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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다문화에 대한 생각의 틀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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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15 23:05:48 수정 : 2023-02-15 23: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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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농촌은 대파를 수확하고 수박을 심는 작업 등으로 바빠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 외국인 근로자들도 선뜻 일하기 꺼려 여간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 충북 모처에서 이민자의 친정 부모 등 9명이 비닐하우스 대파밭 불법 취업으로 단속됐다. 이들은 벌금 납부 후 강제 출국 명령으로 출국했고, 대파밭 주인은 외국인 불법 고용으로 벌금 1900만원을 추징당했다.

부천에서도 국제결혼 다자녀 가정 이민자의 친정어머니가 체류기한을 한 달 넘겨 강제 출국 명령으로 출국했다. 친정어머니는 본국으로 돌아가 6개월 후 4명의 손자 육아를 위하여 비자를 신청했으나 과거 불법체류 이력 탓에 비자를 허가받지 못했다.

서광석 인하대 교수·이민다문화정책학

귀화한 필리핀 이민자 한 명은 최근 한국 배우자의 가정 폭력에 견디지 못하고 이혼했다. 이후 필리핀 국적자와 재혼했으나 초청은 뒤로 미루어야 했다. 귀화 후 3년이 경과하지 않은 국민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제도 때문이다. 국민과 결혼, 귀화 후 이혼, 이후 자국민과의 재혼 등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겠다며 만든 ‘초헌법적 준(準) 국민 제도’다.

속인주의 출생자, 국적을 회복한 자, 특별(또는 일반) 귀화자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또 현행 민법 제779조에 따르면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형제자매, 직계혈족(부모와 자녀)을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를 완화하면 일부 이민자들이 악용할 소지가 있다. 어떠한 경로를 통해 국적을 부여받았는지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기에 법 개정이 시급하다.

특히 국제결혼 가정 모국 가족 초청제도는 가족 범위 내에서 세계화에 부합하는 가족결합과 사회통합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자녀 돌봄이라는 좁은 범주에서만 고려한다. 이민자의 모국 가족 초청 자격에서 이방인으로 취급하면서, 자녀의 나이만을 기준 삼아 정책을 단편적으로 전개하다 보니 불법 취업 등 여러 사회문제가 야기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체류자격도 고용허가제 틀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강제 출국 명령을 받은 자는 재외공관에서 다시 비자를 신청해도 과거 전력으로 여간해서 비자를 받기 어렵다. 외국인 장인·장모의 경우, 우리의 가족이기에 외국인등록 및 체류 기간이 남아 있다면 1회 경고 처분(일정액 벌금 납부 및 가족 중 국적자가 신원보증)을 주고, 새로운 결혼이민자 가족 초청제도인 계절 근로자 제도를 이용하게 하면 될 일이다. 부처 간 칸막이를 낮추고 소통을 통해 외국인 장인·장모도 나의 부모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이민 행정을 펼치면 결혼이민자가정의 어려움을 다소라도 해소해 줄 수 있다.

세계화는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국가 간 교류가 증대하여 개인과 사회집단이 갈수록 하나의 세계 안에서 삶을 영위해 가는 과정이며, 인류 공통의 보편타당한 가치 기준을 추구한다. 따라서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인식하고 함께 살아가는 능력과 자세를 갖추어야 하며, 한 사회의 기본제도, 법적 체계도 이러한 가치 기준에 맞추어야 한다.

귀화자든 외국인 신분이든 이민자가정의 가족 범위에 관하여 이제 우리는 이들이 자국민의 가족이라는 점을 고려해 차별 없는 사회·경제·문화적 권리를 부여하는 수용적인 이민자사회통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다문화’에 대한 생각의 틀을 바꾸자. 입으로는 ‘세계화와 다문화’를 외치면서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들과 다 같이 공존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때다.


서광석 인하대 교수·이민다문화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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