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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간 74세 핀란드 老대통령 "정의로운 평화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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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25 07:30:00 수정 : 2023-01-25 07: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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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니스퇴, '아들뻘' 젤렌스키 만나 지원 약속
보로디안카·부차 민간인 학살 현장도 둘러봐
"러시아 저지른 전쟁범죄 처벌 피할 수 없어"

올해 74세인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했다. 핀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80년 가까이 유지해 온 중립 노선을 내던지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신청한 바 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정의로운 평화를 위해 함께하겠다”며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날 키이우에 도착한 니니스퇴 대통령은 대(對)러시아 항전을 주도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났다. 1978년생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니니스퇴 대통령에겐 ‘아들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침 이번 방문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45회 생일(1월25일)을 하루 앞두고 이뤄져 그와 우크라이나 국민 입장에선 더욱 뜻깊었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오른쪽)이 우크라이나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군인과 민간인 모두의 용기와 결단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다음 세대에도 기억될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니니스퇴 대통령 SNS 캡처

74세의 노(老)대통령은 젊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핀란드는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만큼 강력하고 확고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며 “우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지난해 러시아군이 일시적으로 점령했다가 결국 철수한 키이우 인근 보로디안카, 그리고 부차 마을도 방문했다. 이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상대로 잔인한 고문과 처형 등 비인도적 행위를 저지른 지역이다. 러시아군이 철수한 뒤 발견된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들이 이를 입증한다. 앞서 국제사회는 보로디안카와 부차에서 러시아군이 범한 만행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로 규정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을 국제 전범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니니스퇴 대통령 역시 “보로디안카와 부차에서 러시아군이 저지른 만행은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군의 잔혹한 공격에도 물러서지 않고 애국심 하나로 똘똘 뭉친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군인과 민간인 모두의 용기와 결단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다음 세대에도 기억될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키이우에 있는 명문 타라스 셰우첸코 국립대를 찾아 특강을 하고 이 대학 학생들과 ‘안보’를 주제로 토론하는 시간도 가졌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안보를 위해, 또 정의로운 평화를 위해 우리는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핀란드가 왜 중립을 포기하고 나토 회원국이 되려 하는지 보여준다. 한마디로 ‘동맹국과 함께해야 더 강해지고, 적이 함부로 우릴 넘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정의로운 평화’라는 표현에도 눈길이 쏠린다. 러시아가 요구하는 대로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빼앗긴 상황에서 평화협상을 체결하는 경우 우크라이나의 굴종, 그리고 러시아의 호의에 의존하는 ‘가짜 평화’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고 러시아에 전쟁범죄 책임을 묻는 것이야말로 ‘정의로운 평화’라는 얘기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부로부터 신년 업무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상대방 선의에 의한 평화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가짜 평화”라고 말한 점을 연상케 한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전격 방문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왼쪽)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니니스퇴 대통령 SNS 캡처

핀란드는 1939년 11월 소련(현 러시아)의 침공으로 ‘겨울전쟁’을 치른 바 있다. 당시 동맹국이 하나도 없던 핀란드는 사력을 다해 소련군에 맞섰다. 국력의 절대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소련군의 진격을 저지하는 등 선전을 펼쳤으나, 결국 이듬해인 1940년 3월 항복하고 국토의 약 10분의 1을 소련에 빼앗겼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자 핀란드 국민 사이에선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현재 핀란드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적·경제적 원조 노력을 주도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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