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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팩 붙여도 오들오들… 옥외노동자 “그래도 벌러 가야죠”

입력 : 2023-01-26 06:00:00 수정 : 2023-01-25 20: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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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고’ 된 대한민국
주차관리원·배달기사·노점상 등
외부에 일터… 하루종일 한파 노출
“손님들 실내로” 매출 감소 이중고

전국서 수도관 터지고 정전 속출
26일 중부 폭설… 출근길 대란 우려

최강 한파가 닥친 25일, 매서운 추위에 시민들은 몸을 움츠렸다. 롱 패딩에 장갑, 목도리, 방한모자 등으로 온몸을 꽁꽁 싸매도 한기가 몸을 파고들었다.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이날 직장인들은 발걸음을 재촉해 일터로 향했다. 반면 옥외노동자들은 ‘역대급 추위’와 온종일 싸우며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전국적으로 한파가 이어지며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밑으로 떨어진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한 상인이 난로에 물을 데우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 종로구 상가 주차장을 관리하는 박재빈(82)씨는 “오늘은 아침부터 살이 에일 정도로 추웠다”면서 “여름에는 더우면 주차장 부스 밖으로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면 되는데, 겨울엔 꼼짝없이 부스 안에서 온풍기를 쬐고 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부스마저 없는 이들의 사정은 더 열악했다. 창동역 인근 노상주차장에 근무하는 김모(68)씨는 실내 휴게공간도 없이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한 9시간을 노상주차장에 놓인 의자에 앉아 보냈다. 패딩 모자까지 눌러썼지만, 마스크 틈으로 나온 습기로 모자챙과 눈썹, 속눈썹에 얼음이 맺혀 있었다. 김씨는 “오늘은 발바닥에 핫팩도 붙이고, 추우면 입을 옷을 더 챙겨 나왔다”고 전했다.

야외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강추위로 손님 발길이 끊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서울 은평구 전통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김희현(42)씨는 “거래처에 공급을 해줘야 해서 출근은 했는데, 이렇게 날이 추우면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며 한숨지었다. 남대문시장에서 아동 액세서리 노점을 운영하는 50대 권현숙씨도 “날씨가 추우면 사람들이 실내 매장으로 들어가서 매출이 40% 이상 감소한다”면서 “아무리 추워도 손님 한 명이라도 받기 위해 가게 문을 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전 7시 기준 서울 일최저기온이 영하 17.3도(오전 2시께), 체감 기온이 영하 25도까지 떨어진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건물들이 난방을 가동하며 수증기를 내뿜고 있다.    연합뉴스

강추위 옥외 노동에 단련된 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추위를 버티고 있었다. 배달기사 김모(28)씨는 “요즘같이 추운 날 배달 초보는 추워서 일을 할 수 없다”며 “오토바이 방전, 도로 결빙이나 헬멧에 김이 서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최대한 옷을 여며 주행풍을 막고, 핸들열선, 핸들토시, 목토시 등 방한용품은 필수”라고 귀띔했다. 28년차 베테랑 야쿠르트 판매사원 윤모씨는 “이렇게 추운 날에는 일을 빨리 끝내고 퇴근하는 게 나아서 오히려 덜 쉰다”며 “배에만 붙이던 핫팩을 오늘은 허벅지 양쪽에도 붙이고 아들이 사준 ‘발 핫팩’도 붙였다”고 웃어 보였다.

 

강원 철원군 임남면의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28.1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에 올겨울 최강 한파가 닥친 25일 강원 춘천시 한 주류 도매점에 보관 중인 맥주병이 얼어 터져 있다.    연합뉴스

맹추위에 전국에서는 수도 계량기 동파가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계량기 동파 140건(서울 98·경기 21건), 수도관 동파 4건(충남 3·서울 1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파 속 정전으로 인한 불편도 컸다. 대전 유성구 구암동 일대 59세대는 전날 오후 7시10분∼9시11분 개폐기 불량으로 정전됐다.

이날 한랭 질환자 등 인명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지만, 지난달부터 이어진 강추위로 전국에서 한랭 질환자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의 ‘한랭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결과’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23일까지 전국에서 한랭 질환자 272명이 발생했다. 이 중 76.8%(209명)가 실외, 특히 27.6%(75명)는 길가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추위에 이어 중부지방엔 많은 눈이 내릴 전망이다. 추위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눈이 오면서 26일 출근길 교통대란이 우려된다. 눈구름대는 점차 남하해 27일 오후 충청과 호남 등에도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26~27일 예상 적설량은 서울 등 중부지방 일부 2~7㎝, 경상·전라·제주 일부 지역 1㎝ 내외이다. 인천과 경기 서해안은 적설량이 10㎝를 넘어설 수 있다. 24일부터 70㎝ 넘게 눈이 내린 울릉도는 5~20㎝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조희연·송은아·윤지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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