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어벤저스급 지휘 거장들의 내한…3명 나이만 264세, 사실상 마지막 내한 공연에 기대감도 쑥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3-02-10 11:11:46 수정 : 2023-02-10 11:11:42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세계 클래식계 어벤저스급 지휘 거장들이 잇따라 내한해 음악의 향연을 펼친다. 크리스토프 에센바흐(83), 엘리아후 인발(87)이 이달, 마렉 야노프스키(84)가 4월 KBS교향악단과 손잡고 무대에 오른다. 셋의 나이를 합치면 264세에 달할 정도로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지막 내한 공연이 될 수도 있어 국내 클래식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예술의전당 제공

첫 주자는 독일 출신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크리스토프 에센바흐다. 그는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일인 오는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선다. 에센바흐와 KBS교향악단은 말러 교향곡 ‘제2번 c단조 부활’을 들려줄 예정이다. 말러가 7년에 걸쳐 작곡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를 담은 이 곡은 1시간 20분에 달하는 연주 시간에 오케스트라, 솔리스트, 합창으로 구성된 장엄한 작품이다. 1악장은 죽음, 2악장은 희망에 찬 청춘, 3악장은 아름다웠던 현실, 4악장은 영적인 생활, 5악장은 최후의 심판과 부활을 노래한다. 에센바흐는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힘찬 출발을 알리고 싶다”며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대작인 만큼 이번 공연이 지친 일상에 작은 희망으로 다가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에센바흐는 1962년 뮌헨 국제 콩쿠르에서 1등 없는 2위를 해 피아니스트로서 이름을 알린 뒤 1965년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에 우승하며 스타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다 1972년 지휘자로 데뷔했다. 지휘 명장 조지 셀(1897∼1970,미국)과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오스트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북독일 방송교향악단,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미국 휴스턴 심포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내셔널 교향악단 등 주요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나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2015년에는 음악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음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영국의 천재 작곡가 벤민 브리튼(1913∼1976), 폰 카라얀, 이탈리아 출신 지휘 명장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 등 역대 에른스트 폰 지멘스상 수상자 면면을 보면 에센바흐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엘리아후 인발. KBS교향악단 제공

이어 이스라엘 출신 거장 엘리아후 인발이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지휘봉을 잡는다. 쇼스타코비치 작품에 대한 뛰어난 해석으로 찬사를 받아온 인발이 까다로운 대곡으로 정평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11번 ‘1905년’을 선보인다. 작품의 부제는 1905년 1월, 러시아 황제의 친위대가 비무장 평화시위에 나선 노동자들을 향해 일제사격을 가한 ‘피의 일요일’ 사건을 은유한다. 쇼스타코비치는 비극적인 이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전진하는 민중의 목소리, 친위대의 총격, 비애의 장송곡까지 혁명의 모든 과정을 한 편의 교향곡으로 남겼다. 이번 공연에선 바이올리니스트 닝 펑이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인발은 예루살렘 음악원에서 바이올린과 작곡을 배웠다. 군 복무 시절 오케스트라 악장과 부지휘자를 맡다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미국)에게 발탁되면서 지휘에 입문했다. 번스타인의 추천으로 파리 국립 고등음악원에서 공부하고 1963년 귀도 칸텔리 지휘 콩쿠르 우승을 거머쥐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베니스 페니체 극장, 이탈리아 국립 방송교향악단(RAI),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체코 필하모닉의 수석지휘자로 활약했다. 2014년 도쿄 메트로폴리탄 교향악단 명예지휘자로, 2019년부터 타이페이 교향악단 수석지휘자로 임명됐다. 

 

특히 현재 명예지휘자로 있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재임 당시(1974∼1990)부터 탁월한 음악가적 재능으로 정평이 났다. 인발 고유의 해석이 빛나는 말러와 브루크너 음반은 여러 음악상을 휩쓸며 세계적 인기를 끌었고, 브루크너 교향곡의 오리지널 버전 음반도 최초로 제작했다. 

 

1990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예행정가 칭호를 받고, 2001년 빈시 황금 훈장을, 2006년 프랑크푸르트시 괴테 훈장과 독일 연방 공화국의 공로 훈장을 받기도 했다. 

마렉 야노프스키. KBS교향악단 제공

폴란드 출신의 야노프스키는 KBS교향악단의 올해 기획공연 ‘마스터즈 시리즈’ 첫 타자로 오는 4월22일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교향곡 제2번과 브람스 교향곡 제2번을 연주한다. 모두 D장조 조성으로 정통 독일 음악의 형식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야노프스키는 베토벤·브람스·바그너 등 독일 레퍼토리에 대한 전통적 해석과 특유의 카리스마로 전세계 클래식 애호가들과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아왔다. 앞서 2015년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을 이끌고 내한한 그는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독일 정통의 소리’에 대해 “오케스트라로부터 어두운 사운드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미”라며 “현악기를 고려하면 프랑스나 이탈리아 오케스트라가 내는 소리보다 무겁다는 걸 의미한다. 어떤 면에서는 브람스와 같은 독일 낭만주의 레퍼토리와 잘 맞을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등 독일 명문 오케스트라를 이끌었으며, 현재 드레스덴 필하모닉의 예술감독 겸 수석지휘자로 재직 중이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민 ‘매력적인 미소’
  • 김민 ‘매력적인 미소’
  • 아린 '상큼 발랄'
  • 강한나 '깜찍한 볼하트'
  • 지수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