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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원 추경’ 요구 본격화한 野…금융당국 압박에 은행권 대출금리 속속 인하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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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26 07:00:00 수정 : 2023-01-25 20: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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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야당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설 연휴를 기점으로 ‘30조원 추경’ 편성 요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파른 물가 상승에 대한 서민 생계비 지원과 함께 가스요금 인상에다 한파까지 겹쳐 더 커진 ‘난방비 폭탄’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물가 지원금’ 형식의 추경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시중에 돈이 풀릴 경우 물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재정건전성을 주장하는 현 정부의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편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선’이라는 단서를 단 상태다.

 

한편, 금융 당국의 은행권 금리 인상 자제 압박에 시중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금리 인하책을 내놓으면서 이달 초 8%를 넘어섰던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6%대를 바라보게 됐다.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에 이달 말 출시를 앞둔 특례보금자리론의 흥행이 예상보다 저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국적으로 한파가 불어닥치며 난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서울 시내 한 30평대 아파트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꽂혀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난방비 폭등 등 국민 고통 계속되지 않도록 정부 협조 부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5일 정부·여당에 30조원 규모 ‘긴급 민생 프로젝트’ 추진을 재차 촉구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30조 추경, 30조 지원예산을 (신년 기자회견에서) 말씀드렸는데 정부·여당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난방비 폭등 등 국민의 큰 고통이 계속되지 않게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긴급 민생 프로젝트는 구체적으로 △전월세 보증금 이자지원(4000억원) △저신용자 개인신용대출 대환대출 지원(6000억원) △이자감면 프로그램·고정비 상환감면(12조원) △한계차주 대환대출 지원(4조원) △핀셋 물가지원금(5조원) △지역화폐 예산 증액·항구화(1조원) △매입임대 확대(5조원) △부동산PF 관련 배드뱅크 설립(2조원) 등을 담고 있다. 

 

이 대표가 꺼낸 ‘30조원 추경’ 요구는 설 연휴 이후 ‘난방비 폭탄’ 논란이 불거지면서 구체화하고 있다. 난방비 급등으로 인한 서민 피해가 현실화한 만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당은 2월 임시국회와 함께 추경 편성을 본격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단 추경 편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추경을 현재로서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재부 한 관계자도 “추경을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전 정부 추경에 대해 그동안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는데, 새해 들어선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돈을 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추경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가뜩이나 고물가인 상황에서 추경으로 인해 돈이 풀리면 물가가 더욱 올라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2차 추경 편성(정부안 36조4000억원) 당시 물가 인상 효과를 0.1%포인트로 추산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여전히 높은 소비자물가…추경 편성 시 상승 압력 강화 우려도

 

소비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도 상반기 내내 고물가 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당초 예상보다 고물가 상황이 오래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한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추경이 편성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재정건전성에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최근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추경을 편성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1124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추경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관측도 있다. 추 부총리는 의원 시절부터 재정을 통한 일시적 경기부양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왔지만, 하반기에도 경기 악화 조짐이 이어질 경우 ‘마지막 카드’로 추경을 꺼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추경은 당분간 없다”면서도 “상반기 집중 집행한 것들(재정)이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 봐야 한다. 하반기쯤엔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은행권 잇따라 주담대 변동금리 인하…금리 상단 6%대 앞둬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이날 기준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연 4.56∼7.13%로 집계됐다.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이 7%대를 넘은 은행은 국민은행(신잔액코픽스 연동 기준 5.62∼7.02%, 신규 코픽스 기준 5.73∼7.13%)과 농협은행(신규 코픽스 기준 5.18∼7.08%) 두 곳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주담대 변동금리에 상생우대금리를 적용해 실제 금리는 0.8%포인트 낮다. 국민은행도 26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신규 코픽스 기준 최대 1.05%포인트, 신잔액 코픽스 기준 최대 0.75%포인트 하향 조정한다. 이에 따라 5대 은행의 대출금리 상단이 모두 6%대를 바라보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앞서 금융 당국은 올해 들어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이 연 8%대를 돌파하자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압박해 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일 임원 회의에서 “금리 상승기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금리 산정 체계의 합리성·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후 시중은행들은 잇따라 대출금리 인하책을 내놓았다.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전세대출 일부 상품의 금리를 최대 0.30%포인트 낮췄다. 우리은행은 지난 13일부터 급여 이체 등 우대금리 항목을 확대하고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주담대·전세대출 금리를 사실상 인하했으며, 20일부터는 신규 코픽스 6개월과 12개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각 0.4%포인트씩(만기 15년 이상 주담대에 적용) 내렸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도 이날 “아파트담보대출 변동금리 상품과 전세대출 상품의 금리를 최대 0.64%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최근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인하가 이어지면서 금융권에선 오는 30일 출시를 앞둔 ‘특례보금자리론’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할 수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특례보금자리론 이용자 중 ‘주택가격 6억원 이하’이면서 ‘부부 합산 소득 1억원 이하’인 경우는 우대형 금리인 4.65∼4.95%를, 나머지는 4.75∼5.05%의 일반형 금리를 적용받는다. 우대형 대출금리를 이용하는 차주가 별도 우대금리까지 적용받을 경우 3.75∼4.05%까지 내려갈 수 있다. 다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일반 주담대 상품과 금리 차이가 별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특례보금자리론 흥행의 관건은 향후 금리 인하 여부에 달릴 전망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모태인 보금자리론과 마찬가지로 국고채 5년물과 주택저당증권(MBS) 스프레드(금리 차) 등을 고려해서 한 달 주기로 조정된다. 실제 보금자리론 금리는 지난해 8월 국고채 금리의 안정세 등을 이유로 0.35%포인트 인하된 바 있다.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도 향후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될 경우 인하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 당국은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최대 0.9%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시중은행보다 실제 적용되는 금리가 저렴할 뿐 아니라 정책 상품으로서의 의미도 있다는 입장이다.

 

25일 코스피가 전장보다 33.31포인트(1.39%) 오른 2,428.57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외국인·기관 매수세에 코스피 1% 넘게 상승…약 7주 만에 2400선 회복

 

코스피가 설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25일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에 탄력을 받아 1% 넘게 상승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둔화 기대감이 위험자산 선호 심리로 이어졌다. 약 30년간 이어진 외국인투자자 등록제 폐지가 예고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3.31포인트(1.39%) 오른 2428.57에 마감됐다. 코스피가 장 마감 기준 2400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달 5일 이후 약 7주 만이다. 설 연휴 이전에도 상승 기조를 이어가긴 했지만,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의 7652억원 순매수 등 뚜렷한 위험자산 선호 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8원 내린 1231.7원에 마감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완화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연휴 기간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간 것은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미국 S&P500 지수는 지난 20일과 23일 2거래일간 3.1% 상승했고,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4.7% 급등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상승세를 이끌었다.

 

금융위원회가 전날 발표한 외국인투자자 등록제 폐지와 영문 공시 의무화 소식은 국내 자본시장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금융위는 현재 외국인이 국내 증권에 투자하려면 사전에 금융감독원에 투자등록번호를 등록해야 하는 제도를 올해 안에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금융위에서 제시하는 정책 방향성은 결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과정”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 세미나와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 등을 통해 MSCI에서 한국에 지적하는 문제의 대부분이 다뤄지고 있고, 또 다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코스피 시장이 다소 과열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거시환경 변화를 긍정적 측면 위주로 바라보고 있다”며 “최근 거래대금 감소세를 고려하면 기술적 저항을 받을 수 있다. 단기 과열 지표인 풋-콜 비율도 바닥에서 반등하고 있어 코스피가 점차 과매수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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