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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주의역사유적탐방] 서울 북촌의 품에 있었던 고등학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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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27 22:43:41 수정 : 2023-01-27 22: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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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북촌은 양반들이나 고관들이 주로 거주했던 공간이었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하면서 관청이 밀집해 있던 육조 거리(현재 광화문 광장)와 인근에 시전(市廛)이 형성돼 거주에 적합한 곳이었다. 북촌의 좋은 입지는 현대에도 이어졌고, 서울의 주요 학교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됐다.

북촌 재동 헌법재판소 안에 있는 백송.

경기고, 경기여고, 휘문고, 중동고, 창덕여고 등 북촌에 있었던 학교들은 1970년대에 들어와 정부의 강남 이전 정책이 추진되면서, 중앙고와 덕성여고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옮겨졌다. 1900년 한성관립중학교로 개교한 경기고는 경성제일공립보통학교, 경기공립중학교로 명칭이 바뀌었고, 1976년 강남구 삼성동으로 이전했다. 경기고가 있던 자리에는 정독도서관이 들어섰는데, 정독도서관 앞에는 성삼문의 집터, 광해군 때 화기도감이 있었음을 알리는 표지석이 보인다.

 

1906년 종로구 원서동에 설립한 휘문고등학교 자리는 정조의 후궁인 수빈 박씨의 사당인 경우궁(景祐宮)이 있었던 자리였는데, 현재는 현대그룹 본사가 들어서 있다. 북촌 재동 헌법재판소가 위치한 곳에는 1908년 관립한성여학교가 들어섰는데, 1938년 경기공립고등여학교로 개칭했다. 경기여고는 1945년 미국대사관 옆 정동으로, 1988년 강남구 개포동으로 이전했다. 경기여고가 이전한 후 이곳에는 창덕여고가 자리를 잡았는데, 창덕여고는 1989년 송파구 방이동으로 이전했다.

 

헌법재판소 자리에는 천연기념물 백송(白松)과 조선후기 실학자 박지원의 손자 박규수와 개화파 홍영식의 집터가 있었다. 1885년에 설립된 최초의 병원 제중원(濟衆院)도 이곳에 있었다. 최근까지 감고당길에 위치했던 풍문여고가 2017년 강남구 자곡동으로 이전하여 풍문고등학교로 전환했다. 풍문여고가 있던 곳에는 2021년 서울공예박물관이 자리를 잡았다.

 

현재에도 북촌에 위치한 중앙고등학교는 3·1운동과 관련이 깊다. 동경 유학생 송계백이 중앙고를 찾아와 2·8 독립선언서 초안을 전달함으로써, 3·1운동의 도화선이 된 곳이 중앙고였다. 북촌이 품고 있던 고등학교의 역사와 이곳의 현재 모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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