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한겨울 추운 날씨가 러시아군을 퇴각시킬 수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적어도 추위와의 전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서방의 막대한 지원 덕분이다.
WSJ에 따르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수십만 벌의 겨울옷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반면 갑작스러운 동원령에 일부 러시아 군인은 제대로 보급품 등이 준비되지 않은 채 전투에 임하고 있다.

신문은 겨울 날씨는 기동성에서 배터리 전원에 이르기까지 군대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또 춥고 습한 날씨는 군인의 사기와 전투 능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겨울철 나무에서 잎이 떨어지면 장비를 숨기기가 더 어려워진다. 안개나 비, 눈은 표적을 식별하기 어렵게 만든다. 추위는 또 배터리 수명을 더 빨리 저하시켜 드론과 라디오에 영향을 미친다. 땅이 얼면 참호와 지뢰밭을 파기가 더 어려워진다. 군인은 추위에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므로 더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정말로 추울 때 얼마나 추운가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 유럽주둔 미군 사령관 밴 호지스는 WSJ에 말했다.
영국 런던의 국방 및 보안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의 에드 아놀드는 “올바른 군복과 침낭 양말과 같은 의복을 갖추는 것은 겨울철 전투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동맹국 자선단체와 군은 겨울옷으로 가득 찬 컨테이너를 우크라이나로 보냈다.

캐나다는 재킷과 바지, 부츠, 장갑 및 두툼한 외투(파카)를 포함해 최대 50만벌을 보냈다. 미국은 5만개의 파카와 4700개의 바지, 2만3000개의 부츠, 1만8000개의 장갑 등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다른 동맹국도 많은 보급품을 지원해 우크라이나 동부의 한 군사 기지에는 전 세계에서 온 장화 상자, 두꺼운 패딩 재킷, 눈 위장복, 플리스, 보온 속옷이 여러 방에 쌓여 있다고 WSJ는 소개했다.
러시아군 상황은 많이 다른 듯하다. 특히 러시아 신병들은 추운 날씨에 대처할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말했다.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신병들이 보급품과 장비가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한다.
WSJ는 추운 날씨에 대처하는 군대의 능력이 나치 독일이 우크라이나와 소련을 침공했을 때와 같은 과거 전쟁에서 핵심적인 것으로 입증되었다고 강조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대해 저술한 역사가 앤소니 비버는 그곳에서 독일군 병사들은 재활용 양모로 만든 자신들의 코트보다 따뜻한 소련 붉은 군대의 패딩 면 재킷을 부러워했다고 밝혔다.
1942년 7월 17일부터 시작된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장기전에 돌입하자 독일군이 소련의 혹한의 날씨를 견뎌야 했고 군복과 식량 등도 점차 고갈되며 고립됐다가 이듬해 2월 소련군에 항복한 경우다. 스탈린그라드 전투로 심각한 전력 손실을 입은 독일군은 결국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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