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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위 인구 대국의 유별난 한국 사랑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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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19 14:47:15 수정 : 2023-03-19 17: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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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과정 거치면서 외교관계 돈독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외교 맹주·창립국
외교부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1호·최초가 많은 나라”
해외투자, 유전개발, 한국형 무기 구입 등
간디 주한대사 “양국의 상대국 애정에 고마움 느껴”

“서울에 부임한 지 몇 개월 후인 지난해에 인도네시아를 가야 해서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오는데, 언론의 카메라 플래시가 연이어 터지더군요. 순간 “뭐지? 대사인 내가 유명인사가 됐나’ 하는 기분이 들기까지 했었는데, (웃음) 알고 보니 제 뒤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K팝 연예인들이 걸어나오고 있었어요.”

간디 술리스티얀토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앞쪽)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아세안 회원국 대사 등 초청인사들과 함께 준비된 음식을 접시에 담고 있다. 남정탁 기자

간디 술리스티얀토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가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도네시아 현지의 한류 사랑을 이야기하며 한 말이다. 간디 대사는 앞서 하루 전인 17일 서울 여의도 소재 주한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개최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 대사·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도 양국 관계 증진을 이야기하며,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간담회는 한·인도네시아 외교관계 수립 50주년을 기념하고, 2023년 아세안 의장국 인도네시아의 활동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행사에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 등 아세안 7개 회원국의 주한대사가 참석했다. 이들과 함께 아세안에서 옵저버로 활동하는 동티모르의 주한대사 정의혜 외교부 아세안 국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간디 대사, 한국문화 유투브에서 소개…“K팝 팬들 한국 사랑 뜨거워”

 

2021년 11월 부임한 간디 대사는 양국 관계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한국 사랑은 강렬하다”며 여러 사례도 제시했다. 일례로 방탄소년단(BTS) 팬인 아미 숫자가 두번째로 많은 곳이 인도네시아라고 설명했다. 발리 등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들의 인도네시아 사랑에 감사하다는 표현도 잊지 않았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역 완화로 재개된 가루다항공사의 인천∼발리 직항편의 경우 일주일에 2차례 이뤄지는 이·착륙 승객의 90%가 한국인이며, 이들 대다수는 신혼여행객이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그는 전했다.

 

인도네시아 대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지닌 간디 대사는 부임 이후 여러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정부·기업체 인사와 수시로 만남을 갖고 있으며, 자국민을 위해 유투브를 개설해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최근까지 올라온 유투브 영상을 보면 한국의 팁문화에서 이름, 음식문화, 계절, 예절문제 등을 두루 소개하고 있다. 주한 인도네시아대사관 측에 따르면 현직 인도네시아 대사가 자국민을 위해 부임지의 문화를 소개하는 유투브를 개설한 경우는 간디 대사가 유일하다. 

간디 술리스티얀토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가 17일 인터뷰에서 한·인도네시아 외교 수립 5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 증진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코로나19 상황이라는 특수한 상황변수를 제외한다면 양국은 해마다 교류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두 나라가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때는 1973년 9월이다. 양국은 올해 외교수립 50주년을 맞이해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도 관계 수립 반세기를 평가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정상외교…1980년대 초반 시동·2000년대 대폭 증가

 

정상들의 양국 방문은 어땠을까. 한국 외교부의 설명에 따르면 수교 직후인 1970년대엔 양국 정상이 상대국을 방문하지 못했다. 시기를 확장해보면 양국 정상들의 방문은 점차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정상외교의 시동은 군부 정권이었던 전두환 대통령과 수하르토 대통령이 각기 1981년, 1982년 상대국을 방문한 을 계기로 마련됐다. 민주화를 거치면서 양국 정상의 상대국 방문이 횟수가 늘어나고, 정상외교의 내용이 튼실해지고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수하르토 정권이 붕괴된 뒤 2000년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의 방한을 시작으로 역대 대통의 한국 방문이 꾸준히 늘었다. 한국에서는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을 거쳐 윤석열 대통령까지 5공화국 이후 역대 최고권력자들이 모두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방문은 상대국을 찾는 단순 국빈방문의 형식도 있었지만, 에이펙(APEC·아시아태평양협력체) 정상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의 일환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두 나라가 양자관계는 물론 다자외교의 중심국가로 활동을 증진시키고 있는 영향으로 보인다.

 

간디 술리스티얀토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가운데) 등 아세안 회원국 대사들과 정의혜 외교부 아세안 국장(오른쪽 세번째)이 17일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손을 맞잡고 화합을 다짐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지방자치단체들의 결연도 활발하다. 1984년 양국 수도 서울·자카르타를 시작으로 부산·수라바야, 광주·메단에 이어 2021년 충남·서부 자바에 이르기까지 양국 각기 30곳 가까운 지자체들이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외교부는 파악하고 있다.

