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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충 진단 방제도 디지털로 전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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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19 23:34:42 수정 : 2023-01-19 23: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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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 떼가 휩쓸고 지나간 대지는 어김없이 초토화된다. 그래서 메뚜기 떼 피해는 홍수, 가뭄과 더불어 가장 무서운 재해로 꼽힌다. 미국 소설가 펄 벅의 ‘대지’에 등장하는 메뚜기 떼는 인간의 성실함도 자연재해 앞에서는 무용지물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뿐인가. 감자역병은 아일랜드의 기근을 유발했고, 모순되게도 인류의 대이동을 촉발해 신대륙 개척에 속도를 더했다.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 병해충이지만, 인간에게는 줄곧 박멸의 대상이었다. 무기물과 천연물 농약의 개발, 이어짓기와 섞어짓기 같은 재배 방법을 시도하며 오랜 시간 병해충 피해를 줄이고 농업생산량을 늘려왔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농촌진흥청이 주도해 농업인에게 ‘방제력’을 제공했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병해충 방제전략을 세울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지침서였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방제전략이었지만, 맹점은 있었다. 재배지 변동, 기후와 기상 변화, 지역별 병해충 발생 현황 등을 고려치 않고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게다가 화학농약 사용으로 인한 저항성 해충과 새로운 해충의 출현, 외래해충의 유입과 정착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더해졌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농진청은 1990년대 들어 종합적 병해충관리(IPM) 연구를 수행해 앞서 지적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병해충 발생에 따라 방제 시기를 예측하는 모형과 해충 정밀예찰에 쓰이는 페로몬트랩(성유인 물질을 이용한 곤충 포획 장치)을 개발했다. 천적으로 대표되는 생물농약과 생합성 농약 활용 연구도 활발히 수행했다.

병해충은 작물과 재배 환경에 따라 종류뿐만 아니라 발생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아무리 효과 좋은 약제도 제때 맞게 사용할 때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볼 수 있다. 지금처럼 지역별로 재배하는 작물, 재배법, 기상과 병해충 상황이 다른 때에는 기존 방제력에 의지하기보다는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능동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현장밀착형 방제전략이 필요하다. 스마트팜, 스마트트랩, 자율주행, 드론 방제 등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연구가 지금, 어느 때보다 활발한 이유다.

농진청은 농작물의 병해충 발생을 모니터링하고 신속한 방제를 지원하기 위해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전국 2266개 농가 등에서 무인예찰 장치나 스마트트랩을 이용하여 병해충 발생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수치 모형을 이용해 병해충 발생을 예측해 준다. 또한, 사과와 배 농가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화상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 1179개소의 자동 기상관측 장치를 이용하여 방제 적기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디지털 기술들을 활용하면 날씨를 예측하는 것처럼 방제 적기를 판단하거나 병해충 발생 변동 추이를 예측할 수 있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다.

컴퓨터와 과학기술의 발달로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클라우드 서비스에 이어 공상과학(SF) 소설에나 나오던 인공지능(AI), 메타버스 기술도 어느덧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농진청은 디지털전환 시대에 맞추어 병해충 공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자세로 농업인과 농업 현장의 입장에 서서 병해충 관련 연구에 온 힘을 쏟고자 한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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