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정책보좌관 등 거쳐
女 범죄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
스토킹 범죄·데이트 폭력 등
세분화된 통계 2024년부터 나와
피해자 요구 더 원활히 수용
경찰·시민 거리 좁혀져 보람
“여성 대상 폭력의 ‘피해자-피의자 관계’를 세분화해 고도화된 범죄 통계가 내년부터 새로 나옵니다.”
스토킹, 교제살인 등의 사례가 최근 우리 사회에 경고등을 울리면서 여성이 당하는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경찰청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과 연동된 범죄 통계에 관련 항목을 추가하기로 한 배경이다. 지난해 준비 작업을 마쳐 올해 집계되는 통계부터는 본격적으로 젠더 폭력 여부를 반영하게 된다. 이러한 진전을 주도한 이는 경찰청에서 최초로 여성 대상 범죄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조주은 여성청소년안전기획관이다.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집무실에서 만난 조 기획관은 여성학자로서 국회 입법조사관, 여성가족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거쳐 경찰 조직에 들어왔다. 2019년 12월 경찰청에 여성 대상 범죄 대응을 위한 여성안전기획관(경무관급)이 신설되면서다. 그는 “3년 넘게 근무하면서 피드백과 정책 효과를 즉각적으로 체감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이전에는 입법, 정책에 대한 보고서만 쓰다가 법 집행기관인 경찰청에 온 뒤로는 훨씬 더 적극적인 기획과 집행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기획관은 “업무 성격이 굉장히 많이 바뀐 셈인데, 경찰 조직과 제 성향이 맞아서인지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가부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여성단체 등과 경찰의 협업은 조 기획관의 존재감이 단연 두드러지는 분야다. 기존에는 외부 기관에서 여성 대상 폭력이나 사회적 약자와 관련해 경찰에 제언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어떻게 문을 두드려야 할지 난감했는데, 조 기획관이 오면서 한층 수월해졌다. 경찰청에 있는 여성 안전 관련 과만 10개에 달하는데, 조 기획관은 민원 내용에 따라 어디서 어떻게 다뤄야 할지 신속하게 판단해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계에서는 여성학자 출신인 그가 경찰 조직 중심부에 있다는 데서 든든해하고, “경찰과의 거리가 더 가까워진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경찰이 정책 수요자인 시민의 요구를 더 잘 수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조 기획관에게는 커다란 뿌듯함이다. 여성 대상 범죄 통계를 고도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이룬 대표적인 성과다. 이는 여성정책 관련 전문가와 비정부기구(NGO)에서 그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한 과제였다. 조 기획관은 “연인, 사실혼, 부부 관계에서 살해당하는 여성이 매년 있어 왔다”면서 “부끄럽지만, 경찰이 그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관련 통계가 개선되면 그에 기반해 적합한 대책을 세우고, 112 신고에도 보다 확실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여가부가 발표하는 여성폭력 실태조사,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 모니터링을 통해 집계하는 여성 대상 폭력 통계에 이어 경찰이 직접 이를 발표함으로써 보다 의미 있는 분석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조 기획관은 스토킹 가해자 관리에도 지금보다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채우는 방식에서 가해자에게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것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는데, 이렇게 법이 바뀐다면 그에 걸맞은 관제인력 등이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가해자가 눈앞에 왔을 때 피해자가 누르는 스마트워치와 달리 전자장치 부착은 국가가 먼저 가해자의 접근을 감지한다는 점에서 피해자 보호에 굉장히 필요한 조치”라고 부연했다.
인사가 잦은 편인 경찰 조직에서 3년째 거의 유일한 여성 지휘관으로 고위직을 지키고 있는 그의 존재는 여경들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조 기획관은 “경찰청 지휘부 회의 때 여성 기획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느낀다”며 “경찰이 창의적이고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보여 매우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독특한 입직 경로 탓에 때때로 동기가 없는 외로움을 혼술로 달랜다는 조 기획관은 사회생활을 하는 후배 여성들을 향해 “도전하는 여성이 되어 마음껏 기회를 쟁취하기를 바란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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