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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웹툰 가치 무한대… 작품 경쟁 더 치열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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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05 11:15:00 수정 : 2023-02-05 09: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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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3人이 바라본 웹툰의 미래

‘윈드브레이커’ 조용석
시장 빠른 변화 몸소 느껴
韓 콘텐츠 영향력 자부심

‘잔불의 기사’ 환댕
작가 작업 환경은 여전
더욱 다양한 장르 기대

‘위닝샷’ 강견
콘텐츠 재활용 현상 긍정적
개인 작가들에게도 관심을

2000년 천리안에서 처음 등장했던 웹툰은 현재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주는 콘텐츠가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통계에 따르면 웹툰 시장 규모는 2021년에 1조5660억원을 돌파했다. 네이버웹툰만 놓고 봐도 지난해 2분기 기준 MAU(Monthly Active Users·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사용한 순수한 이용자 수)는 8560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해외 이용자는 전체 이용자의 76%다. 네이버는 현재 10개(한국어, 영어, 중국어 간체와 번체,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웹툰 ‘윈드브레이커’, ‘잔불의 기사’, ‘위닝샷’으로 짧게는 1년, 길게는 10여년을 웹툰계에서 활동 중인 조용석, 환댕, 강견 작가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콘텐츠로 웹툰이 활용될 것”이라며 “개인 작가, 비주류 소재에 대한 지원과 관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네이버웹툰 제공

20여년이라는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는 기간. 여전히 성장 중이며 변화 중인 웹툰 시장에서 짧게는 1년여, 길게는 10년여를 활동 중인 작가 3명을 만나봤다. 고교 자전거 경주를 소재로 한 ‘윈드브레이커’ 조용석 작가, 살해된 쌍둥이 동생의 복수를 꿈꾸는 형의 이야기 ‘잔불의 기사’ 환댕 작가, 고교 야구단의 성장기를 다룬 ‘위닝샷’ 강견 작가다.

이들은 모두 “작업 환경을 비롯해 플랫폼, 시장 등에서 많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혼자서 이야기를 짜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넘어서 다수가 함께하는 에이전시, 스튜디오 제작 시스템도 도입됐다”고 과거와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웹툰의 미래에 대해선 “드라마, 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 웹툰이 활용될 것”이라며 “웹툰에서 다루는 소재와 장르도 다양해지고, 그들 사이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윈드브레이커’ 조용석 작가 “웹툰, 전 세계 영향 뿌듯… 작품들 사이 경쟁 심화할 것”

―연재 10년이 넘었다. 소감은.

“매년 웹툰 시장이나 시스템들이 많이 바뀐다는 게 느껴집니다. 독자들의 시각도 달라지고 요즘은 워낙 재밌는 콘텐츠들이 많기 때문에 작가 혼자 작품을 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윈드브레이커.

―자전거 레이싱이라는 소재가 독특하다.

“대학생 때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타다 보니 자전거 타는 게 취미가 됐고, 웹툰 소재를 고민하고 있을 때 친구가 ‘스포츠물이 요즘 너무 없는 거 같으니 네가 좋아하는 자전거 소재로 한번 만들어보라’는 피드백을 해줘 만들게 됐습니다.”

―자전거 레이싱도 좋아했나.

“레이싱보단 자전거 여행을 많이 다녔죠. 저로 인해 친구들도 자전거 취미를 갖게 돼 같이 자전거 타고 여행을 많이 다녔고요. 주로 타는 자전거는 (바퀴에 기어가 고정돼 있는) 픽시드기어로, 당시 독특한 매력에 빠져 있었고 대중적이지 않은 픽시드기어라는 마니아적인 소재로 (웹툰을)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현재 4부가 진행 중이다. 고등학생을 넘어 전문 선수의 이야기까지 다루는가.

“청춘들의 이야기로 끝내는 게 가장 아름다운 결말이 아닐까 싶어 청춘물로 끝내려고 생각 중입니다.”

 

―웹툰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

“웹툰 원작으로 영화나 드라마, 게임이 나오는 걸 보고 또 히트를 치는 작품들을 보면서 이제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이 세계에 영향력이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고 자부심도 느낍니다.”

‘윈드브레이커’ 조용석.

―웹툰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까.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여러 콘텐츠로 인해 많은 독자가 보는 수준이 올라갔고, 작품이 아닌 콘텐츠 소비성으로 가볍게 보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매년 수백가지 재밌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정말 독특한 소재가 아니고는 더 재밌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웹툰 후배 작가나 지망생들에게 조언을 해줄 게 있다면.

“예전과 비교해 요즘에는 팀으로 연재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팀 작업은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면서 팀워크가 무너지지 않게 진행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혼자 작업할 경우 일주일에 하루 정돈 꼭 쉴 수 있게 영리하게 계획을 짜서 마감에 지치지 않게 연재하는 전략을 잘 고민하셨으면 합니다.”

 

◆‘잔불의 기사’ 환댕 작가 “댓글로 독자 반응 바로 확인… 다양한 장르로 웹툰 활용될 것”

―2015년 레진코믹스 ‘애늙은이’로 데뷔한 이후 7년여를 웹툰계에서 종사 중이다.

