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특별조항 발동’ 복안 마련
노조, 12년 만에 뭉쳐 200곳 시위
수십만명 참가… 경찰 1만명 대치
프랑스 정부가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연금 개혁에 본격 나설 태세다. 노동조합과 여론의 반발에도 연금 적자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개혁을 피할 수 없다는 당위론을 앞세워 개혁안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이미 발표한 대로 연금 수령 시작 연령을 62세에서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64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올해 9월부터 정년을 매년 3개월씩 연장하겠다는 구상으로, 정년은 2027년 63세 3개월, 2030년에 64세가 된다.

이와 함께 연금을 100% 받기 위해 기여해야 하는 기간을 현행 42년에서 43년으로 1년 늘리기로 약속한 시점을 2035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정부는 23일 연금 개혁 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한 뒤 30일 하원 상임위원회, 다음달 6일 본회의 상정 일정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소야대인 하원 상황은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넘어야 할 산이다. 여당 ‘르네상스’를 포함한 중도 범여권 연합 ‘앙상블’은 하원 전체 577석 중 250석으로 과반에 못 미친다. 우파 공화당(LR)이 연금 개혁에 강하게 반대하지 않아 표결 처리 가능성이 있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 정부가 하원 표결 없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한 헌법 특별조항을 발동하는 복안까지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는 상·하원 양원제이지만 법률안의 최종 의결 권한은 하원에 있다.
프랑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2030년 연금 적자가 135억유로(약 18조원)에 달하지만 정부의 개혁안대로라면 2030년 177억유로(약 23조5000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좋든 싫든, 프랑스는 마크롱의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조합은 대규모 파업으로 맞섰다. 정년 연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은 프랑스 주요 8개 노조는 12년 만에 연합해 19일 파리, 마르세유, 리옹, 니스 등 전국 200여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날 총파업으로 파리 지하철은 2개의 무인 노선만 정상 운행되는 등 공공 서비스가 차질을 빚었고 상당수 학교가 휴교했다.
당국은 시위 참여 인원을 55만∼75만 명으로 예상하고 경찰관 1만명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번 개혁안은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 재도전이다. 그는 첫 번째 임기였던 2019년 연금 제도 단일화와 정년 연장을 제안했다가 노조 파업 등 역풍을 맞았고 이듬해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논의를 중단했다.
이 개혁안은 1982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은퇴 연령을 60세로 낮춘 것을 포함해 일곱 번째 연금 개혁 시도이다. 영국 BBC방송은 2010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정년을 62세로 올릴 때 등 매번 거센 반대 시위가 있었지만 프랑스는 결국 개혁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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