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난 25일부터 한국거래소의 거래 시스템이 바뀐다. 주식거래 호가 가격 단위가 종목 가격 별로 축소되고, 시스템에는 거래처리 속도가 30% 개선된 ‘EXTURE3.0’이 첫 가동된다. 호가 가격 단위가 조정되는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5일부터 주가 1000~2000원 미만 종목은 호가 가격 단위가 5원에서 1원으로, 1만~2만원 미만 종목은 50원에서 10원으로, 10~20만원 미만 종목은 500원에서 100원으로 각각 줄어든다. 나머지 2000~5000원 미만 종목은 5원, 2만~5만원 미만 종목은 50원, 20~50만원 미만 종목은 500원, 50만원 이상 종목은 1000원으로 기존대로 유지된다.

예를 들어 이날 기준 16만4500원인 현대자동차 주식은 기존에 500원 단위로 거래가 됐으나 다음날부터는 100원단위인 16만4400원, 16만4600원에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주당 1만2700원인 우리금융지주 주식은 50원 단위 거래에서 10원 단위로 거래가 이뤄진다.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등 세 시장간 호가 가격 단위도 통일된다. 제도를 단순화해서 고가주 종목에서의 투자자 혼란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거래소 관계자는 “호가가격 단위가 축소되면서 거래비용이 감소되는 효과가 있다”며 “해당 구간(1000~2000원, 1~2만원, 10만~20만원)에서 투자자가 한 틱에 지불하는 비용이 현행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된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호가 가격 단위를 조정한 배경에는 해외거래소에 비해 국내 호가 단위 비율이 다소 높은 측면도 고려됐다. 국내시장 호가단위비율(주가 대비 호가 가격 단위 비율)은 0.1~0.5% 수준이지만 미국은 평균 0.09%, 일본은 평균 0.01~0.05%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다.
도쿄거래소도 최근 라쿠텐그룹, 스미토모화학 등 400개 종목의 호가 가격 단위를 축소하는 계획을 밝혔다.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사설 거래시스템(PTS)이 호가폭을 촘촘하게 운영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호가 가격 단위가 촘촘해지면 하락장에서 반등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호가 가격 단위 변경이 특정 방향으로 시세를 견인하거나 주가변동 속도를 늦춘다는 실증적인 근거는 없다”며 “주가 변동시 호가 가격 단위 수보다 금액의 크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설 연휴 이후부터 거래소의 거래 처리 속도는 빨라진다. 거래소가 25일 도입하는 새 시스템 ‘EXTURE3.0’는 일일 처리용량(하루 동안 시스템이 처리할 수 있는 총 호가 수량)이 기존 4억2000만건에서 최대 9억4000만건으로 향상됐다. 거래 처리성능도 70㎲(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에서 50㎲로 최대 30% 빨라진다. 거래소와 회원사의 주문 대역폭이 기존 12Mbps에서 45Mbps로 개선되고 회선 수도 7회선에서 10회선으로 늘어난다.
거래소 관계자는 “처리속도 향상, 일일처리용량 확대, 시스템 유연성 강화 등 IT(정보통신기술) 인프라 업그레이드를 통해 시장의 유동성 제고 및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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