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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끝이 있나요” 사마천 ‘사기’에 푹 빠진 어르신들

입력 : 2023-01-25 16:06:35 수정 : 2023-01-25 17: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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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끝이 있나요.”

 

요양보호사 이광규(69)씨는 13년 째 대학을 다니고 있다. 

 

이씨는 매주 화요일이면 목원대로 향한다. 중국 정사인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원문으로 배우는 목원대 역사스터디 ‘사기’가 이씨가 듣는 과목이다. 이씨는 “13년 째 이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며 “많이 배워서 중국 서적 번역 봉사를 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목원대 인문관의 한 강의실에서 열린 역사학과 스터디 모임에서 청강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목원대 제공

주부 김춘교(74)씨는 이씨보다 3년 선배이다. 김씨는 16년 째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김씨는 “목원대 역사스터디에 가기 위해 매주 화요일은 평소보다 이르게 저녁을 먹는다”고 활짝 웃었다. 

 

이씨와 김씨는 ‘늦깎이 청강생’이다. 목원대에 정식으로 입학하지 않았지만 배움에 대한 열의로 청강하고 있다.

 

목원대 역사스터디 ‘사기’는 도중만 목원대 역사학과 교수가 21년째 운영하는 열린 강좌이다.

 

그는 목원대에 부임 이듬해인 2003년부터 제자들의 학업을 돕기 위해 스터디를 만들었다. 중국사를 전공한 도중만 교수는 현재까지 매주 화요일 ‘사기’ 원문을 제자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학점을 받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껏 토론하는 지적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인생관을 심어주자는 게 스터디의 근본 취지이다. 도 교수는 “학문은 공적으로 가르치고 공적으로 배워야 한다”며 해당 스터디를 열린 강좌로 운영했다.

 

김씨는 “붓글씨를 배우다가 우연히 목원대 역사학과의 스터디를 알게 됐고, 사마천의 ‘사기’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있다”며 “조금 더 어렸을 때부터 배웠더라면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늦깎이 청강생은 이들 뿐 아니다. 

 

학원에서 중고등학생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한경애(58)씨는 40세이던 2005년부터 19년째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지인을 통해 목원대에 중국사를 공부하며 함께 토론하는 스터디가 있고, 재학생이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역사학과 학생들과 공부를 시작해 20대의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스터디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간 중단됐던 때를 제외하면 공휴일이나 명절에도 쉬지 않는다. 

 

10년째 스터디에 나오고 있는 김춘자(72)씨는 매 수업 가장 먼저 도착해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과제와 자료조사를 빠짐없이 하고 있다. 김씨는 “수업을 통해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마다 나를 돌아보게 된다”며 “꿈이 있다면 수업에서 배운 지식과 지혜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외부인의 참여는 학생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고 있다.

 

도 교수는 “그동안 스터디에 역사학과 학생 외에 목원대 교직원, 다른 학교 교수나 교사까지 많은 사람이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며 “이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도리어 우리 역사학과 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터디를 함께했던 한 고교 교사는 “내가 직접 강의를 들으며 검증한 학과”라며 제자들에게 목원대 역사학과 입학을 권유하기도 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해당 스터디에서 공부했던 목원대 역사학과 졸업생 송해인(25)씨는 “나보다 인생을 몇 배로 경험한 ‘인생 선배’들과 함께 스터디를 하면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고, 내 삶을 돌아보는 계기도 됐던 것 같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스터디에 들어가서 후배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목원대는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늘리기 위해 지식봉사를 더 확대할 방침이다. 목원대는 현재 많은 교수가 학과별로 정규수업 외에 다양한 스터디를 통해 학생의 공부를 돕는 심화학습 ‘Q+클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희학 목원대 총장은 “늦깎이 청강생들의 배움을 향한 열정은 우리 목원대 학생들에게 귀감이 된다”며 “재학생은 물론 외부인이 맘껏 수강할 수 있는 열린 강좌를 더 확대해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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