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Physician Assistant)간호사는 의사의 진료·검사·수술 등을 보조하는 인력이다. 수술장 보조 및 검사·시술 보조, 검체 의뢰, 응급상황 시 보조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일손이 모자라는 의사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는 전문의가 하는 수술·시술을 거드는 PA 면허가 있다. 미국에서 PA간호사가 되려면 관련 면허를 취득하고 교육을 이수하는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미국 내 PA간호사는 2025년에 15만명이 넘는다는 전망이 나올 만큼 유망 직종으로 꼽힌다.
국내에선 의료계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2010년 도입됐지만 합법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급 종합병원 외과·산부인과·흉부외과 등 수술실에서 간호사가 의사와 함께 메스를 잡는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2015년 국회에서 전공의의 주당 최대 수련 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법이 통과되면서 PA간호사의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2016년 3353명이던 PA간호사는 2019년 4814명으로 43% 증가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의료현장에 1만명 이상의 PA간호사가 있다고 추산했다.
최근 삼성서울병원장이 방사선종양학과 계약직 PA간호사를 채용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의사단체로부터 고발당해 파장이 일고 있다. PA간호사가 공식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불법으로 채용했다는 것이다. 의사가 모자라는 현실을 타개하려면 PA간호사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병원 측 입장과 합법화하면 고비용이 드는 의사 채용을 막아 진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의 눈치를 보느라 PA간호사의 진료 보조 범위와 합법화 여부를 차일피일 미룰 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사 수를 늘리거나 PA간호사를 합법화해야 하는데, 의사단체는 둘 다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국내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7명보다 적다. 그럼에도 의대 정원은 17년째 동결이다. 기득권을 안 놓으려는 의사단체의 이중성이 가장 큰 문제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의사들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을 왜 선진국처럼 품어주지 못하는지 답답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