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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의 기원은 19세기 아편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 패배로 정세가 불안정해진 데다 대기근까지 겹쳐 중국인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 시기 이주인구가 연간 300만∼400만명에 달했다. 고향을 떠난 중국인들이 낯선 이국땅에서 모여 살면서 차이나타운이 생겨났다.

청나라 멸망부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전까지 극심한 혼돈기에 중국인의 해외이주는 절정을 이뤘다. 1931년 이주인구가 무려 1283만명에 달했다. 노동자가 대부분인 이들은 서구 열강의 식민지 철도·운하건설 공사장과 커피·사탕수수·담배 농장에서 강제노역과 허드렛일에 시달리며 비참한 생활을 했다. 1970∼80년대 들어서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훈풍을 타고 중국인의 해외이주 붐이 일었다. 과거와 달리 이들 중 상당수는 해외에서 유학을 했거나 재산이 많았고 이주한 곳도 부유한 나라들이었다. 화교사회의 덩치가 커지면서 현지에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됐음은 물론이다. 현재 화교의 규모는 140개국 4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중국 탈출 바람이 부는 것인가. 중국 당국이 작년 말 ‘제로코로나’ 정책을 포기하자 부유층의 엑소더스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 3기체제에서 부자를 옥죄는 ‘공동부유(共同富裕·다함께 잘살기)’ 기조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탓이다. 오랜 코로나 봉쇄조치와 권위주의에 커질 대로 커진 염증과 불만도 저변에 깔려 있다. 중국 부자들은 해외여행 자유화조치를 틈타 앞다퉈 북미국가 등으로 가 이민을 신청하거나 해외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만명 이상이 중국을 떠났는데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 같다.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이전 중국 부자의 이탈로 해마다 약 1500억달러의 자본이 유출됐는데 올해 그 규모가 급격히 불어날 것이라는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관광 유출액만 1000억∼2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위안화 절하와 경상수지적자 압력이 커져 경제와 금융을 망가트릴 수 있다는 걱정까지 나온다. 차이나 엑소더스가 중국을 뒤흔들 돌풍일지 찻잔 속 태풍일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시진핑 3기체제가 중대 갈림길에 서 있는 듯하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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