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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와인은 싫다! …카니발처럼 신나게 즐기는 맥라렌베일 쉬라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23-02-19 11:04:55 수정 : 2023-02-21 16:48:02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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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사밸리 쉬라즈는 밀크초콜릿·맥라렌베일 쉬라즈는 다크초콜릿/캄보디아 아동 등 돕는 구호단체에 기부활동 펼치는 호주 맥라렌배일 터줏대감 몰리두커/맥라렌배일와인쇼 최고 와인 세차례 선정/메이필드호텔 매달 의미있는 와이너리 선정 스페셜 와인디너 선보이기로

 

몰리두커 카니발 오브 러브   

늦잠 잔 휴일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갓 볶은 신선한 원두 두 스푼을 전동 그라인더에 담아 곱게 갈아요. 그리고 핸드드립으로 방울방울 정성스레 커피를 내리죠. 처음엔 동전 크기로. 그 다음엔 메달 크기로 달팽이 원을 그리면서. ‘커피빵’이 예쁘게 부풀어 오르면 그윽한 커피향이 거실로 은은하게 번지기 시작합니다. 고소한 고구마향까지 날 정도니 오늘따라 아주 잘 내려졌군요. 맛있는 커피에 초콜릿이 빠질 수 없죠.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초콜릿 한입 깨어 물곤 다시 커피를 마시면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잔뜩 흐린 날씨마저 아름답게 만들어버립니다. 커피의 영원한 연인, 다크초콜릿 같은 와인도 있답니다. 호주를 대표하는 레드품종 쉬라즈에요. 다크초콜릿을 닮은 쉬라즈를 찾아 호주 맥라렌배일로 떠납니다.

 

맥라렌배일 위치   McLaren Vale Grape Wine & Tourism Association

 

맥라렌배일 위치 McLaren Vale Grape Wine & Tourism Association 

 

◆바로사밸리 쉬라즈 vs 맥라렌배일 쉬라즈

 

쉬라즈(Shiraz)는 호주 65개 생산지역 거의 모든 곳에서 재배될 정도로 호주 와인 역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표 레드 품종입니다. 호주 레드 품종 생산량중 46% 가량을 차지할 정도죠. 호주는 쉬라즈 생산량 전세계 1위라 ‘쉬라즈의 대륙’으로 불립니다. 호주 와인 역사는 유럽 정착민이 포도나무를 들여온 1788년 시드니에서 시작돼, 뉴사우스웰즈의 헌터밸리(1825년), 서호주(1829년), 빅토리아주(1834년)를 거쳐 남호주에 활짝 꽃을 피웁니다. 남호주는 가장 늦은 1837년에 포도재배가 시작됩니다. 남호주에서 쉬라즈가 가장 처음 식재된 곳은 바로사밸리(Barossa Valley)와 이든밸리(Eden Valley)입니다. 1860년대 전세계를 휩쓴 필록세라 공격에서 살아남으면서 이곳의 올드바인 쉬라즈들이 지금도 포도를 생산합니다. 두 곳을 합쳐서 바로사존(Barossa Zone)으로 부릅니다.

 

맥라렌베일 와인 로고  McLaren Vale Grape Wine & Tourism Association

 

맥라렌배일 해안가 풍경   McLaren Vale Grape Wine & Tourism Association 

바로사밸리와 함께 맥라렌배일(McLaren Vale) 애들레이드힐(Adelaide Hillis)도 남호주의 대표 쉬라즈 생산지입니다. 같은 쉬라즈 품종이지만 조금씩 스타일이 다릅니다. 아주 덥고 건조한 대륙성 기후를 지닌 바로사밸리는 백후추향과 밀크초콜릿이 두드러지는 가장 파워풀한 쉬라즈를 생산합니다. 세인트빈센트만과 근접해 지중해성 기후를 띠는 맥라렌배일은 흑후추향과 다크초콜릿 느낌이 좀 더 강합니다. 해발고도가 높은 애들레이드힐은 일교차가 커 산도가 더 생기발랄하며 당도와의 밸런스가 좋은 쉬라즈가 나옵니다.

 

맥라렌배일 올드바인  McLaren Vale Grape Wine & Tourism Association 

재미있는 것은 고품질 쉬라즈 와인일수록 스파이시한 후추향이 도드라진다는 점입니다. 호주에서 오랜 연구 끝에 1999년 쉬라즈를 비롯한 포도의 스파이시한 아로마는 ‘로툰돈(Rotundone)’ 성분으로 밝혀졌습니다. 인도와 중국에서 약용으로 사용하던 성분으로 일반 식물에서도 발견되는데 백후추와 흑후추에서 가장 함량이 높게 나옵니다. 로즈마리, 바질 같은 허브에서도 발견되고 포도에도 로툰돈 성분이 있지만 후추에 비해서는 아주 미량으로 16나노그램 정도입니다. 하지만 로툰돈 한 방울로도 올림픽 규격 수영장 전체에 후추 냄새를 풍기게 할 수 있다는 군요. 따라서 미량의 로툰돈이지만 와인의 아로마를 감각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맛과 향을 아주 직관적으로 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와인 초보자들도 즐겨 마실 수 있는 거죠. 서늘한 지역에서 자란 포도일수록 로툰돈이 더 많이 발현돼 서호주 마가렛리버(Margaret River) 쉬라즈가 더 스파이시한 풍미가 많답니다. 생산자들이 좀 더 서늘한 곳을 찾아 나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맥라렌배일 포도밭 전경 McLaren Vale Grape Wine & Tourism Association

