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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도미노 인상 예고… 총장 절반 “2024년 안에 단행”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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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06 06:00:00 수정 : 2023-02-09 14: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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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16명 설문

“2024년쯤 계획” 39.5%… “올해” 9.6%
34.2%는 “정부 방침 따르겠다” 답변
비수도권·사립·대규모대 인상 더 원해
정부 “등록금 규제 완화 없다” 선그어

“총학, 등록금 올려 화장실 수리 요구”
정부지원·등록금 인상 손익계산 분주
대학재정 위기 악화에 동참 늘어날 듯

“총학생회가 ‘등록금을 올리더라도 화장실 좀 고쳐달라’고 했습니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14년 만에 등록금 3.95% 인상을 결정한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의실 프로젝트를 계속 수리해 써 화질이 떨어지고, 실험 장비도 바꿀 엄두를 못 낸다”며 ‘양질의 교육’을 위해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열악한 재정 상황을 공개하자 학생들도 등록금 인상에 공감했다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는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을 지원하는 식으로 10년 넘게 등록금 인상을 규제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14년가량 등록금을 동결한 이유다. 하지만 길어진 규제에 대학들은 ‘더 이상은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동아대 등 올해 등록금 인상 대학이 하나둘씩 나오는 가운데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2명 중 1명이 내년 안에 등록금 인상 계획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당분간 등록금 규제를 완화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많은 대학이 ‘국가장학금’과 ‘등록금 인상’ 사이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어 내년에는 등록금 인상 대학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대학 총장 54% “등록금 인상 계획”

 

5일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16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53.5%(61명·미응답 2명 제외)가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설문은 지난달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진행됐으며, 행사 참석 총장 148명(총 회원 198명) 중 116명(수도권대 43명·비수도권대 73명)이 참여했다.

 

구체적으로는 ‘내년쯤 계획이 있다’는 답변이 39.5%(45명)로 가장 많았고, ‘올해’ 9.6%(11명), ‘2년 후쯤’ 4.4%(5명)였다. 2명 중 1명(49.1%)은 내년 안에 등록금을 올릴 계획인 것이다. ‘검토 계획이 없다’는 답변은 12.3%(14명)에 그쳤고, 34.2%는 ‘정부 방침을 따르겠다’고 답했다. 정부 규제가 완화되면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내년 안에 등록금을 올릴 계획은 수도권대(47.6%)보다 비수도권대(50%), 국공립대(38.5%)보다 사립대(54.1%), 입학정원 3000명 미만인 중·소 대학(45.9%)보다 대규모 대학(59.3%)에서 더 많았다.

 

등록금 인상은 대학의 숙원이다. 대교협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일반대(교대·산업대 제외)의 연평균 등록금은 679만4000원으로 2008년(673만원)보다 6만4000원(1%) 오르는 데 그쳤다. 대교협은 물가를 반영한 실질 등록금은 2008년 823만7000원에서 지난해 632만6000원으로 23.2% 줄었다고 추산했다. 물가가 오르는 동안 등록금만 제자리여서 사실상 등록금이 인하된 것과 같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기본적인 운영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가장 먼저 쓸 곳’(114명 응답)으로는 ‘우수 교원 확보 및 교원 처우 개선’(45.6%·52명), ‘노후 시설 및 교보재 정비’(36.8%·42명)가 꼽혔다. ‘학생 장학금 확대’나 ‘연구 역량 강화’는 8.8%, 6.1%에 그쳤다. 지난해 전국 156개 사립대의 운영 수익·비용 분석 결과 적자는 2조원이 넘었다. 대교협은 “정부의 등록금 정책과 학령인구 급감이 맞물려 재정 위기를 초래했다”며 “등록금 규제가 해제되고, 정부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등록금 인상 대학 늘듯

 

정부 역시 재정 위기에 공감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설치 가능 수익시설을 확대하는 등 각종 재정 규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등록금 규제에 대해선 “완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사회적 반발이 거센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등록금 문제는 국회, 학부모 등이 큰 변수”란 입장이다. 여론 향방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지난 1월3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지금 등록금 규제 완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죄송하다.“ 고 말했다. 교육부 제공

대학 사이에선 더는 참기 어렵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현재 사립일반대의 등록금 의존율(총수입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는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다른 재정 규제가 완화돼도 등록금이 묶여있으면 재정 위기를 타파하기 어렵다”며 “정부도 등록금을 계속 동결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론 눈치를 보고 미룬다. 대학만 죽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등록금 동결 유도 정책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분위기도 변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재정이 ‘벼랑 끝’에 몰려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는 데다가,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등록금은 직전 3개년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올릴 수 있는데,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커 올해 등록금 인상 법정 상한은 4.05%로 전년(1.65%)보다 크게 올랐다. 이전에는 등록금 인상을 포기하는 것이 이득이었지만, 고물가가 이어지면 국가장학금을 포기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된다.

 

대학은 슬슬 국가장학금과 등록금 인상의 손익을 따지는 분위기다. 내년 등록금 인상 법정 상한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면, 정부 지원을 포기하고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이 늘 전망이다. 이번에 등록금을 인상한 동아대 이 총장은 “등록금을 인상해 정부에서 못 받는 돈은 20억원인데 등록금 인상으로 생기는 돈은 50억원”이라며 “다른 대학들은 주저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등록금 인상) 물꼬가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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