“시스템적으로는 굉장히 많이 바뀌었죠. 인식도 많이 바뀌고. 다만 밤을 새우며 그리는 저의 작업 환경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시장 자체는 훨씬 좋은 방향으로 왔다고 생각합니다.”

 

잔불의 기사.

―‘애늙은이’의 세계관을 이어간 것이 맞는가.

“‘애늙은이’ 세계관의 연장선이 맞습니다. ‘애늙은이’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정확히는 세계관의 프롤로그가 ‘애늙은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잔불의 기사’에서는 동양은 장군, 서양은 기사라는 존재들이 나온다.

“기사와 장군은 일종의 ‘히어로물 속 히어로’들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근본이 다릅니다. 기사는 개인의 정의와 명예, 장군은 명령을 따르는 군인이죠. 이 부분이 부딪치면서 오는 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재미있다.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의도적인 괴리감이라고 할까요. 독자 입장에서는 주인공 ‘나견’이 연기를 하고 있지만, 작품 내 인물들에게는 설득력 있게 느껴져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습니다. 이걸 조절하지 못하면 캐릭터들이 바보 같아 보여 조심하는데 쉽지 않네요.”

―‘잔불의 기사’는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플랫폼을 바꾼 이유는.

“좀 더 많은 사람이 제 만화를 봐줬으면 했습니다. 네이버웹툰에서 연재하며 크게 달라진 건 역시 댓글입니다. 반응을 바로 볼 수 있다는 게 엄청 좋아요.”

‘잔불의 기사’ 환댕.

―최근 웹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되고 있다.

“검증된 시나리오라는 안정감에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웹툰만 있을 때보다 훨씬 시장도 커지며 상호 보완이 되는 긍정적 효과도 있고요. 다만 영화나 드라마화에 유리한 장르가 있기 때문에 장르가 편향되는 아쉬움도 있는 것 같습니다.”

―웹툰 시장은 어떻게 바뀔까.

“드라마화를 성공한 작품이 꾸준히 나와 더욱더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는 웹툰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화를 준비하는 작품들도 있는 걸로 아는데,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장르가 더욱 다양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웹툰 후배 작가나 지망생들에게 조언을 해줄 게 있다면.

“일단 만화를 많이 그려보세요. 만화는 직접 그리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아요.”

◆‘위닝샷’ 강견 작가 “아직도 모든 게 어려워… 개인 작가 신경 써주길 바라”

―웹툰 작가로 데뷔한 지 1년 반 정도 됐다. 과거를 돌아본다면 바뀐 점이 느껴지는가.

“지금도 계속 빠르게 바뀌는 것 같습니다. 플랫폼에서도 작가들의 연재 환경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느껴요. 예컨대 네이버웹툰은 ‘매일+’라는 것을 통해 비정기 연재 작품도 많이 허용해줘요. 이런 시스템을 통해서 작가들의 연재 기회를 늘리는 건 좋은 일이죠.”

위닝샷.

―고교 야구를 소재로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야구는 국제경기를 넘어 국내리그까지 대부분 챙겨 보는 유일한 스포츠입니다. 다만 프로리그에 비해 고교 야구 인기가 점점 죽어가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그 결과 언젠가 프로리그에 직접적인 타격이 되지 않을까 싶어 고교 야구에 흥미를 갖게 하는 웹툰을 그리고 싶었어요.”

―스포츠 만화는 현실성과 만화적 재미 사이 조율을 잘해야 한다.

“고증과 현실성에 너무 집중하면 드라마를 바라는 독자들이 지루하게 느낄 테고, 캐릭터 서사와 개성에만 신경 쓰면 기존 스포츠 장르를 기대했던 독자들이 어딘가 엉성하고 과하게 오글거린다고 반응할 수 있어요. 이 모든 걸 잡으려니 전개 속도도 느려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1년여 웹툰 작가로 활동하면서 느끼는 어려운 점은.

“솔직히 아직도 모든 게 어렵습니다. 만화를 좋아하지만 정식 연재를 하고부터는 만화가 점점 즐겁지만은 않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많은 분이 응원을 해주시고 감상평도 남겨주시고, 댓글들을 보다 보면 그래도 이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닝샷’ 강견.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로 재활용되고 있다.

“좋은 현상이라 생각해요. 다만 다른 분야 시장도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게임, 보이스 드라마 등을 통해 드라마와 영화가 쉽게 시도하지 못했던 웹툰 장르가 활용될 수 있어요. 그러면 웹툰 작가에게도 기회가 더 많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해요.”

―웹툰계에 바라는 게 있다면.

“에이전시, 스튜디오 제작 시스템이 과거보다 활발해지면서 개인 작가들의 기회가 많이 줄고 있다는 얘기가 있어요. 시스템을 통해 많은 비용과 인원이 투자돼 퀄리티 좋은 작품이 더 나오면 독자들도 좋아하고 시장에도 순기능이 될 겁니다. 그래도 개인 작가들의 기회가 줄어들지 않도록 플랫폼이 신경을 많이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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