 

애들레이드에서 남쪽으로 차로 45분 거리인 맥라렌베일 와인 역사는 1838년 존 레이넬(John Reynell)과 토마스 하디(Thomas Hardy)가 포도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됐으니 180년이 넘었습니다. 1850년 시뷰(Seaview)와 하디 와이너리가 설립돼 상업적인 와인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2023년 1월 현재 맥라랜배일 와이너리는 180곳으로 재배면적은 7308ha이며 이중 58%가 쉬라즈입니다. 이어 카베르네 소비뇽(19%), 그르나슈(5%), 샤르도네(5%), 메를로(3%)가 대표 품종이며 역시 필록세라를 피한 곳으로 올드바인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또 이탈리아 화이트 품종 피아노(Fiano), 베르멘티노(Vermentino), 레드품종 산지오베제, 바르베라, 몬테풀치아, 네로 다볼라, 스페인 레드 품종 템프라니요 등도 잘 자랍니다.

 

몰리두커 더 복서                      인스타그램

◆카니발처럼 신나게 즐기는 몰리두커 쉬라즈

 

‘WHERE WINE GOES TO HAVE FUN’. 홈페이지 첫 화면부터 즐기는 와인을 강조하는 이 와이너리는 맥라렌배일을 대표하는 유명 생산자중 하나인 몰리두커(Mollydooker)랍니다. 더 복서 쉬라즈(The Boxer Shiraz)가 대표 와인으로 익살스런 만화 캐릭터같은 권투선수가 그려진 레이블을 한번쯤은 봤을 겁니다. 자세히보면 오른손에도 낀 글러브도 왼손 글러브랍니다. 몰리두커는 호주 원주민어로 ‘왼손잡이’란 뜻입니다. 와이너리 오너 부부가 왼손잡이여서 이런 와이너리 이름이 탄생했습니다.

 

몰리두커 기부 활동      홈페이지

 

몰리두커는 혁신적인 포도재배와 양조방식을 도입해 호주 컬트와인을 대표하는 생산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매년 열리는 맥라렌 베일 와인 쇼(McLaren Vale Wine Show)에서 ‘맥라렌 베일 와인 킹 앤 퀸’에 해당하는 ‘부싱 모나크(Bushing Monarch)’에 세차례 선정됐고 올해의 호주 부티크 와인메이커와 올해의 호주 화이트 와인메이커로도 선정됐습니다. 또 로버트 파커가 99점을 부여하고 와인스펙테이터100대 와인으로 선정됐습니다. 사회공헌도 활발합니다. 몰리두커는 구호단체 3곳을 통해 캄보디아 등 굶주린 아이들의 배를 채우고 옷을 입히며, 교육을 하는 구호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와인을 마시면 자연스럽게 기부도 하는 셈이니 몰리두커를 즐겨 마셔야겠습니다. 몰리두커 와인은 씨에스알이 수입합니다.

 

메이필드호텔 모던 유러피언 퀴진 더 큐
더 큐 와인디너 페어링 메뉴  

최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은 이처럼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몰리두커와 와인들을 페어링하는 뜻깊은 디너를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메이필드호텔은 앞으로 매달 의미있는 와이너리를 선정해 모던 유러피언 퀴진 더 큐(The KEW)의 다양한 메뉴들을 페어링하는 스페셜 와인 디너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호텔 투숙객은 5%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몰리두커 오너 겸 와인메이커 사라 마르키스  인스타그램
몰리두커 벨벳 글러브   인스타그램

 

1991년 사라(Sarah)와 스파키 마르키스(Sparky Marquis)가 결혼하면서 시작된 몰리두커는 ‘마퀴스 프룻 웨이트(The Marquis Fruit Weight)’란 독특한 방식으로 포도의 품질을 정합니다. 포도의 벨벳같은 맛이 혀끝에서 얼마나 멀리 퍼져나가는지 측정해 혀 깊숙이 퍼질수록 높은 등급을 매깁니다. 최소 95%의 프루트 웨이트를 지닌 최상급 포도는 몰리두커의 플래그십 와인, 벨벳 글러브(Velvet Glove)를 만들고 러브 시리즈 와인은 85∼95%, 패밀리 시리즈 와인은 75∼85%, 레프티 시리즈 와인은 65∼75%, 펀 시리즈 와인은 55∼65%이며 55% 미만의 포도는 아예 포도양조에서 제외됩니다.

