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방과 후 프로그램을 대폭 확충하고 돌봄시간도 오후 8시까지로 늘린 초등 ‘늘봄학교’ 도입 방안을 밝히면서 교사와 돌봄전담사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2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올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4개가량의 교육청을 시범교육청으로 선정하고, 해당 지역 학교 약 200곳에서 늘봄학교 시범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 1학년에게 맞춤형 방과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고품질의 방과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아침돌봄과 저녁돌봄, 틈새돌봄 등 정규수업 전후 돌봄도 다양화된다. 최대 오후 8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도 있다.
시범학교로 선정된 학교들은 당장 3월 신학기부터 늘봄학교 체제로 들어간다. 학부모들은 늘봄학교 도입을 반기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선 반발도 나온다. 특히 최근 늘봄학교 시범사업에 신청하겠다고 밝힌 지역의 교원단체들은 잇따라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있다.
교사들은 늘봄학교가 도입되면 교사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현재 학교에서 운영 중인 방과후 프로그램의 강사 선발·관리 등 각종 행정업무는 교사들이 맡고 있다. 교육부는 관련 업무를 교육청에 넘기고, 교육청에 행정전담 직원을 확충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장에선 “미흡한 방안”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육부의 방안은 현행보다는 개선된 방안이지만 교원들이 온전히 수업과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근원적인 행정업무 경감 방안으로는 미흡하다”고 밝혔다. 교총은 “현재 돌봄업무 담당교사는 연간계획 수립, 강사 선발, 간식업체 선정, 학생 모집 공고, 대상자 선정, 월 강사비·간식비 지출, 교구 구입 등 학교 내 보육기관 하나를 운영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반 교실을 방과후교실로 내어주는 것은 다반사로, 해당 교실 교사의 교재연구 및 업무처리는 물론 정규수업마저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교총은 “(늘봄학교 도입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관련 업무와 예기치 못한 강사 결원, 연례화된 교육공무직의 파업 대응, 교원이 없는 시간대에 벌어질 각종 안전사고 등에 대한 대응과 책임·민원 등의 몫은 고스란히 학교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며 “행정업무의 경감뿐 아니라 학생 안전, 관련 민원 관리 등 관리 책임 문제에 있어 큰 부담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보다 구체적이고 촘촘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현장의 수용 가능성을 제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늘봄학교가 학교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학교는 정규교육과정에 집중하고, 방과후 활동은 지역사회와 연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의 대안은 결국 교육청의 업무 부담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교육청 사이에서도 일부 반발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돌봄 관련 행정업무를 교육청에 넘긴다는 교육부의 방안에 대해 “서울은 학교 수가 많아 교육청에서 관련 업무를 다 맡기 어렵다”며 사실상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돌봄전담사와 방과후 강사들 역시 업무 과중 우려를 호소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속한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늘봄학교 정책 취지와 방향을 실현하기 위해선 초등돌봄전담사에 대한 인력 확대, 충분한 교육훈련 제공, 추가적인 근무여건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며 “현재의 교육공무직 근무 여건이나 인력, 처우로는 늘봄학교는 불가능하다. 시간제의 전일제 전환이나 추가인력 확충, 처우 개선 등 근무여건 개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늘봄학교 정책이 성공적으로 도입되려면 교사와 돌봄전담사, 방과후 강사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이들의 반발을 잠재우지 못하면 정책이 현장에 안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아직 돌봄전담사 처우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돌봄 전담사들의 요구 사항을 교육청, 교육부에서 협의하고 있다”며 “고용 여건 문제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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