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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은 구원 받으리라·이번엔 꼭 부자가 될 수 있어… 군중의 망상으로 반복된 광기의 역사

입력 : 2023-01-21 01:00:00 수정 : 2023-01-20 18: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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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시대를 풍미했던 각종 종말론과
튤립·닷컴 등 경제사에 남은 ‘버블역풍’
광기에 쉽게 경도되는 인간의 나약함
‘모방’ ‘서사’ 두 개의 공통점으로 압축
인간의 합리화로 계속된 역사의 비극
종교·경제사 넘나들며 날카롭게 분석

군중의 망상/윌리엄 번스타인 지음/노윤기 옮김/포레스트북스/4만2000원

 

많은 사람들은 역사 공부를 통해 과거의 잘못된 일을 돌이켜 보면서 이를 교훈 삼아 앞으로는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인간이 이렇게 합리적이라면 왜 인류사에는 비슷한 과오가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을까. 오죽하면 역사가 주기적으로 되풀이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이에 미국 신경과 전문의이자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이론가이며 경제사학자로 활동 중인 윌리엄 번스타인은 ‘군중의 망상’(원제: The Delusions of Crowds)이라는 저서를 통해 ‘돈’과 ‘종교’라는 두 개의 큰 줄기에서 인간의 헛발질이 왜 반복되는가를 탐구했다.

 

종교의 측면에서 종말론은 인류사에 끊임없이 되풀이된 광기의 역사였다. 중세 시대 재세례파의 뮌스터 참사, 14세기부터 여러 논란이 끊이지 않은 역사적 배경 속에 등장한 중동 IS의 발흥, 양극화한 오늘날 미국에서도 여러 종말론 교파까지 등장해 인류에 충격을 안긴 각종 비극을 낳았다.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 역시 18세기 남해회사 사태, 1990년대 닷컴 버블, 2000년대 엔론 스캔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같이 수많은 가정을 파산에 이르게 한 금융 버블 붕괴의 반복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윌리엄 번스타인 지음/노윤기 옮김/포레스트북스/4만2000원

저자는 최신 신경심리학, 종교학, 유럽사, 경제사 등 다양한 학문 영역을 넘나들며 인간이 광기에 물들 수밖에 없는 두 가지 특징을 가졌다고 진단한다. 바로 ‘모방’과 ‘서사(敍事)’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남을 따라 한다. 후기 홍적세를 산 인간이 북극 지방에서 마젤란해협으로 이동하는 동안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해준 것이 다름 아닌 남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흉내 내는 모방 능력이었다. 이렇듯 모방은 인류 역사에서 많은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인간이 쉽게 광기에 휩싸이도록 만드는 요인이기도 했다.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반대 증거가 넘쳐나는데도 일부 종교에 빠진 사람들은 특정 날짜에 세상이 끝날 것이라고 다 함께 믿었다. 지난 세기말에 등장했던 휴거론과 같은 종말론이 대표적 사례다. 똑같은 현상으로 여전히 다수의 미국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선거의 진정한 승자라고 생각하고, 극우파 트럼프 지지 단체의 이야기를 신뢰한다. 종교적 광신의 형태다.

또 다른 부작용은 경제 분야에서 발생했다. 주변에 단 한 사람이라도 주식 투자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면 나도 주식에 투자해 손쉽게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친구가 부자가 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큼 사람의 행복과 판단력을 저해하는 것은 없다”는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의 말처럼 세상사를 판별하는 데 냉철함보다는 주관적인 감정에 휩싸이기 일쑤다. 사람들은 주식과 튤립, 철도, 비트코인 등에 투자하면 쉽게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낙관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며 근대 과학의 문을 열어젖힌 아이작 뉴턴 같은 천재조차도 대중의 그 같은 생각에 휩쓸려 주식 투자로 큰돈을 잃고 “천체의 움직임은 알겠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모르겠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모방과 함께 서사가 인간을 광기로 몰아넣는 두 번째 요소인 이유는 “인간이 이야기를 창조하는 유인원”이기 때문이다. 신경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사건 속에서 일정한 패턴을 유추해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는 성향이 있고, 그렇게 완성된 서사를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성경 해석이나 각종 경제지표에서 자의적인 수리적 규칙을 찾는 경우가 흔하다. 아무리 합리적 사고의 중요성을 교육받는다고 해도 인간은 그럴듯한 서사에 매혹당한다. 이런 매혹적인 서사의 대표적인 예가 종말론이다. 불합리한 세상을 뒤엎어 정의를 세우고 마침내 구원을 완성할 때가 가까웠다는 서사보다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이야기는 흔치 않았다.

힘들이지 않고 부자가 되는 소문의 위력도 종말론 못지않은 이야깃거리였다. 특히 모두에게 부를 안겨다 줄 것으로 예상되는 신기술의 등장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맹신은 종교에 가까웠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과 합리적 사고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인지부조화’를 ‘확증편향’으로 메우게 된다는 심리학 연구 성과부터 하이먼 민스키, 킨들버거의 경제학 이론 등을 토대로 군중들이 어떻게 광기에 휘둘리게 되는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각 시대에 풍미했던 종말론적 신앙 종파들과 튤립 버블부터 금융 버블, 닷컴 버블 등 경제사에 기록된 ‘버블 열풍’을 교차 편집하듯 번갈아 묘사하면서 “인류의 비극은 인간이 광기에 쉽게 경도되는 존재라는 것을 망각할 때마다 반복되어 왔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결국 저자는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 말이 인류의 반복적 광기가 나타나는 이유를 압축적으로 설명해 준다. 그래서 저자는 광기에 물들지 않으려면 개인의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독립적으로 사안을 분석하고, 개인의 경험과 전문성을 키우며 효과적으로 지적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방과 이야기에 휘둘리기 좋아하는 인간들이 과연 얼마나 이를 실천할 수 있을까.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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