 

몰리두커 카니발 오브 러브 쉬라즈 

또 하나는 ‘빈야드 워터링 프로그램(Vineyard Watering Program)’입니다. 위대한 와인은 포도밭에서 시작된다고 믿는 몰리두커는 물을 주의 깊게 공급하는 시스템을 통해 수확을 최대한 늦춥니다. 이렇게 하면 포도의 완숙도를 높여 복합미가 뛰어난 와인을 빚을 수 있답니다. ‘몰리두커 쉐이크(Mollydooker Shake)’도 재미있네요. 몰리두커는 와인병입때 산화를 막는 이산화황 대신 자연 보존제인 질소를 주입하는데 잔에 와인을 조금 따른 뒤 다시 스크류캡을 닫아 거꾸로 들고 흔들면 질소가 병입구로 모여 뚜껑을 열면 날아간다는 군요. 이를 몇차례 반복하면 눌린 공이 다시 펴지듯, 와인의 맛이 활짝 살아난다고 합니다.

 

몰리두커 더 복서 쉬라즈   인스타그램

레프티(Leftys) 시리즈인 몰리두커 더 복서 쉬라즈는 맥라렌배일, 랭혼 크릭(Langhorne Creek) 쉬라즈로 빚으며 자두 등 신선하고 풍성한 과일향과 허브 아로마, 모카, 초콜릿향이 돋보이고 가벼운 오크향과 부드러운 질감의 탄닌이 어우러지는 우아한 와인입니다. 무엇보다 오크를 절제 있게 잘 다스린 점이 매력입니다. 미국 오크만 사용하며 새오크 비율은 25%입니다. 알코올 도수는 15.5%, 잔당은 리터당 0.6g입니다.

 

블루 아이드 보이
몰리두커 블루 아이드 보이 쉬라즈

 

루카 마르키스  홈페이지

패밀리 시리즈인 몰리두커 블루 아이드 보이 쉬라즈(Blue Eyed Boy Shiraz)는 쉬라즈 100%로 맥라렌 베일의 코퍼민 로드, 게이트웨이, 롱 걸리 로드 포도와 랭혼 크리크의 쉬라즈를 사용합니다. 레이블에 그려진 소년은 오너 부부의 아들 루카로 지금은 성장해 와이너리의 세일즈를 담당하고 있답니다. 새오크 비중이 더 복서보다 높은 55%로 블랙베리, 다크체리, 검은자두의 과일향과 오크숙성에서 오는 매혹적인 모카, 바닐라, 초콜릿, 비스킷향이 어우러집니다. 알코올도수는 15.5% 잔당은 0.6g입니다.

 

몰리두커 더 스쿠터 메를로 

 레프티 시리즈 몰리두커 더 스쿠터 메를로(The Scooter Merlot)는 맥라렌베일 롱갈리로드빈야드(Long Gully Road vineyard)의 메를로 100%로 잘 익은 자두향으로 시작해 잔을 흔들면 향신료, 초콜릿, 스파이시한 시나몬의 향이 피어 오릅니다. 특히 아주 맛있는 검붉은 과일향이 도드라지며 탄닌은 부드럽고 우아해 실크처럼 넘어갑니다. 오크터치는 과하지 않고 적절합니다. 스쿠터 경주를 즐기던 스파키에 바치는 와인입니다. 프렌치 오크 4%, 새오크는 31% 비중입니다. 알코올은 15%로 다소 높고 잔당은 0.4g입니다.

 

몰리두커 섬머 69 베르데호
몰리두커 섬머 69 베르데호

펀 시리즈인 섬머 오브 69(Summer of 69)는 베르데호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입니다. 스페인 품종으로 알려진 베르데호는 맥라렌배일 와인산업 태동때부터 심은 품종입니다. 감귤류 시트러스 계열 과일의 상큼함이 돋보이고 잘익은 복숭아향이 따라옵니다. 특히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느껴지는 미네랄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네요. 오너인 사라가 태어난 해인 1969년 여름을 기억하기 위해 와인 이름으로 담았습니다.

 

인챈티드 패스와 카니발 오브 러브 인스타그램
몰리두커 카니발 오브 러브 쉬라즈

 

인챈티드 패스(Enchanted Path)와 함께 러브페어(Love Pair) 시리즈를 구성하는 몰리두커 카니발 오브 러브 쉬라즈(Carnival of Love Shiraz)는 완숙도가 뛰어난 맥라렌 베일의 게이트웨이 포도밭에서 자란 쉬라즈를 사용합니다. 섬세한 레드체리, 블랙베리, 자두 등 과일향, 감초 등 허브향, 은은한 모카와 초콜릿이 어우러집니다. 미국산 새오크로만 만들어 볼륨감이 큰 풀바디 와인입니다. 알코올도수가 16%로 높고 잔당은 0.7%입니다. 왜 카니발일까요. 모두가 있고 싶어 하고 아무도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 곳이 카니발이란 점에 착안해 이런 이름을 붙였답니다. 사람은 모두가 사랑을 원하고, 누구도 사랑을 잃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인류에게 전하는 원대한 꿈을 담았답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알자스와 호주, 체코, 스위스,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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