 작물의 85%가 꿀벌 감소로 생산량이 줄고 있다.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경고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우리나라도 발등의 불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남부 지방에서 주로 나타났던 꿀벌 실종 사태가 강원과 충청, 경기 등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78억 마리(전체 꿀벌의 17.8%)가 사라진 데 이어 올해는 최소 100억 마리가 추가로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전국 양봉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가하게 꿀벌이 사라지는 원인을 두고 양봉업계와 입씨름만 벌인다. 오바마 행정부처럼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를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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