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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문화재의 생명력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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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27 22:44:16 수정 : 2023-01-27 22: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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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 일본의 도쿄국립박물관을 관람하며 인상적이었던 건 수리 프로젝트 알림판이었다. 소장 중인 회화 ‘뒤로 돌아보는 미녀’(1690년)와 고분(古墳)시대(3∼7세기) 유물인 ‘하니와 춤추는 사람들’(6세기)을 수리하는 데 필요한 기부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알림판 한쪽의 모금함에는 꽤 많은 지폐와 동전이 쌓여 있었다. 두 유물 모두 박리(剝離·금속을 입힌 표면이나 칠을 한 표면에서 그 일부가 벗겨져 떨어지는 것), 균열 등이 발견돼 수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 3월까지 모금이 진행되지만 지금까지 약 1300만엔(약 1억2000만원)이 모여 목표액 1000만엔을 넘었다.

일본의 3대 성으로 꼽히기도 하는 구마모토성(熊本城)은 구마모토를 대표하는 유적이자 관광지다. 천수각(天守閣·일본 성의 가장 높은 누각)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을 환영이라도 하듯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우뚝 솟아있다.

강구열 국제부 도쿄특파원

하지만 성내로 들어가 보면 공사장이란 느낌이 든다. 무너지고 갈라진 성축과 건물, 그것을 수리하기 위해 모아둔 자재가 곳곳에서 눈에 띄기 때문이다. 2016년 4월 발생한 강진으로 입은 피해의 흔적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구마모토성 복원은 애초 2037년까지는 마무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2052년은 되어야 할 것이란 분석이 지난해 말 제기됐다.

도쿄국립박물관 수리프로젝트와 8년째 공사 중인 구마모토성을 보며 떠올린 건 문화재의 생로병사(生老病死)였다. 우리는 대개 문화재를 박물관이나 유적지에서 만난다. 그곳에서 문화재는 현재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모습으로 보이게 마련이다. 그래서 항상 그런 상태이겠거니 생각하기 쉽다. 문화재가 살아온 긴 세월 때문에 생긴 뜯기고, 깨지거나 색이 바랜 것도 부지기수지만 앞으로는 상태가 악화하지 않을 거란 확신 비슷한 것도 은연중에 갖는다.

유구한 역사의 증거이자 찬란한 문화의 산물인 문화재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당연한 기대일 수 있지만 사실은 착각에 가깝다. 문화재 역시 병들고, 끝내는 사라진다. 원인은 여러 가지며, 제아무리 정성을 들여 살펴도 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관건은 건강한 생명력을 최대한 길게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복원, 수리가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원형, 복원 방식 등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와 고민은 문화재의 생존방식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일제강점기에 뜯기고, 6·25 전쟁 때 포탄에 맞아 무너졌다가 1960년대 엉뚱하게 콘크리트로 새로 세운 걸 전면해체해 2010년 지금의 모습으로 되살린 서울 광화문이다.

복원, 수리가 필요한 문화재는 어디에나 있다. 중요한 건 지속적인 관심이다. 구마모토성처럼 수십 년이 걸리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의 경우엔 1999년 해체 수리 결정 후 20년이 지난 2018년에야 수리가 완료된 익산 미륵사지 석탑 사례가 있다. 도쿄국립박물관처럼 수리 시작 전부터 관심을 환기하는 방식은 우리에겐 부족한 면모인 듯싶어 참고가 될 만하다. 많은 사람의 정성이 모여 건강을 되찾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면 애정이 커지는 건 당연지사다.

그렇게 과거의 산물인 문화재는 현재를 살고, 미래로 향한다.


강구열 국제부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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