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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24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아동성범죄 전과 2범 존 쿠이가 옆집에 침입해 자고 있던 제시카 런스포드(9세)를 자기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그 장면을 비디오테이프에 녹화까지 했다. 쿠이는 제시카를 3일간 옷장에 감금하다가 “집에 보내주겠다”고 속여 쓰레기봉투에 들어가게 한 뒤 산 채로 매장했다. 시신 발견 뒤 제시카가 필사적으로 봉투를 뚫으려고 발버둥친 흔적이 발견되자 여론은 폭발했다. 제시카의 아버지는 “이웃이 아동성범죄자인 걸 알았다면 결코 딸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당국을 직격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제시카법’이 제정됐다. 플로리다주는 아동성범죄자는 초범이라도 징역 25년 이상, 재범은 무기징역 선고를 원칙으로 하고 평생 전자발찌를 차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자주 모이는 학교·공원 등으로부터 600m 이내에 거주할 수 없도록 했고, 성범죄자 집 앞에는 ‘성범죄자(sexual predator)’라는 팻말까지 세운다. 이들은 인적이 드문 도시 외곽, 일명 ‘변태 마을’에서 정부 지원에 의존해 살고 있다. 미국 42개주가 같은 취지의 법을 시행 중이다.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해 15년형을 받은 김근식이 지난해 10월 출소 후 경기 의정부의 한 시설에 입소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검찰이 추가 혐의를 찾아내 김씨를 재구속하고서야 사태가 진정됐다. 8세 여아를 성폭행한 조두순이 2020년 12월 출소 전 경기 안산에 거처를 마련하자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했다. 안산시청에는 “조두순이 오면 안산을 떠나겠다”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주민들 사이에선 자경단을 조직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법무부가 최근 올해 핵심 추진 과제로 ‘한국형 제시카법’을 도입하기로 했다.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했을 때 초·중·고등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등 미성년자 교육 시설 주변 500m 안에서는 살지 못하게 하는 게 골자다. 아동성범죄자들의 특징은 똑같은 수법으로 재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아동성범죄자 처벌은 국민들의 눈높이에 훨씬 못 미친다. 제시카법 시행뿐 아니라 보호감호 처분 부활, 화학적 거세 강화 등 안전망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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