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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獨 전차군단' 등판 예고에 러 "역사적 책임 저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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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26 09:00:00 수정 : 2023-01-26 13: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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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독 러시아대사 "위험한 결정… 갈등 커질 것"
2차대전 당시 나치 범죄까지 들먹이며 獨 압박

독일이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자국 주력 전차(탱크) 레오파르트2 14대를 제공키로 하자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월드컵에서 4차례 우승한 독일 국가대표 축구팀 별명이 ‘전차군단’일 만큼 과거 전쟁터에서 독일제 탱크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당황한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시절의 ‘나치 범죄’까지 들먹이며 “독일이 역사적 책임을 저버렸다”고 맹비난했다.

 

레오파르트2 탱크들로 구성된 독일 육군의 기갑부대가 기동하는 모습. 독일을 비롯해 유럽 여러 나라의 주력 전차로 쓰이는 레오파르트2는 화력과 방호력, 기동력 등 모든 측면에서 서방을 대표하는 ‘명품 전차’로 꼽힌다. AFP연합뉴스

독일 정부가 전차 지원을 발표한 2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네차예프 독일 주재 러시아대사는 성명에서 “극도로 위험한 이번 결정은 갈등을 새로운 단계의 대립으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차예프 대사는 “독일이 분쟁에 개입할 의지가 없다는 독일 정치인들의 발언과도 배치된다”며 “2차대전 시절 나치 범죄로 인해 독일이 러시아에 지고 있는 역사적 책임을 저버리는 것을 뜻한다”고도 했다.

 

2차대전의 ‘전범’으로 지목된 독일은 패전 후 자국 방어에만 주력할 뿐 다른 나라들 간의 무력충돌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 일환으로 분쟁지역에는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지켜왔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독일은 러시아에 대해선 특별한 ‘부채 의식’을 지녀왔다.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6월 히틀러의 나치 독일은 1939년 소련(현 러시아)과 맺은 불가침 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소련을 침략했다. 독일군은 한때 모스크바 턱밑까지 진격해 소련의 숨통을 거의 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소련 군인과 민간인들의 끈질긴 저항, 그리고 미국의 적극적인 무기 지원 등에 힘입어 1942∼1943년을 기점으로 전세가 역전됐다.

 

소련은 1945년 5월 나치 독일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으나 그 대가로 군인과 민간인을 더해 27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을 정도로 인명피해가 컸다. 이런 소련에 대해 전후 독일은 각별히 미안한 감정을 드러내며 가급적 자세를 낮췄다. 독일은 소련의 후예인 러시아와도 최대한 잘 지내려 노력하며 경제협력에 적극 나섰다.  

 

‘독일이 러시아에 지고 있는 역사적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란 취지의 네차예프 대사 언급은 바로 이 점을 지칭한 것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운데)가 25일(현지시간) 연방의회 하원에 출석해 연설하고 있다. 이날 독일 정부는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자국 육군의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2 14대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베를린=EPA연합뉴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는 게 독일의 판단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의 일원이란 점을 지적하며 “국제평화를 지키는 데 가장 앞장서야 할 나라가 되레 독립국의 주권 존중을 명시한 유엔헌장을 위반했다”는 말로 러시아를 꾸짖었다. 2차대전 이래 지속된 ‘전범국’과 ‘전승국’의 관계가 깨지며 독일이 그간 러시아에 느껴 온 부채감을 덜어낸 순간이었다.

 

우크라이나에 중전차를 지원하는 결정을 내리며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힘닿는 한 지원한다는 알려진 노선에 따른 것”이라며 “우리는 국제적으로 긴밀한 협의와 조율 끝에 행동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가뜩이나 힘든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독일 전차군단’까지 맞닥뜨리게 된 러시아로선 2차대전 초반 독일군 기갑부대의 전격전(blitzkrieg)에 속수무책 당했던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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