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탐 백분위 점수 72.1점 vs 62.4점
사탐 어렵게 출제 졸업생들에게 다소 유리
2022학년도 점수차 보단 소폭 줄어들어
내신·학생부 등 걱정없이 수능 올인 가능
10명중 6명 성적올라… 막판 슬럼프 유의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예년보다 유독 졸업생의 비율이 높았던 시험으로 꼽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이번 수능에 응시한 44만7669명 중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비중은 31.1%(13만9385명)였다. 이는 1997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중 졸업생만 추린 비율은 전년보다 2%포인트 오른 28% 정도다. 입시업계에서는 수능 응시생 중 재수생과 삼수생 등 소위 ‘N수생’이 증가하는 현상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통상 N수생은 상위권 학생이 많아 N수생 비중이 크면 고3 재학생들이 불안감을 느끼곤 한다. 진학사가 실제 졸업생과 고3 재학생의 수능 성적을 비교한 결과 졸업생들의 백분위 평균 점수가 10점가량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N수생이 국·수·탐 8∼10점 높아
12일 진학사가 자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3학년도 수능 국어·수학·탐구영역 백분위 평균 점수는 졸업생 72.17점, 고3 재학생 62.49점으로 졸업생이 9.68점 더 높았다. 이 수치는 진학사에 수능 성적을 입력한 수험생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이번 수능에선 16만5868명의 응시생이 자신들 성적을 입력했다. 진학사는 “정시 서비스 이용자 중 졸업생 비율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점수 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학생과 졸업생의 점수 차는 전년보다는 소폭 줄었다. 2022학년도 수능에서도 졸업생(72.82점)과 재학생(62.66점)의 평균 점수 차이는 10.16점이었다. 2023학년도 수능의 경우 재학생과 졸업생 모두 백분위 평균이 2022학년도보다 떨어졌는데, 재학생의 하락 폭이 더 작아 두 그룹 간 차이가 줄었다.

국어의 경우 2022학년도에는 재학생과 졸업생의 백분위 차이가 9.87이었으나 2023학년도에는 8.16점으로 낮아졌다. 재학생의 백분위 평균은 0.32점 오르고 졸업생은 1.39점 하락한 탓이다. 수학 역시 10.03점이던 점수 차가 9.63점으로 좁혀졌다. 재학생과 졸업생 모두 2023학년도에 점수가 떨어졌는데, 졸업생(-0.69점)보다 재학생(-0.29점)의 하락 폭이 작았다. 탐구영역의 경우 두 그룹 간 차이는 2022학년도 9.87점에서 2023학년도 10.47점으로 더 커졌다. 졸업생 백분위가 0.26점 하락할 때 재학생은 0.86점 떨어졌다.
진학사는 국어와 수학의 점수 차가 줄어든 것이 졸업생의 학업역량이 낮아진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진학사는 “국어영역은 전년보다 평이하게 출제돼 변별력이 약해지면서 점수 차이가 줄고, 수학은 선택과목에 따라 점수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학업역량 외에 수능 난도나 선택과목이 성적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반면 탐구영역의 경우 난도가 높아지면서 졸업생과 재학생의 점수 차가 커진 영향이 있다고 봤다. 진학사는 “특히 사회탐구가 어렵게 출제돼 졸업생들에게 다소 유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재수하면 10명 중 6명 성적 상승
실제 수능에 재도전한 N수생들의 성적은 어땠을까. 진학사가 2022학년도와 2023학년도 수능과 2023학년도 모의평가에 응시하고 성적을 입력한 수험생 3054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국어·수학·탐구영역 평균백분위 점수는 2022학년도 72.4점에서 2023학년도 79.9점으로 평균 7.5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진학사는 “졸업생은 내신·학생부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은 재학 시절과 달리 수능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돼 자연스레 성적이 향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성적 상승은 특히 상반기에 크게 이뤄졌다. 지난해 6월 모의평가 평균 점수는 85.3점으로 전년 수능보다 12.9점이나 높았고, 9월 모의평가에서는 84.8점이었다. 상반기에 N수를 시작한 뒤 집중 학습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수능에선 평균 점수가 여기서 다시 5점가량 떨어졌는데, 수능 때는 긴장·압박감이 더해져 평소만큼의 실력 발휘를 못 하거나 오랜 기간 수능을 준비하면서 막바지에 슬럼프를 겪는 경우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모의평가에 응시하지 않았던 졸업생이 새로 유입한 영향도 있다. 진학사는 “전반적으로 초기에 큰 폭의 성적 향상을 이루면서 결과적으로는 전년 수능에 비해 좋은 결과를 내는 졸업생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졸업생이 재도전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2023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서는 전년도 수능에 비해 국어·수학·탐구 평균백분위를 5점 이상 올린 학생 비율이 79.4%에 달했다. 이들 영역 평균백분위가 하락한 학생은 2.5%에 불과했다. 그러나 11월 실제 수능에서는 평균백분위를 5점 이상 올린 학생은 59.4%에 그쳤다. 34%는 성적이 유지됐고, 6.6%는 오히려 떨어졌다. 10명 중 6명 정도만 성적 올리기에 성공한 것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수치로만 보면 의미 있는 성적 상승을 이룬 학생의 비율이 높아 다시 도전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1년 가까운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며 “40% 정도의 학생들은 뚜렷한 성적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하락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 소장은 “수능 재도전을 결심했다면 학업 수준이나 학습성향 등 본인에 대한 명확한 진단과 장기 레이스를 펼칠 충분한 각오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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