 

기업들의 진출과 교류도 밀도와 강도를 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K팝과 K드라마 등 문화상품 수출의 핵심기지로 인정받고 있지만, 이전엔 여러 분야에서 ‘최초’ 혹은 ‘1호’라는 타이틀 가치를 부여한 희망의 땅이었다. 가령 코데코(한국남방개발)가 1968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면서 한국 최초의 해외투자 1호 기업이라는 자리를 차지했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이외에도 해외생산 공장 1호 타이틀은 미원(현재 대상)이 1973년 공장을 설립하면서 가져갔으며, 1981년엔 서마두라 유전개발에 공동 참여하면서 한국 최초로 해외유전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2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처음으로 해외사무소를 설치한 곳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였으며, 한국이 개발한 제트훈련기 T-50와 한국형 잠수함을 처음 구입한 곳도 인도네시아였다.

 

◆포괄적 동반자경제협정 발효…‘더 가까운 친구·동반자를 위하여’

 

양국 국회는 한·인도네시아 포괄적 동반자경제협정(IK CEPA),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비준해 지난 1월 ‘IK CEPA’ 효력이 발효됐다. 현대차 완성차 공장이 2021년 5월 준공되는 등 한국 기업들의 인도네시아 현지 생산 참여도 활발하다.

 

일련의 관계 증진과 관련, 간디 대사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한데, ‘IK CEPA’을 통해 양국 무역량이 증가하고, 기업들의 관심이 제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 정의선 회장이 인도네시아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며 “현대차에서 전기차 아이오닉을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하는데, 8월쯤 바틱을 주제로 아이오닉5 스페셜 에디션으로 내놓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양국 정부·기업 차원의 협력 못지 않게 않게 국민들의 이해 증진도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디 대사는 “수교 50주년을 맞이한 혀내는 G2G(정부 대 정부), B2B(기업 대 기업)보다 P2P(사람 대 사람)이 더 중요하다”며 “특히 젊은 층의 역할을 고려해 창의적인 기업가와 디지털 혁신가로 성장하도록 더 협력하자”고 제했다. 

김해용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왼쪽 일번째) 등 참석자들이 16일 서울 중구 소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센터 연례 이사회를 축하하는 리셉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아세안센터 제공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노동자에 대한 언급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서 근무하는 인도네시아 노동자(TKI)는 약 3만6000명인데, 이들 중 90%가 비숙련 노동자”라며 “양국 국민의 실질적인 협력 강화를 위해서는 숙련 노동자의 비율을 늘려야하며, 한국 정부와 대화를 시작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숙련 혹은 일정 수준의 숙련을 요하는 노동자와 관련해서는 “한국 지인들과 골프장 캐디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한국은 캐디 1명이 4명의 고객을 상대하는데, 인도네시아 캐디를 시범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더 가까운 친구, 더 든든한 동반자’를 외교관계 수립 50주년의 주제로 삼았다”며 “양국 공동체의 우정이 전파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얀마 평화 이행 노력·동티모르 아세안 회원국 가입 절차 첫발”

 

아세안 의장국 역할과 관련된 인도네시아의 역할에 대해서는 “올해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의장국인데, 제가  주한 아세안 대사관 모임인 아세안위원회(ACS) 의장직을 맡고 있다”며 “‘아세안은 중요하다’는 기조를 바탕으로 아세안의 중요성, 성장의 중심,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 이행을 중요하게 다루겠다“고 다짐했다. 미얀마 사태에 대한 질문에도 답을 내놓았다. “미얀마는 아세안 정상들이 합의했던 폭력 종식 등 5개 사안을 적극 이행해야 한다”며 “미얀마는 법치주의와 평화 이행 등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 3∼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동티모르 대표가 옵저버 자격으로 참가했는데, 11번째 회원국 가입을 위한 첫 절차였다”며 “동티모르가 아세안 공동체와 협력을 통해 서로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16일 별도로 개최된 서울 중구 한·아세안센터의 연례 이사회에서도 인도네시아의 역할이 강조됐다. 3년 만에 화상회담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열린 연례 이사회에서 이사들은 지난해 사업 성과를 평가하고,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승인했다. 특히 이날 밤 인근 롯데호텔에서 열린 리셉션에서는 주한 아세안 회원국 대사와 한국의 전현직 아세안 관련 고위외교관 등이 한·아세안 외교증진과 인도네시아의 역할론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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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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