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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와 베이컨 [김셰프의 씨네퀴진]

입력 : 2023-02-18 17:00:00 수정 : 2023-02-17 21:28:26
김동기 그리에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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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가 점령한 세상… 평범했던 한끼의 소중한 가치

전쟁이라도 벌어진 듯 폐허가 된 뉴욕
반려견과 살아남은 주인공의 생존기
생존자들과 오랜만에 먹는 베이컨·계란
외로운 주인공에 특별한 가치로 다가와
美드라마 아침식사에 단골 등장 베이컨
취향에 따라 굽기 조절하면 풍미 더해
세상에 반려견과 단둘이 남았다면 난 어떤 생각을 할까? 좀비로 변해버린 사람들과 싸우며 백신을 개발하는 주인공의 고독한 싸움은 충분히 전설이 될 만하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는 인류가 멸망할 정도의 큰 재앙에 맞서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의 사투를 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

영화는 리처드 매드슨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윌 스미스 주연의 액션 드라마다. 유전자 조작으로 홍역 바이러스를 인체에 이로운 바이러스로 개발했다는 저녁 뉴스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리고 3년 후 대도시 뉴욕은 폐허로 변해 있다. 마치 전쟁이라도 벌어진 듯한 도시. 방수포로 덮여 있는 건물들과 통제된 거리는 무언가 많은 사건이 펼쳐져 있었던 듯 하다. 주인공은 반려견 샘과 함께 사슴 사냥을 위해 머스탱을 거칠게 몰며 인적 없는 뉴욕 시내를 질주한다. 사냥을 하던 중 해가 지기 전에 급히 집으로 돌아오고 꽤 오랫동안 혼자 있었던 듯 혼잣말을 하며 쓸쓸히 저녁밥을 먹는다. 전염병이 퍼진 후 인류는 멸망 직전까지 다가갔고 살아남은 인류의 5%는 좀비가 되었으며 그중 극소수만이 면역력을 가져 살아남아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주인공은 이런 재난 상황 속에서 좀비가 되어버린 괴물들을 피해가며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연구하고 매일 정오마다 라디오 방송으로 생존자들을 모으려 노력한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 장면

주인공은 임상 실험을 하기 위해 좀비를 잡는데, 이들이 빛을 보면 타들어가 사망하고 사람들을 잡아먹는다는 점에서는 좀비보다는 원작의 흡혈귀 설정에 더 가까운 듯하다. 반려견 샘이 사냥 도중 실수로 들어가버린 좀비의 아지트에서 여성형 좀비를 포획하는 데 성공하는데, 다른 것들보다도 덩치가 더 큰 분노한 좀비가 주인공을 노려본다. 영화는 긴장감의 연속이다. 분노한 좀비는 주인공과 대적하며 그를 궁지로 몬다. 바이러스, 좀비와 고독한 싸움을 하게 된 지 어느덧 3년. 또 다른 생존자와의 만남은 그를 전설로 만들어주는 계기가 된다.

#아껴놓았던 베이컨

주인공은 지능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좀비가 판 함정에 잡혀 들고 만다. 고독한 싸움에 유일한 위로가 되어 주었던 반려견을 잃게 되고 분노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평소와는 다르게 냉정함을 잊은 채 좀비들과 사투를 벌인다. 절대적 우위에 있는 상대를 향해 분노에 가득찬 차량 돌진 액션 신을 보이지만 결국 위기에 봉착하게 되는데, 그러던 중 방송을 듣고 온 생존자들 덕분에 한 끗 차이로 살아남게 된다.

치료를 받고 모처럼 남이 차려준 베이컨과 계란으로 아침 식사를 받아보는 주인공. 마치 제집인 양 재료를 꺼내 요리하는 생존자들 사이에서 아직 얼떨떨하기만 하다. 생존자들도 오랜만에 따뜻한 식사에 들떠 있지만 주인공은 누군가와 대화를 해 본 적이 너무 오랜만인지라 적응이 필요해 보인다. 피난민들이 있다는 곳으로 함께 가자는 생존자들에게 다 죽었다고, 피난처는 없다고 접시를 던지며 역정을 낸 주인공은 이내 민망해하며 난처한 나머지 화를 내는 이유가 아껴 두었던 베이컨을 먹어서라고 핑계를 대듯이 읊조리며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누구보다도 외로웠던 주인공, 생존자들을 만나 분명 반가웠을 터인데 반려견의 죽음은 생각보다 충격이 컸고 혼자서 지낸 시간은 너무나도 길었다. 대화하는 법에 서툴러진 그를 이해해 보자면, 그 베이컨은 자신을 위해 희생한 반려견 샘과 언젠가 함께 먹기 위해 남겨 두었던 게 아니었을까.

#베이컨

미국 드라마의 아침 식사 장면엔 꼭 등장하는 베이컨은 식욕을 자극하는 멋진 식재료다. 취향에 따라 바삭하게 구워 기름을 쫙 빼서 먹기도 하고 살짝 데치듯 구워 부드럽게 먹기도 한다. 서양권에서는 단단하게 먹는 하드 베이컨을, 동양권에서는 부드럽게 먹는 소프트 베이컨을 선호하는 편이다. 유럽 호텔 조식을 먹을 때면 거의 과자처럼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이 아침상에 올라오기도 한다.

베이컨은 일반적으로 돼지의 옆구리살로 만든다. 우리가 알고 있듯 삼겹살로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각 나라마다 조금씩 부위가 다르기도 하다. 영국은 돼지 등심을 활용하며 등심과 삼겹살을 함께 염지해 훈연한 베이컨은 캐나디안 베이컨이라고도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훈연 과정을 뺀 판체타를 판매하고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칠면조나 닭으로 베이컨을 만들기도 한다. 베이컨은 다양한 요리에 사용된다. 샌드위치에는 기본이고 햄버거에서 맛의 감초로도 등장한다. 파스타에 넣으면 훈연 향과 더불어 맛을 더욱 풍미 있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김치찌개에 베이컨을 소량 넣으면 맛이 더 풍부해지기에 좋아하는 편이다.

■베이컨을 올린 토마토 파스타 만들기

<재료>

베이컨 2줄 , 토마토 소스 150g, 치킨스톡 100㎖, 블랙 올리브 3개, 새송이버섯 30g, 소금 약간, 후추 약간, 마늘 3톨, 7분 삶은 스파게티면 130g , 가루 파마산 치즈 15g, 그라나 파다노 치즈 15g, 샐러드오일 약간,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약간

<만들기>

① 베이컨은 한 줄은 한입 크기로 썰고 한 줄은 노릇하게 구워 준비한다. ② 다진 베이컨을 팬에 넣은 뒤 새송이버섯과 마늘 슬라이스, 블랙 올리브를 넣고 노릇하게 볶는다. ③ 치킨 스톡과 토마토 소스를 얹어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스파게티 면을 넣고 버무린다. ④ 가루 파마산 치즈를 넣어 농도를 잡는다. ⑤ 접시에 담고 베이컨을 올린 뒤 그라나 파다노 치즈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뿌려 마무리한다.

김동기 그리에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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